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브릿지투자증권의 인수를 원했던 상상인이 대주주 자격 승인심사 문턱에 걸리면서 사실상 인수무산 상태에 빠졌다. 또, 장기간 심사중인 금융당국에 대해서도 비판이 일고있다.
수년째 적자상태를 지속하고 있는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노사갈등으로 영업기반도 취약해진 상태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20여명이 회사를 떠나 108명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해 3분기까지의 당기순손실은 86억원이었다.
또, 인수대금 420억원 중 계약금 260억원이 이미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측의 채무를 갚는데 쓰인 상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법인인 상상인은 연초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인수를 사실상 백지화하고, 정리수순에 들어갔다
지난 15일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상상인과의 지분매각 계약 이행지체와 관련해 "매도인과 매수인은 2019년 4월 1일 자로 대상계약을 당사자들의 귀책사유나 손해배상책임 없이 해제하기로 한다. 이 경우 당사자들이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대상계약은 해제된 것으로 본다"고 공시했다.
이후, KTB투자증권이 경쟁력 확보 방안 모색을 위해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인수를 타진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었지만, KTB투자증권은 인수설을 즉시 부인했다.
또, 이달 초에는 네이버가 자회사 라인플러스를 통해 증권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이 인수 후보군 중 하나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네이버 라인플러스 측은 “증권사 인수는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상상인(옛 텍셀네트컴)은 지난해 2월 골든브릿지증권의 주식 2121만382주(지분율 41.84%)를 약 420억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5월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 서류를 신청했다.
지난해 8월 금감원은 유준원 상상인 대표가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혐의를 잡고 대주주 적격심사 중단을 통보했고, 금위회 증권선물위원회는 두달후 유 대표가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검찰에 참고사항으로 전달했다.
이후 금감원은 검찰 수사가 장기화할 것으로 판단, 11월 말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다시 나섰다. 그러나 심사가 재개된 지 약 한 달 만에 상상인은 골든브릿지투자증권에 주식 및 경영권 양수도 계약해제를 통보했다.
대상계약의 해제 이후 상상인은 골든브릿지에게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발행주식 1321만주를, 골든브릿지는 상상인에게 이미 지급한 매매대금을 반환하는 절차를 이행하기로 했다.
이로써 금감원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사실상 무의미하게 됐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노조는 금감원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관행을 지적하고 나선 상황이다. 노조는 지난 17일 금융감독원의 직무유기를 규탄하는 결의대회도 가졌다.
김호열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노조위원장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서 심사 기간을 60일로 정해놓은 것은 이해 관계자들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함임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이 10개월째 심사를 지연시킨 것은 감독권자로서의 권한은 무한 확장하고 책임은 회피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이 차라리 작년 인수 불가 결정을 내렸다면 골든브릿지는 다른 매수자를 찾았을 것”이라며 “증시부진에 업황이 다시 좋지 않은 상황에서 4월1일까지 변화가 없다면 다시 매수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상상인 측이 공식적으로 대주주 변경 신청서를 철회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적격 요건 충족 여부에 대해 금감원이 여전히 심사 중에 있어 막판 여지는 남아있는 상태다.
금감원 측은 "골든브릿지 관련 심사 기간이 아직 남은 상황이라며 혐의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의견을 미리 낼 수 없고 적법한 절차에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상상인의 인수철회 방침에 대해 노조의 주장은 “금융당국이 명확한 사유 없이 상상인 측을 압박하고 심사를 지연해 자진철회를 하게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앞서 금감원이 검찰 통보로 인수가 지연되며 상상인에는 압박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향후 금감원을 권한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이유로 상상인의 본연 업무에 대한 점검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지난해 상상인은 불공정 거래 의혹이 불거졌고 계열사인 저축은행을 통한 주식담보대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무자본 인수·합병(M&A)의 자금조달 통로로 악용되는 저축은행의 주식담보대출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컸다. 대표적인 저축은행이 상상인 계열의 두 저축은행 이었다.
정무위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무자본 M&A는 정상적인 기업 경영이라기보다 단기간 시세 차익을 노린 불공정 행위 가능성이 높다"며 "많은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상상인(과거 텍셀네트컴)이 최근 3년간 상상인저축은행,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등 2곳을 인수한 후 1조8925억원을 최고 24%의 금리로 주식담보대출했다"며 "기업 입장에서 심각한 금융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무자본 M&A 등에 악용됐을 우려가 높다"고 밝혔다.
당시 윤석헌 금감원장은 "무자본 M&A를 강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공시 강화나 불공정거래 적발 등을 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영권 매각과정에서 금융감독당국이 보여준 행정관행과 관련해 금융산업에 대한 당국의 관리와 통제 절차 전반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법상 심사 기간은 60일이지만 금감원의 내부 판단에 따라 실제 소요 기간은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다만, 대주주에 대한 자격요건은 자본시장법에서 별도로 분리해 지배구조법에서 다룰 만큼 엄격해지는 추세로, 정당한 이유없이 미루는 게 아니라면 금감원을 탓할 건 아니고, 금감원의 심사지연은 그 전에도 있었던 일라는 의견도 있다.
황동현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