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벤처기업인 간 간담회에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기업인들의 쓴소리가 쏟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오후 2시부터 80분간 청와대 본관에서 1세대 벤처기업인과 유니콘 기업인 7명을 초청해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참석자들은 과도한 규제가 혁신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다면서 역차별 문제와 반기업 정서, 주 52시간 근무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문제점과 건의사항을 가감없이 제기했다.
산업계에서는 대기업 총수들이 못했던 얘기를 벤처기업인들이 청와대에 거침없이 전했다며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이날 간담회에는 벤처 1세대 창업자 기업인으로 이해진(네이버), 서정선(마크로젠), 김택진(엔씨소프트)과 유니콘 기업 대표로 김범석(쿠팡), 김봉진(우아한형제들), 권오섭(L&P코스메틱), 이승건(비바리퍼블리카) 등이 참석했다.
고민정 부대변인은 이날 간담회 관련 브리핑에서 "벤처 1세대 창업자 및 ‘혁신성장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유니콘 기업인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서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부 정책과 성과를 점검하고, 보완․개선 과제를 논의하는 진솔한 자리였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형성된 혁신창업 열기를 제2의 벤처붐으로 확대·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벤처 1·2세대와 정부가 함께 논의하는 소통의 자리였다는 의미가 있다는 것.
권오섭 L&P 대표는 “많은 청년들은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저희는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에 해오던 구인광고를 하고는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구직자와 기업을 이어주는 취업방송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제안했고, “외국과 다르게 우리는 판매자와 제조자를 모두 기재해야 하는데 하나만 기재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규제는 네거티브 규제로, 미래지향적으로 바꿔야 한다”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은 “바이오헬스는 새로운 시장 창출이 가능한 4차산업혁명의 핵심 산업이다. 현재 한국은 우수한 인재, 뛰어난 IT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등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민간은 투명하게 운영하는 등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 그리고 규제는 네거티브 규제로, 미래지향적으로 바꿔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북한에는 우수한 과학인재들이 있다. 반면 의료환경은 열악하다"며 "북한의 의료문제 해결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바이오산업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산업 트레이닝 센터를 만드는 등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는 “정부의 지원책이 있을 때마다 시장경제를 왜곡시키는 것은 아닌가 우려를 하곤 했다. 지원을 하더라도 시장경제의 건강성을 유지시켜 주길 바란다”며 “다른 나라는 자국의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더 강고한 울타리를 만들어 타국기업의 진입이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거꾸로 해외기업이 들어오는 것은 쉽고 자국 기업이 보호받기는 어렵다. 정부가 조금 더 스마트해지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해진 네이버 GIO "국내기업과 해외기업에 적용되는 법안들이 동등하게 적용돼야"
이해진 네이버 GIO는 “경쟁사들은 모두 글로벌 기업인데 그들은 한국에서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 인터넷망 사용료나 세금을 내는 문제에 있어서 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국내기업과 해외기업들에게 적용되는 법안들이 동등하게 적용되었으면 한다”며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더욱 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기를 북돋워 주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자본이 시장에 들어왔을 때 스케일업이 중요하다. 국내 벤처캐피털들이 공격적으로 할 수 있게 해 주시면 좋겠다"며 "또한 정책 목적의 펀드가 많은데 잘 될 곳을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게 필요하다. 창업주들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운영할 수 있도록 살펴봐 달라”라고 당부했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유니콘 기업이 많이 생기려면 외자 유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걸 막는 것이 불확실성이다”라며 "한국 시장이 너무 작다는 편견과 규제의 폭과 해석이 자주 바뀌는 것 등"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이어서 “한국은 국민들의 높은 교육 수준과 더불어 소비자들이 새로운 제품을 받아들이는 속도 또한 빨라서 잠재력이 큰 시장이다. 그러므로 저러한 불확실성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주 52시간제가 급성장하는 기업에게는 규제로 작용"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핀테크는 워낙 규제가 많다 보니 외국 투자자들에게 설명만 하는 것도 시간이 걸린다. 또한 그들에겐 한국의 제도와 정책에 대한 구체적 데이터가 없다 보니 더 더욱 투자 유치를 받는 것이 어렵다”라며 규제혁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한 “엔지니어들의 부족으로 서로 다른 기업의 개발자를 빼오는 상황까지 연출된다”며 인재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서 “주52시간 근무의 취지는 알겠다. 하지만 급격히 성장하는 기업에게는 그것이 또 하나의 규제로 작용된다. 엄격한 관리감독이 이뤄지고 있는 곳들에게는 유연한 대처를 당부한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마무리 말씀에서 “반드시 새로운 분야의 혁신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제조업 혁신을 근간으로 해서 다른 분야로 확산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반기업 정서는 빠른 시간 안에 해소되리라 본다. 초기 큰 부를 이룬 분들이 과정에서 정의롭지 못한 것들이 있어 국민들의 의식 속에 반기업 정서가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최근의 기업들은 투명한 경영으로 여러 가지 성취를 이뤄내고 있다. 기업을 향한 국민들의 의식 개선은 금세 이뤄지리라 본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국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해 “한국에 대한 해외의 이미지 또한 많이 변화했고 계속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한국에 대한 불확실성이라는 것은 한반도 리스크일 텐데 그 부분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며 자신 있게 기업활동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에 있어서 장점보다는 단점들을 더 부각해서 보는 경향이 있어 속도가 지지부진한 것이 현실"이라며 "하지만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실적들이 나온다면 국민들도 규제 유무 차이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밝혔다.
한편, 재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반기업 정서는 빠른 시일 내 해소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정부가 앞장서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일은 과연 없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정부가 진정 혁신성장을 이루겠다면 자신감을 갖고 뛰어달라고 주문하기에 앞서 기업 현장에서 쏟아지는 고충을 정책과 법안으로 담아내야 한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고민정 부대변인과의 질의응답 전문이다.
- 기자 : 대통령 마무리 발언 중에 ‘반기업 정서’라는 표현이 나왔는데, 기업가들이 직접 반기업 정서에 대해서 토로를 한 과정에서 나온 답인가요, 아니면 대통령님이 직접 꺼내신 말씀인 건가요?
▲ 고민종 부대변인 : 기업가들이 먼저 말씀을 하셨고, 특히나 유니콘 기업도 그렇지만 벤처 1세대 창업주들 같은 경우는 자산 규모가 상당히 크죠. 그런데 이제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국민들이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라는 현실에 대한 고민들을 토로했습니다. 그래서 거기에 대한 대통령의 답변이 있었던 것입니다.
- 기자 : 정확하게 어느 기업가가 어떤 워딩을 하셨는지 조금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 부대변인 : 여러 분들이 말씀을 하셔서, 김봉진 대표도 하셨고, 이해진 GIO도 하셨고, 그리고 장병규 위원장님도 그와 비슷한 말씀을 하셨고, 그리고 김범석 쿠팡 대표님도 그런 말씀을 하셨고, 이게 한 분이 하신 말씀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 기준이 예전 30년 전의 기준을 지금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씀을 하시면서 좀 변화해야 되는 것 아닌가, 좀 더 크게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디딤판을 만들어줘야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제안들이 기업가들로부터 나왔습니다.
- 기자 : 혹시 주52시간제에 대한 유연한 대체를 강조했다고 하셨는데, 여기에 대한 답변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 부대변인 : 거기에 대해서도, 대통령께서 한 사람의 질문을 받고 거기에 대해서 답변을 하는 식으로 진행되지는 않았습니다. 거의 한 시간 넘는 시간 동안 참석하신 대표분들의 발언이 계속 이어졌고, 그 가운데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들 위주로 제가 지금 브리핑을 해 드린 것이었고,대통령 마무리 말씀은 마지막에 언급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한 분 한 분의 제안과 요청들에 대해서 구체적인 답변을 대통령이 다 주셨던 상황들은 아니었고, 그리고 “해당 부처에서도 잘 살펴봐라” 이런 얘기는 하셨습니다.
- 기자 : 조금 전에 한 질문의 보충 질문인데, 그러면 오늘 사실은 대통령께 기업들이 요구사항을 했잖아요. 그러면 그에 대한 피드백은 하나요? 예를 들면 어떤 요구사항이 있었으면 그것을 어떻게, 어떻게 하겠다든가 아니면 관계 부처에 요청했을 텐데, 그거에 대한 어떤 피드백을 하는 게 있나요?
▲ 부대변인 : 오늘 자리는 대통령만 계신 게 아니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님도 계셨고, 그리고 장병규 위원장님도 계셨고, 그래서 이런 분들께서 부처와 관련된 것들은 거기에 대한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당연히 그 자리에 배석을 하신 것이고, 해당되지 않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라든지 이런 곳은 또 해당 비서관실에서 전달할 예정입니다.
- 기자 : 그러면 어쨌든 거기에 대해서 나중에는 피드백을 주는 거죠, 결과에 대해서?
▲ 부대변인 : 청와대에서 하는 것은 아니고요.
- 기자 : 그러니까 그 부처에서,
▲ 부대변인 : 아마도 그런 것들이 이뤄질 것입니다.
- 기자 : 여섯 가지 유니콘 기업 중에 옐로모바일만 없는 것 같은데, 옐로모바일이 빠진 이유가 혹시 있을까요?
▲ 부대변인 : 거기는 최근에 기업 가치가 많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유니콘 기업이라는 게 10억 달러죠. 제가 자료를 여러분께 드릴 것인데, 유니콘 기업의 기준이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를 달성하는 경우에 유니콘 기업으로 선정이 되는 것인데, 추후에 다시 조사를 해서 10억 달러 밑으로 떨어졌다고 해서 빠지거나 이런 구조는 아닙니다. 그런데 옐로모바일 같은 경우는 최근에 기업 가치가 많이 떨어진 것으로 보여서 그곳은 빠진 상태로 진행이 됐습니다. 그리고 블루홀이죠, 크래프톤 같은 경우는 장병규 위원장님이 계시기 때문에….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