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 담아도 합법'의 끝…유통업계 ‘정량’ 관리 깐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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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담아도 합법'의 끝…유통업계 ‘정량’ 관리 깐깐해진다
  • 서영광 기자
  • 승인 2026.09.08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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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량법 25년 만에 대폭 손질…정량표시상품 ‘평균량 기준’ 도입
개별 제품 허용오차 지켜도 평균량 부족하면 기준 미달
유통업계, 원가 절감보다 ‘정량 신뢰’ 관리 중요해져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우유·과자·음료처럼 포장지에 용량이나 중량을 표시해 판매하는 상품의 관리 기준이 한층 까다로워진다. 지금까지는 개별 제품이 법정 허용오차 범위 안에 있으면 문제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검사 대상 제품의 평균 실제량이 표시량 이상인지까지 따져야 한다. 제품 하나하나의 숫자뿐 아니라 생산 공정 전체의 ‘정량’이 관리 대상이 되는 셈이다.

서울의 한 편의점 매장 내 상품 진열대에 과자가 정리돼 있다. [사진=서영광 기자]
서울의 한 편의점 매장 내 상품 진열대에 과자가 정리돼 있다. [사진=서영광 기자]

산업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8일 국무회의에서 ‘계량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의결됐다. 개정안은 지난달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공포 후 1년이 지나면 시행된다. 계량법이 지난 2000년 전면 개정 이후 25년 만에 대폭 손질되는 것이다.

변화의 핵심은 ‘평균량 기준’ 도입​이다. 기존에는 표시량에서 일정 수준까지 부족한 개별 상품도 허용됐다. 예컨대 200mL로 표시된 우유의 허용오차가 4.5%라면 개별 제품은 191mL 이상이면 법적 기준을 충족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조건이 하나 더 붙는다. 개별 제품이 허용오차 범위 안에 들어오는 것은 물론이고, 검사한 제품들의 평균 실제 용량도 표시량인 200mL 이상이어야 한다.

업계 입장에서는 단순히 ‘불량품 몇 개를 걸러내는 문제’가 아니다. 생산 과정에서 일정한 오차가 발생하더라도 전체적으로 표시량에 맞춰 제품을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충전량 관리와 품질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정부가 평균량 기준을 추가한 배경에는 실제 조사 결과도 있다. 국표원이 지난 4월 정량표시상품 1002개를 조사한 결과 약 25%가 평균량 기준에 미달했다. 품목별로는 음료류·주류가 44.8%로 가장 높았고 콩류 36.8%, 우유 32.4%, 간장·식초 31.0%가 뒤를 이었다.

이는 유통시장에서 ‘표시된 숫자’에 대한 신뢰를 다시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그동안 식품·생활용품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용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상품 가격을 조정하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이번 제도 변화는 가격이나 용량을 어떻게 표시하느냐를 넘어, 실제 생산 단계에서 표시량을 얼마나 일관되게 지키느냐까지 관리 범위를 넓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유통업계의 상품 관리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조사는 충전·포장 공정에서 발생하는 편차를 보다 촘촘하게 관리해야 하고, 유통사는 납품받는 상품의 표시량과 품질에 대한 관리 부담도 커질 수 있다.

특히 가격 경쟁이 심한 품목일수록 제조원가와 정량 관리 사이의 균형이 중요해진다. 제품 하나에 들어가는 내용물을 줄이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가 구매 당시 기대한 양과 실제 받은 양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시장 신뢰의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이번 개정으로 정량표시상품 규제 위반 제품을 공표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소비자가 표시된 양만큼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사후 관리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법 개정은 유통업계의 관리 대상이 단순한 가격과 판매량에서 상품의 ‘신뢰’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거래가 늘어나는 만큼, 포장지에 적힌 숫자 자체가 상품 경쟁력의 일부가 될 수 있어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정량표시상품은 소비자가 포장지에 적힌 수치를 상품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만큼 실제 내용량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며 “제도 시행에 맞춰 제조·유통 과정에서 정량 관리 수준을 점검하고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상품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영광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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