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허가·기술 난이도·송전망 병목, 현실은 ‘진척 정체’...착공은 먼나라 이야기
[녹색경제신문 = 문홍주 기자] 2024년 국내 재생에너지 업계의 최대 기대주는 단연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이었다.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와 정부의 해상풍력특별법 제정, 대형 건설사의 연이은 진출 선언이 맞물리며 ‘2030년 상업화’를 향한 낙관론이 확산됐다.

하지만 2025년 3월 현재, 국내에서 실질적인 착공에 들어간 부유식 해상풍력 EPC(설계·조달·시공) 프로젝트는 단 하나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의 사업이 여전히 ‘기본설계(PFS)’, ‘EPC 우선협상’, ‘전략적 협약’ 수준에 머물고 있어, 빠르면 올해 하반기 착공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도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포스코이앤씨가 유일, 선두 그룹도 ‘PFS 단계’
가장 진척된 프로젝트는 포스코이앤씨가 에퀴노르(Equinor)와 함께 추진 중인 울산 ‘반딧불이’ 부유식 해상풍력이다. 양사는 2024년 11월 독점공급합의서(PSA)를 체결했고, 현재 기본설계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인허가 절차와 송전망 연결 검토가 병행돼야 해, 실착공까지는 추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은 SK에코플랜트·토탈에너지스·코리오제너레이션이 참여하는 울산 ‘귀신고래 3’ 프로젝트의 EPC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지만, 아직 본계약에는 이르지 못했다. 나머지 ‘귀신고래 1·2’ 사업도 현재는 타당성 검토 및 파일럿 설계 단계에 머물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영국은 2025년 말 상업가동 목표로 공정을 진행중이며 일본 Goto 프로젝트는 2025년 16.8MW 시범단지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며 "이대로 시간을 끌게 되면 기술적 우위를 통한 시장 선점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술·정책·물류 다층 병목 구조…착공은 먼나라 이야기
부유식 해상풍력 EPC가 정체되는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부유체 설계와 해상 고정물 시공에 필요한 고난도 기술을 국내 건설사 다수가 아직 확보하지 못한 점이 있다.
둘째는 구조적인 제약이다. 발전소를 육상과 연결할 송전망의 수용 한계, 환경영향평가와 어민 반발로 인한 인허가 지연, 발전단가 부담 등이 얽혀있다.
EPC 관계자는 “해상풍력 EPC는 단순 공사가 아니라 정책, 지역 수용성, 계통, 금융까지 복합 설계가 필요한 인프라 산업”이라며, “2030년까지 수 GW급을 상업화하겠다는 계획이 나오지만, 지금 착공에 들어가지 않으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2024년은 계획이 넘쳤고, 2025년은 검증의 해가 되어야 한다"라며 "무리한 수치와 일정이 아니라, 기술적 현실과 허들을 반영한 ‘현실형 로드맵’으로 재정비해야할 시점"이라고 했다.
현 시점에서 EPC를 맡고 있는 기업들이 얻는 수익은 아직 없지만, 이들의 설계 수행과 선박 확보 등은 중장기적으로 ‘국산 해상풍력 EPC 기술력’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 다만 현재의 속도를 유지할 경우, 정부의 “2030년 14.3GW” 목표는 달성보단 재조정 논의가 먼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문홍주 기자 re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