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종금증권의 주가가 검찰의 범(凡)한진가 수사 등 영향으로 연일 약세를 보이고 있어 투자가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주가는 지난2일 3,415원으로 마감해 전날대비 3.80% 떨어졌고 52주 최저가인 3,395원에 근접해 마감했다. 지난 1월 최고가였던 5,590원대비 38.9%나 급락한 것이다.
이날 검찰이 비리 혐의로 조양호(69) 한진그룹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한진그룹 상장 계열사들이 일제히 하락하면서 영향을 받았다. 최근 하락세인 한진그룹주는 이날도 우하향 흐름을 이어가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전해지면서 낙폭을 더 키웠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김종오 부장검사)는 같은날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 약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조양호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상속세 탈세 혐의는 이번에 포함되지 않았다.
조양호 회장은 부친인 고 조중훈 전 회장의 외국 보유 자산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상속세를 내지 않은 혐의로 국세청으로 부터 고발돼 검찰 조사를 받아왔다. 조 회장과 그의 남매들이 납부하지 않은 상속세는 5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당국 수사도 이어지면서 메리츠금융그룹 내 다른 상장 기업 주가도 하락세를 보였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이날 주가(종가기준)는 1만3400원으로 전고점인 지난 2월5일(1만7300원) 대비 29.1%(3,900원)나 떨어졌다. 이어 메리츠화재(-0.26%)도 내림세를 보였다.
특히, 메리츠금융그룹 지주사와 계열사의 주가 동반 하락은 전년 대비 실적 부진(메리츠종금증권 제외)과 한진그룹 사태 영향때문인데, 올 1분기 분기순익 사상최고를 거두며 승승장구하던 메리츠종금증권의 주가 급락이 뼈아픈 대목이다.
조정호 회장은 한진그룹 창업자인 고 조중훈 회장의 4남으로 조양호 회장의 동생이다. 한진그룹 일가의 갑질 행보 외에도 횡령, 배임 혐의 등 까지 겹치면서 검찰 수사는 범(凡)한진가로 번져 있는 상황이다.
실제 검찰은 탈세혐의로 지난달 24일 조정호 회장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했고, 다음날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과 조정호 회장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탈세 자산 소재지가 프랑스 파리 소재 부동산이라고 밝혔다.
조정호 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간 관계는 복잡하게 얽혀있다. 두 형제는 지난 2008년 계열사 분리 및 승계 과정에서 법적 다툼을 벌였으나 2011년 서울고법이 제시한 화해 권고안을 양측이 수용하면서 소송이 일단락됐었다.
계열사를 분리할 때는 조정호 회장의 주식자산이 형제 중 1450억 원으로 가장 적었으나 현재는 1조 원이 넘는 자산으로 형제 중 가장 많다. 업계에서는 현재는 한진가문 소속이라는 이미지가 거의 사라지고 독자적인 가문을 일군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조양호 회장이 이끄는 한진그룹은 자녀가 경영을 맡는 친족경영을 택한 반면 조회장의 메리츠금융그룹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택해 인재 중심의 사업을 펼쳤다. 2013년 재상장한 메리츠금융지주는 시초가(6500원) 대비 100% 이상 상승한 현재 1만3,200원에 거래되고 있고, 855원이었던 메리츠종금증권은 현재 3,415원에 거래되고 있어 300% 치솟은 주가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주가 상승 동력으로 메리츠만의 금융전문성과 확실한 실적을 꼽는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552억원으로 전년보다 40.0%(1014억원) 늘었다.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3551억 원으로 전년보다 37.7% 증가했다. 메리츠캐피탈은 709억원으로 전년보다 두 배로 뛰었다.
반면, 그룹의 성장동력인 메리츠종금증권의 성과에 대한 비판적 견해도 있다. 지난해 주요 증권사 중 가장 이·퇴직률이 높았던 증권사는 메리츠종금증권이다. 성과주의에 초점을 맞춰 계약직 비중을 늘린 만큼 이직률이 높고 불완전판매나 내부통제 같은 문제가 언제든 불거져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지난해 이·퇴직률은 22%다. 전체 직원의 5분의 1이 넘는 인원이 바뀐 것이다. 주요 증권사의 평균 근속연수는 10년 정도에 불과한데, 메리츠종금증권처럼 계약직 비중이 높은 곳의 경우에는 근속연수가 5년 내외로 더욱 짧다.
실제로 지난 1분기 말을 기준으로 한 메리츠증권의 비정규직 비율은 63%에 달한다. 주요 10대 증권사의 비정규직 비율이 21% 수준이라는 점과 비교할 때, 현저히 높은 수치다.
노동계 관계자는 “3~4년 전 메리츠증권에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있었는데 사측의 전방위적인 탈퇴 압박 때문에 지금은 사라진 상황”이라며 “회사가 정규직 영업사원을 대규모로 해고하고, 이들을 3개월 단위 계약직으로 채용하면서 비정규직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일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주가와 관련해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금융 수익 비중이 높았던 메리츠종금증권이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 정책의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조세포탈혐의에 따른 오너리스크까지 갑자기 부각되면서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황동현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