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원금 손실 가능성 제기...관련 민원에 업무 마비까지
대형 증권사에 집중...투자자 수만 4000여명 추정
판매사 14곳, 불완전판매 가능성 낮아 일축..."무조건적 배상은 없어"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기자] 독일 프랑크푸르트 소재 트리아논 빌딩을 기초로 만든 이지스자산운용의 해외부동산 펀드 순자산가치가 0원으로 떨어지면서 투자원금 전액 손실이 확정됐다. 이에 투자자들은 원금손실, 불완전판매 등을 언급하며 손실 배상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는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대응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펀드를 판매한 금융사들은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해당 상품이 공모펀드로 이뤄진 만큼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무조건적인 투자자 손실에 보상해야 할 책임이 없다는 설명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이하 트리아논펀드)의 기준가를 0.01원으로 조정했다고 공시했다. 트리아논펀드 기준가가 하락한 이유는 독일 트리아논 빌딩에 투자하기 위해 설립한 현지 특수목적법인의 부채가 자산가치를 초과하면서 도산 절차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자산 재평가 결과 펀드 재무상태표에 계상된 자산총액 및 부채총액에 기반하여 산정되는 것이며, 현재 본건 펀드의 부채총액이 자산총액을 초과하는 상태이나, 전산시스템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기준가격이 0.01원으로 표기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자산의 구체적인 처분 내용 등에 따라 기준가격이 재차 변동할 여지도 있다"면서도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 및 본건 대출계액 등에 따른 선순위 채무들의 존재를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상당 부분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트리아논펀드 기준가 급락에 투자원금 손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증권사, 은행권 등 판매사에 개인 투자자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실제 한 증권사 관계자는 "트리아논펀드 관련 민원으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했다.
또한 일부 투자자들은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주장하며, 이달 중 판매사와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내용증명과 분쟁조정 촉구 의견서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리아논펀드는 2018년 총 3700억원 규모로 설정됐으며, 공모펀드와 사모펀드로 절반가량씩 나눠서 자금을 모집했다. 해당 펀드를 판매한 곳은 KB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대신증권, 한화투자증권, DB금융투자, 키움증권, 현대차증권, 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 삼성생명보험 등 14곳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트리아논펀드 판매는 대형 증권사에 집중돼 있으며, 투자자 수만 4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판매사들은 불완전판매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모펀드는 금융당국에 투자 위험에 대해 공시를 해야 하고 규제도 받는다"며 "상품 판매사마다 다르겠지만 과거 사모펀드로 발생한 사태와 다르게 공모펀드 특성상 불완전판매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의 관계자도 "과거 사모펀드로 발생한 사태와 달리 해당 펀드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공모펀드로 이뤄진 만큼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낮으며, 또한 금융투자 상품은 본질적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항상 있기 때문에 투자자 손실에 무조건 보상해야 할 책임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하겠다는 신중론도 우세하다. 관련된 주요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원금 손실 보상에 대해서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일단 지켜보며 검토하겠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한편 트리아논 펀드 만기는 오는 10월이다.
정수진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