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고환율에도 외화대출 1년 새 1조7000억원↑... 외화 유동성 확보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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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고환율에도 외화대출 1년 새 1조7000억원↑... 외화 유동성 확보로 대응
  • 이준성 기자
  • 승인 2025.02.19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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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 외화대출 잔액 지난달 말 기준 87억7000만$... 전년 동기比 15.8%↑
고환율 시기 외화대출 증가 시 위험가중자산↑... 건전성 리스크 확대돼
은행권, 외화 유동성 확대하며 리스크 관리... 4대 은행 외화 LCR 증가세
4대 시중은행 [제공=각 사]
4대 시중은행 [제공=각 사]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4대 시중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의 외화대출 잔액이 1년 새 1조7000억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되는 고환율 상황에서 건전성 관리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이에 따라 각 은행은 일제히 외화 유동성을 늘리는 방향으로 리스크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19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말 기준 4대 은행의 외화대출 잔액은 87억7000만달러로 전년(75억7400만달러) 동기 대비 15.8% 증가했다. 이는 한화로 환산 시 약 1조7320억원 늘어난 규모다. 

금융권에서는 달러·원 환율의 변동성 확대가 외화대출 증가로 연결됐다고 보고 있다. 환율 급등으로 외화대출의 주 이용자인 수출입 기업의 수입대금이 불어나면서 이들 기업이 부족한 자금을 메우고자 은행에서 달러를 빌리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환율의 추가 상승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달러를 확보해두려는 수요가 반영됐다는 의견도 뒤따른다.  

문제는 환율과 외화대출 잔액의 동반 상승이 은행의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대출로 인해 위험가중자산(RWA) 또한 커지기 때문이다. RWA는 금융사의 자산을 위험도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산출되는데, 외화대출은 원화로 환산 후 위험가중치를 부여하는 탓에 환율이 상승하면 대출 평가액도 늘어 RWA는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처럼 RWA가 커지면 은행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자기자본비율(BIS),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모두 하락한다. 두 지표 모두 계산 시 RWA를 분모로 삼고 있어서다. BIS는 은행의 자기자본을, CET1은 자기자본 중에서도 가장 안정적인 자본(보통주·이익잉여금 등)을 각각 RWA로 나눈 값으로 산출된다. 

특히 최근에는 각 은행의 모기업인 금융지주들이 CET1을 13% 이상으로 유지해 주주환원을 확대하겠다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세우면서 RWA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4대 금융의 CET1은 KB 13.51%, 신한 13.03%, 하나 13.13%, 우리 12.08%로, 환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13%대를 사수하는 데 성공했다. 각 은행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RWA 관리에 임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여전히 외화대출 증가에 따른 각 은행의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관세 압박 등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추가적인 환율 상승이 전망된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달러·원 환율은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 직후 1487원까지 치솟았다가 현재 1440원대까지 내려온 상태"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등으로 극단적인 강달러 현상이 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은 만큼, 각 은행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 역시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환율로 인한 건전성 우려가 지속되자 은행권은 외화 유동성을 확대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4대 은행의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176.56%로 지난해 3분기 대비 14.73%p 상승했다. 

외화 LCR은 은행이 30일간 예상되는 외화 유출액에 대비해 미국 국채 등 고유동성 외화자산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최소 기준은 85%로, 외화 LCR이 높아졌다는 점은 환율 변동성에 대한 대응 능력이 그만큼 개선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별로 보면 이 기간 하나은행의 외화 LCR이 201.84%로 가장 높았다. 이어, 우리은행(190.45%), 국민은행(158.4%), 신한은행(155.54%) 순이었다. 상승폭의 경우, 하나은행(28.92%p), 우리은행(18.01%p), 신한은행(10.9%p), 국민은행(1.07%p) 등의 순서로 컸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 입장에서는 외화대출이 늘고 외환시장의 변동성도 가라앉지 않고 있는 터라 일단은 외화 유동성을 높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외화 LCR을 높이는 것이 수익성 면에서 부정적이기는 하지만 환율로 인한 건전성 리스크가 일정 부분 해소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외화 LCR 상승 기조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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