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자 과제 등 산적...그룹 내부통제 이슈 걸림돌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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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경제신문 = 손새로 인사이트녹경 기자] '명가재건'을 꿈꾸는 우리투자증권이 리테일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부적으로 HTS(홈트레이딩시스템),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시스템도 정비된 상황이다. 다만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사업 확장을 위해 경쟁사와 접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최근 발생한 우리금융지주 '내부통제' 이슈로 추가적인 자금 확보 방안(지주사 지원)이 불투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업 추진 동력에 걸림돌이 발생했단 의미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한국거래소 증권거래회원 등록 승인을 얻었다. 이번 증권거래회원 전환으로 우리투자증권은 향후 주식위탁매매가 가능해졌다. 현재 내부적으로 HTS, MTS의 개발을 완료하고 시험 운용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7월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을 간이 합병하는 형태로, 매각 10년 만에 증권업 재진출을 공언한 우리투자증권은 이번 거래소 승인을 기점으로 옛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2014년 옛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NH농협금융지주에 매각한 바 있다. 현재 NH투자증권은 윤병운 사장 취임 이래 리테일과 WM(자산관리) 부문에 투자를 확대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자기자본 7조8890억원 수준의 대형 IB(자기자본 3위)로 성장했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IB와 디지털이 강한 증권사를 표방한다"면서 "기존 펀드슈퍼마켓 운영을 통해 축적한 디지털플랫폼 운영 노하우를 기반으로 조만간 MTS를 출시하고 주식거래 디지털리테일 사업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은 금융그룹의 슈퍼앱 '뉴WON'과 연계를 강화해 리테일 내 시너지를 내고, 디지털 채널을 활용해 WM 부문도 스케일업하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금융위원회의 투자매매업 본인가 심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투자매매업 인가를 마치면 기업공개(IPO), 파생상품 거래 등 추가 영업에 나설 수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10년 내 업계 톱 10위(자기자본 기준)의 대형 IB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는 "그룹 내 존재감을 확실히 선보이겠다"고 공언했다.
업계에서는 우리투자증권이 리테일 시장에서 안착하고,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고 있다. 일단 국내 디지털리테일 시장이 이미 과포화 상황인데다 선발 주자들의 입지가 굳건하기 때문이다. 결국 틈새시장을 노려야 하는데, 이마저도 선발주자들이 공격적 마케팅으로 공략이 여의치 않다.
올해 1월을 기준 증권사 MTS 앱 점유율 1위는 키움증권으로 16.8%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로 미래에셋증권이 15.8%, 삼성증권이 15%, KB증권이 13.7%, 한국투자증권이 11.5%를 차지하고 있다. 절대 강자는 없지만, 대형 IB들이 난립한 '춘추전국시대' 형국이다.
상대적으로 후발주자로 꼽히는 회사들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틈새를 공략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1월 업계 최초로 모든 주식거래 수수료를 면제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토스증권은 2022년 업계 최초로 해외주식 실시간 소수점 거래를 진행하면서 '서학개미'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리테일 쪽은 탄탄하게 입지를 굳힌 사업자들이 과점시장을 형성하고 있어 경쟁이 매우 치열한데, 후발주자로 들어와서 당장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면서 "다만 은행이나 지주 쪽에서 지원이 가능한 구조이다 보니 장기적으로는 성장이 가능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회사 재무건전성의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되는 자기자본 증대(증자)의 과제도 당면해 있다. 지난해 합병을 통해 새로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의 현재 자기자본은 1조1542억원 수준으로, 증권사 중 18위 규모다. NH투자증권의 7분의 1 수준이다.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발행어음 등 대형 수익 사업 인가가 결정되는 만큼 증자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우리투자증권은 10년 내 자기자본 5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증자가 자체 재원보다 금융그룹 전체의 지원 하에 이뤄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금융그룹 내 내부통제 이슈가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 대출 사고를 금융 당국에 알리지 않고, 뒤늦게 공시해 논란을 키웠다. 지주는 최근 우리은행 관련 정정공시를 내고, 횡령액을 155억원에서 517억원으로 고쳤다. 이에 따라 자기자본 대비 혐의 발생 비율은 0.06%에서 0.19%로 증가했다.
현재 검찰의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결과에 따라 '내부통제 리스크'가 우리금융그룹 전체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서울남부지법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를 받는 손 전 회장과 우리은행 본부장 등에 대해 공판을 진행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이 은행과 연계해 시너지를 일으키겠다는 구상인데, 최근 우리금융그룹 전체에 내부통제 이슈가 있다보니까 (투자증권에서 진행하는 사업들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조직이 스케일업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증자와 관련된 문제는 계열사 차원에서 말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지주 차원에서 검토돼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계획 등을 언급하기는 힘들다"면서도 "금융그룹 내에서 리테일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조직이 있기 때문에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마케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새로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