금융권, 노사갈등 '폭발'... '합의'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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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노사갈등 '폭발'... '합의' 가능할까?
  • 이준성 기자
  • 승인 2024.12.17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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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기업은행·산업은행 등 노사갈등 불거져... 경남은행도 '불씨' 남아
농협금융 노조 "고위 임직원 비위행위 제보 시 최대 2000만원 포상금 지급"
노사 양측 입장 차이 극명... 단기간 내 합의 어려울 듯
[사진=NH농협금융지주]
[사진=NH농협금융지주]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성과급 등을 둘러싼 금융권의 노사갈등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고위 경영진의 비위 행위를 제보하면 포상금을 주겠다는 노동조합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핵심 쟁점에 대한 노사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빠른 시일 내 합의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NH농협금융지주 노조는 최근 내부제보 포상제도 운영' 안내문을 발표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등 고위 임직원의 비위 행위를 제보하면 최대 2000만원을 포상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노조는 구체적인 비위 행위 예시로 성희롱성 발언, 부당한 업무지시 및 인사 개입, 법인카드의 업무 외적 사용, 욕설이나 폭언 등을 제시했다.

이는 최근 농협중앙회가 주요 계열사 등에 통보한 '고강도' 비용 감축안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앞서 농협중앙회는 핵심 계열사들에 성과급을 50% 감축하고 인사 인원을 30% 축소하겠다고 알린 바 있다.

여기에, 지난 6일 농협중앙회와 노조의 임금단체협약 교섭도 결렬돼 노조 측이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한 것은 1987년 노조 결성 이후 처음이라는 설명이다. 임금과 성과급 등에 대한 양측의 갈등이 그야말로 폭발 중인 셈이다.

IBK기업은행은 임금 차별·체불 등을 놓고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12일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 행위 관련 찬반 투표를 진행, 이달 말 총파업 실시를 결정했다. 투표자 88% 가운데 95%(6241명)가 찬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는 ▲이익배분제 도입을 통한 특별성과급 지급 ▲밀린 보상휴가(시간외수당) 현금 지급 ▲우리사주 금액 증액 등의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시 이달 말 총파업을 강행할 예정이다. 총파업이 이뤄질 경우 기업은행 노조의 첫 단독 총파업 진행 사례가 된다. 이전까지는 금융노조의 총파업에 기업은행 노조가 동참한 사례만 있었다.

노조 측은 "기업은행이 공공기관이라는 이유로 같은 노동을 제공하는 시중은행 대비 30% 적은 임금을 직원에게 지급하고 있다"며 "정부의 총인건비 제한을 핑계로 1인당 약 600만원에 이르는 시간외근무 수당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임금 차별 및 체불을 해결하고자 사측과 9월부터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지만 끝내 결렬됐다"고 덧붙였다. 

 

[사진=IBK기업은행]
[사진=IBK기업은행]

이 외에 한국산업은행도 본점의 부산 이전을 두고 노사갈등을 겪고 있다. 본점 이전을 위해서는 '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한 현행 산은법을 우선 개정해야 하지만, 사측이 법 개정 이전에 조직 개편 등을 통해 실질적인 부산 이전 효과를 내려하면서 갈등이 한층 깊어진 상태다. 줄곧 '부산행'을 반대해온 산업은행 노조는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야당의 반대로 법안 개정이 어려워지자 사측이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BNK경남은행의 경우,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7월 경남은행은 지난해 불거진 3000억원대 횡령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직원 성과급 일부를 환수키로 결정하면서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이후 성과급 환수 결정이 번복되면서 갈등은 일단 소강 국면에 진입했지만 관련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언제든 재차 갈등이 터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노사갈등이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핵심 쟁점에 대해 노사 양측이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 탓이다. 일례로, 성과급 등 급여 문제의 경우 "실적 등을 고려해 제대로 된 보상을 지급하라"는 노조와 "금융권의 '돈 잔치'에 대한 금융당국 및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고려해야 한다"는 사측이 양보 없이 대립하는 구도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불황에 계엄 사태 등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겹치며 국가 경제 전반이 흔들리는 와중에 금융회사만 성과급 등을 늘려서는 안된다는 것이 당국의 견해일 것"이라며 "사측으로서는 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고, 각 노조들 역시 성과급 등에 대한 불만이 쌓일 만큼 쌓인 터라 양측의 빠르게 입장을 좁히거나 합의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어, "산업은행의 경우 정부나 여당에서 본점 이전을 철회하지 않는 한 갈등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본점 이전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는 점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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