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HMM은 노조 반발로 부산 이전 불확실성 부각
HMM 육상노조, 대통령실 앞에서 첫 공식 행동 돌입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이 내년 상반기 중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하면서, 해양수산부가 추진 중인 ‘해양 수도권 조성’ 정책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핵심 선사인 HMM의 이전과 관련해서는 임직원들의 반대로 갈등 양상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은 5일 부산 코모도호텔에서 각각 오는 23일과 내년 1월 2일 주주총회를 열고 본사 이전을 위한 정관 변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내년 1월 초 본점 이전 등기를 접수한 뒤, 상반기 중 사옥 확보와 직원 이주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은 “이전 기업과 임직원이 부산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관계부처·지자체·공공기관과 협력해 실질적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은 각각 국내 매출 기준 7위·10위 벌크선사로, 에너지·광물 화물을 중심으로 운송한다. 양사의 임직원 수는 합쳐 약 2500명 규모에 달해 부산 이전 시 지역 일자리·투자 유입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해수부 이전 및 해양산업 집적화 계획이 선사들의 결정을 이끌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을 연내 마무리한 뒤, 동남권을 해양 행정·사법·금융 기능이 결집하는 ‘해양 수도권’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실제로 국회는 지난달 ‘부산 해양수도 이전기관 지원 특별법’을 통과시켜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기업의 이전에도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해사 전문법원 설치, 동남권투자공사 설립 등 후속 계획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정작 정책의 핵심 대상인 HMM 이전 문제는 난항이 예상된다. HMM은 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가 지분 70%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정부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지만, 육상 직원 1000명 이상을 둔 대형 선사인 만큼 노조의 반발 강도도 높다. 앞서 전재수 장관이 “내년 1월 HMM 본사 이전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하자, 노조는 이를 ‘사실상의 강제 이전’으로 규정했다.
전날 HMM 육상노조는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사 이전과 관련한 어떤 조건에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향후 ▲전국사무금융노조와 연대한 총파업 ▲회사 이사회 상대 고발 ▲국민감사 청구 ▲이전 관련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등 강경 대응 방안을 예고했다. 회사 소액주주 설득 문제, 조직 효율성 저하 우려 등도 이전 논의 과정에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전 장관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HMM 노조가 충분히 반대할 수 있다”며 “노사 협의를 거쳐 방향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HMM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장거리 항로 중심으로 조직이 구성돼 있어 단순한 주소지 변경이 아니라 전체 운영 체계를 재조정해야 한다”며 “정치적 목표와 기업 운영 현실이 충돌할 경우 시장 대응력이 오히려 뒤처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노조가 충돌을 계속하면 선사 전체의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져 화주 신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