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명의 직원을 거느린 세계 최대 게임개발사 중의 하나인 번지소프트가 '데스티니 가디언즈' 출시를 앞두고, 2일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파르나스 호텔에서 미디어 공개행사를 가졌다. 퍼블리셔인 블리자드 코리아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미디어 엠바고 등 철저히 언론노출을 통제해 많은 언론이 ‘신작’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지켜봤지만, 결국 공개된 것은 ‘데스티니2’의 한글판 확장팩이었다.
월드와이드 버전인 '데스티니2'는 이미 작년 9월에 출시되었지만, 전작과 마찬가지로 한국어 버전 없이 영어/일본어 등 외국어 버전만 출시해 국내 게이머의 원성을 자아낸 바 있다. 결국 1년 만에 한국어 버전을 출시하면서, '데스티니2'가 아닌 '데스티니 가디언즈'로 명칭만 바꾼 채 출시되는 것이다.
'데스티니2'는 '헤일로'시리즈와 '데스티니'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번지소프트가 개발한 MO-FPS(멀티플레이 1인칭 슈팅게임)다. 특히 엑스박스 전용 게임인 '헤일로' 시리즈는 엑스박스의 '킬러콘텐츠'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아, 총 6천5백만장이 팔리고 3.4조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한편, 오리지널 '데스티니'는 발매 초기의 열광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스토리텔링과 DLC없이는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할 수 없는 구조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IGN 7.8/10, 메타크리틱 76/100 등 비교적 호의적인 평가를 내린 사이트가 있는 반면에, 게임스팟 6/10, 폴리곤 6/10 등 AAA급 게임 중 최하 등급을 매긴 사이트도 적지 않았다.
'데스티니2'는 콘솔용으로만 판매되었던 '데스티니'와 달리 윈도우용으로도 출시되었지만, 북한, 수단, 미얀마 등과 함께 한국은 출시 제외 국가로 분류되어 국내 유저의 외면을 받았다. 지금까지는 '헤일로' 시리즈, '데스티니' 등 콘솔의 인기 게임 개발사여서, PC 게임이 중심인 한국 시장을 등한시 하는 것은 국내 유저 사이에서도 어느 정도 이해되는 분위기였지만, PC용 '데스티니2'에서조차 한국이 미출시 국가로 분류된 점은 여러 가지 의문을 자아냈다.
제리 후크(Jerry Hook) 번지소프트 글로벌라이제이션 총괄은 작년 윈도우 버전의 한국 미출시에 대해, "한글화 하는데 시간이 걸렸고, PC방 등 한국의 독특한 문화에 맞추느라 늦었다" 라고 했다. 일본어판을 포함, 러시아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을 먼저 준비하느라 한국어가 우선 순위에서 밀렸다는 얘기다.
9월5일로 예정된 '데스티니 가디언즈' 출시에 대해서는, 한국어버전 출시로 번지소프트의 화려한 FPS 액션을 한국 유저들이 많이 즐기길 바란다고 했다. 특히 음성 또한 호화 성우진을 기용하여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게 했다고 강조했다. 참고로 풀보이스 지원은 일본어 등 기타 언어에는 이미 1년 전에 적용된 바 있다.
현재 구미에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DLC 등 가격정책에 대해서는, 초기 DLC 2개와 새 DLC '포세이큰'을 포함한 에센셜 컬렉션을 45,000원에, 그리고 에센셜에 연간이용권과 한정 아이템을 추가한 컴플리트 에디션을 85,000원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데스티니2'도 '데스티니'와 마찬가지로 초기 DLC를 구입하지 않으면 새 DLC의 콘텐츠를 제대로 즐길 수 없는 제한이 있었으나, 한국판은 DLC를 묶어 넣어 그런 비난을 아예 잠재운 셈이다. 또, 이날 소개된 '연간이용권(Annual Pass)'은 앞으로 발행될 DLC 3개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티켓으로, 말하자면 '시즌패스(Season Pass)'다.
블리자드 코리아 정동진 사장은 "데스티니 가디언즈는 블리자드가 퍼블리싱하는 첫 번째 타사 타이틀”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1년 전 출시된 타이틀을 들여와 판매하면서, 한글화했다는 사실만으로 오버워치나 배틀그라운드와 경쟁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유저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한글화만 했다고 한글서 살아남을까?”, “끝물인데 가격 다 받을 건가?” 등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프로의 가격 정책 등으로 인해 해외 게임업체의 ‘봉’이라는 자괴감에 빠진 국내 게이머들 사이에는 긍정적인 반응은 찾기 드물다.
김형석 게임전문기자 game@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