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전자기기 부품, 자동차산업은 엔저 현상을 반기는 반면 전력회사, 소재산업, 식료품 업계 등은 다소 불리한 상황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국내 수출기업들은 기술·품질 등의 비가격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해외시장에서 엔저에 적극 대응해야 할 것으로 전망됐다.
코트라 나고야 무역관에 따르면 일본 전자기기산업은 자동차와 더불어 일본 대표 수출산업이었으나 3조엔이 넘었던 수출액은 지속되는 엔고 때문에 2012년도 5500억엔으로 크게 감소했다. 엔화 약세로 돌아서면서 2013년도에는 업계의 70% 정도는 수익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전자기기 부품(스마트폰용 부품, 메모리 등)은 엔저로 수익 악화가 많이 개선되고 있다. 미에 현에 있는 도시바 메모리 공장은 작년 여름 시장상황 악화로 생산량을 30%나 줄였으나, 엔저로 최근 출하 확대 기조가 나타나고 있다.
반면에 파나소닉, 히타치 등의 대기업들은 지속되는 엔고 기조 속에서 해외 생산거점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기 때문에 엔저에 따른 혜택이 한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들은 이미 환율 프리(환율 변동 방어) 체제를 구축한 상태이다.
최근 몇 년간 엔고로 고통받던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은 엔저 덕분에 수익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1달러당 100엔 수준이 유지된다면, 올해 상용차 7개 사의 영업이익은 합계 4000억 엔 이상 상승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해외 생산거점을 크게 확대하던 자동차업계의 분위기는 바뀌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수시장 성장세가 둔화됐고, 향후 신흥국시장에서 더 효율적인 물량 공급을 위해서는 ‘현지생산 현지 소비체제’를 갖춰야 한다.
도요타 등 일본 주요 완성차 메이커들은 엔저에 의존하는 것 또한 리스크를 동반하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생산체제를 만들어갈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력회사, 화력발전용 연료비 부담 크게 증가
엔저가 심화되면서 해외로부터 조달하는 화력발전용 연료비가 크게 증가했다. 특히, 원자력발전소가 장기간 정지해 있기 때문에 이를 대체하기 위해 오키나와를 제외한 전력 9개 사의 연료비는 2012년에 10년도 대비 3조5000억 엔이나 증가했다.
본래 전력회사는 연료비 조정제도를 이용해 연료비 증가를 전기요금에 반영할 수 있으나, 원자력발전의 대체로 가동된 화력에 대해서는 연료비 증가분을 전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부전력은 환율 예약제도를 실시하고, 도쿄전력은 연료비 절감을 위해 4월부터 도쿄가스 등과 LNG 상호 융통을 실시하는 등 대책을 마련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북미산 셰일가스 조달 프로젝트에 참가해 조달처를 다양화하고 안정적인 공급 확보를 노리고 있다.
철강업계는 엔저로 철강석이나 석탄의 구입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생산량의 절반 정도는 수출용이기 때문에 수익 증가요인이 되기도 함. 따라서 환율 변동의 영향이 크게 나타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화학, 제지, 시멘트 업계 등은 고객과의 가격 인상을 교섭 중이다. 그동안 수입 제품과의 경쟁 때문에 원료 가격의 상승에도 가격 인상이 어려워 수익이 많이 악화됐다. 엔고 수정으로 일본 내 기업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엔저의 수혜를 받기 어려운 건설업계 등에서는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이 나타남. 생산설비의 해외 시프트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원료비 상승분에 대한 업계 간 가격 인상 협상이 더욱 심화될 것임.
수입 의존도 높은 식료품산업, 엔저 피해 불가피
일본의 식료품 자급률은 칼로리 환산으로 39%(2012년 기준) 수준으로 식재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13년도의 환율이 1달러당 100엔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2012년도 대비 4436억 엔의 수익 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엔저의 영향을 받기 쉬운 내수제의 식품산업이지만, 수입 가격의 증가분을 해외 판매 확대로 상쇄시키기 위해 엔저의 메리트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도모하는 기업도 있다.
또한, 마루하니치로의 고가의 유채유 대신 팜유를 증가시켜도 맛이 변하지 않는 후라이 제조법, 켄코의 기름 함유량을 30%나 줄인 마요네즈 등 기술 혁신을 통한 비용 절감으로 불리한 시장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코트라는 “일본 기업들은 해외 생산거점 확대, 기술 혁신 등을 통해 엔고·엔저 등과 같은 환율 변동에 크게 휩쓸리지 않는 안정적인 생산시스템 구축에 힘쓰고 있다”면서 “엔화 가치가 빠른 시기에 하락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해외시장에서 일본 기업들과의 수출 경합도가 높은 국내기업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엔저 기조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국내 수출기업은 적극적인 환리스크 헤지를 통해 가격경쟁력 하락을 최소화하고 기술·품질 등의 비가격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해외 수출시장에서 엔저에 적극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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