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CJ제일제당의 슈완스 인수 2년... 무르익는 이재현의 ‘글로벌 CJ’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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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CJ제일제당의 슈완스 인수 2년... 무르익는 이재현의 ‘글로벌 CJ’ 꿈
  • 양현석 기자
  • 승인 2020.11.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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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CJ그룹 최대 규모인 2조원에 글로벌 냉동식품기업 슈완스 인수
인수 초기 어려움 딛고 정상 궤도 진입... 코로나19로 냉동식품 인기 덕에 순항
미국 시장 슈완스 영업 시스템 활용해 ‘비비고’ 브랜드 공급... 시너지 본격화
미국의 대형마트에서 한 소비자가 아시안푸드 브랜드가 별도로 진열된 아시아푸드존에서 비비고 비빔밥 제품을 고르고 있는 모습.
미국의 대형마트에서 한 소비자가 아시안푸드 브랜드가 별도로 진열된 아시아푸드존에서 비비고 비빔밥 제품을 고르고 있는 모습.

 

이재현 회장이 늘 강조하는 CJ의 최종 지향점은 ‘글로벌 NO.1 생활문화기업’이다. 이는 2005년 미국 LA에서 이 회장이 글로벌 도약을 선언한 이후 15년 동안 CJ그룹의 지상과제가 됐다. 그러나 이 회장은 얼마 전까지도 CJ의 글로벌 성과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지부진한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에 모두가 목말라할 즈음인 2년 전, ‘글로벌 CJ’ 도약의 중요한 전기를 마련할 대형 발표가 나왔다. CJ제일제당이 글로벌 냉동식품 ‘탑 티어’ 기업인 슈완스를 인수하기로 한 것. 

슈완스 인수 후 2년이 경과한 지금, 그간 슈완스 자체와 슈완스를 통해 CJ제일제당의 제품들이 낸 성과를 보면 그룹의 맏형이 회장에게 웃음을 선사했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슈완스 인수 후 2018년 12월 이재현 CJ 회장이 미국 LA에서 주재한 글로벌 경영전략회의.
슈완스 인수 후 2018년 12월 이재현 CJ 회장이 미국 LA에서 주재한 글로벌 경영전략회의.

 

그날

2조원에 미국 냉동식품 선두권 기업 ‘슈완스’ 인수

2018년 11월 CJ제일제당은 미국 냉동식품 선두권 기업인 ‘슈완스 컴퍼니(Schwan’s Company)’를 인수했다. CJ제일제당은 2018년 11월 15일 이사회를 열고 슈완스 컴퍼니를 총액 18.4억 달러(약 2조원)에 인수키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슈완스 인수로 CJ제일제당은 미국 전역에 걸친 식품 생산·유통 인프라 및 R&D 역량을 갖춘 ‘K-푸드 확산 플랫폼’을 확보하게 돼 이재현 회장의 식품사업 철학인 ‘한국 식문화 세계화’를 실현할 기반을 갖추게 됐다고 자평했다.

조 단위 딜임에도 인수 조건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인수 이후 사업의 안정적 운영과 확장을 위해 기존 대주주로부터 지분 20% 재투자를 유치했다. 또 적자사업부인 ‘홈 서비스(Schwan’s Home Service)’를 인수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재무 부담을 낮췄다. CJ제일제당은 투자금액 중 13.4억달러(약 1.5조원)은 CJ헬스케어 매각대금 등 자체 보유자금을 활용하고 나머지 5억달러(약 5500억원)는 슈완스의 자체 차입을 통해 조달한다고 밝혔다. 

슈완스는 1952년 미국 미네소타주에 설립된 냉동식품 전문업체로 전국 단위 냉동식품 제조 인프라와 영업 네트워크 역량을 갖추고 있다. 특히 미국 내 17개 생산공장과 10개의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피자, 파이, 아시안 애피타이저 등 시장에서 네슬레 등 글로벌 식품기업과 시장점유율 1, 2위를 다툰다. ‘Red Baron’, ‘Tony’s’, ‘Edwards’, ‘PAGODA’ 등 대표 브랜드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인수 당시인 2018년 매출은 2조3000억원(홈딜리버리 서비스 사업 제외), 상각전이익(EBITDA)은 246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부터 CJ제일제당이 국내 시장에 수입 출시한 슈완스의 레드바론 딥디쉬 치즈피자.
올해부터 CJ제일제당이 국내 시장에 수입 출시한 슈완스의 레드바론 딥디쉬 치즈피자.

 

그후

세계 최대 시장 북미 공략 기반 확보... 레드바론 국내 도입 성과는 아쉬워

CJ제일제당의 슈완스 컴퍼니 인수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세계 최대 가공식품 시장인 북미를 본격 공략할 수 있는 추진력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CJ제일제당은 이전에 캘리포니아와 뉴욕, 뉴저지, 오하이오 등 5곳에 생산 기지를 갖고 있었는데, 스완수 인수를 통해 4배 이상인 22개로 대폭 확대됐다. 미국 전역을 아우르는 물류·유통·영업망도 동시에 갖춰지는 효과를 얻었다. 이에 따라 코스트코 등 일부 대형 유통채널에 집중돼 온 ‘비비고’ 등 기존 CJ제일제당 브랜드 제품들이 북미 시장에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기존의 만두 면 중심의 간편식 품목도 피자 파이 애피타이저 등 현지에서 대량 소비되는 카테고리로 확대되면서 향후 한식을 접목한 다양한 신제품 개발도 가능해졌다. 한식의 맛으로 차별화한 다양한 아시안 푸드로 식품사업 포트폴리오가 확장될 가능성을 확보한 것이다. 이들 제품은 슈완스의 본거지인 미국에 국한하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캐나다, 멕시코 등 인근 국가로의 시장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CJ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의 M&A였던 슈완스 인수는 그 여파로 초기 부채비율이 200%에 가까워지며 업계의 우려를 사기도 했다. 그러나 곧바로 슈완스의 매출 확대는 그 우려가 기우였음을 확인해주었다. 인수 후 첫 분기인 2019년 1분기 슈완스의 매출은 2403억원에 불과했지만, 2020년 1분기는 7426억원, 2분기에는 722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 슈완스의 주력 제품인 피자의 경우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상승하며 호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 시장에서의 선전과 달리, 슈완스 제품의 국내 도입 성과는 아쉬움이 남는다. 올해 1월 CJ제일제당은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냉동피자 시장에서의 우위를 확보하고자 슈완스의 냉동피자 브랜드인 ‘레드 바론(Red Baron)’을 국내에 출시했다.

레드바론은 미국 등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슈완스의 대표 냉동피자 브랜드다. CJ제일제당은 슈완스의 대표 제품을 국내에 선보여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꾀했다. 또한 기술 교류를 통해 기존 ‘고메’ 피자 라인업을 전면 업그레이드해 정체기에 접어든 냉동 피자 시장의 성장을 추진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그 첫 대상으로 ‘딥디쉬 치즈피자’의 국내 도입을 결정했다.

그러나 올 11월 현재 레드바론 제품을 국내 시장에서 찾기는 어렵다. 업계에서는 '지극히 미국적인 맛'이라 국내 피자 소비자의 취향과는 차이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은 “초기 시장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며 국내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부인한다. 다만, 코로나19로 미국에서의 냉동피자 수요가 급증해 국내에 들여올 물량이 없었다는 것.

사실 슈완스 냉동피자의 기술력은 제품 직도입 보다는 CJ제일제당 ‘고메’ 브랜드의 업그레이드에 사용되고 있다. 현재 CJ제일제당은 진천공장에 슈완스의 기술력을 반영한 새로운 ‘고메’ 브랜드 제품 라인을 증설 중이다. 올해 말 완공 목표인 이번 라인 증설이 완료되면 ‘오뚜기피자’에 밀린 냉동피자 시장에서의 CJ제일제당 ‘고메’ 피자의 반격이 예상된다.

슈완스 유통망을 통해 미국 주류 식품시장에 공급되는 비비고 제품들.
슈완스 유통망을 통해 미국 주류 식품시장에 공급되는 비비고 제품들.

 

앞으로

슈완스 유통망 탄 ‘비비고’ 브랜드, 미국 메인 스트림을 노린다

CJ제일제당이 슈완스를 인수한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슈완스가 이재현 회장의 식품사업 철학인 '한국 식문화 세계화’를 이루는 데 가장 필수적 국가인 미국을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케이컬쳐(K-Culture) 확산과 함께 ‘건강식’ 이미지의 ‘K-푸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 성장 가능성도 높다. 특히 미국은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한류에 대한 관심이 높고, 세계 최대 규모의 식품시장을 자랑하고 있어 CJ제일제당 입장에서는 전략적 의미가 큰 국가이다. 식문화 유사성 등으로 캐나다, 멕시코 등 인접국가로까지 ‘K-푸드’를 확산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CJ제일제당은 슈완스 인수 이전에도 미국 식품기업인 애니천(2005년), 옴니(2009년), TMI(2013년), 카히키(2018년) 등을 인수하면서 미국 시장을 공략해왔다. 이후 ‘비비고 만두’를 중심으로 한 냉동만두에 초점을 맞춰 사업기반을 다졌고, 선제적 투자를 통해 현재 서부와 동부의 주요 도시에서 냉동만두, 냉동간편식, 면 등을 생산하고 있다. 2016년에는 캘리포니아에 R&D센터를 구축하며 차별화된 기술 기반의 ‘K-푸드’ 식문화 전파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슈완스의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끝내고 본격적인 미국 주류 식품시장 공략에 나섰다. CJ제일제당은 미국 전역에 그로서리 유통 채널을 보유한 슈완스의 영업망을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고 지난 10월 22일 밝혔다.

비비고는 현재 미국에서 5년째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만두를 필두로 ‘한식 대표 브랜드’의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이전까지는 코스트코(Costco) 중심의 유통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슈완스 인수 이후 슈완스의 유통망을 타고 미국 대표 유통채널인 월마트(Walmart)·크로거(Kroger)·타깃(Target)과, 푸드시티(Food city)·하이비(HyVee) 등 중소형 슈퍼마켓까지 지속적으로 입점 매장을 확대해갔다. CJ제일제당은 이번 유통망 시스템 구축으로 향후 미국 전역에 3만개 이상 점포에서 미국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CJ제일제당은 미국 내 K-푸드를 비롯한 아시안푸드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에서 아시안푸드 인기는 날로 높아지는 반면 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업이나 브랜드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슈완스의 아시안푸드 카테고리 매출도 올해 10월 기준 연간 매출이 2018~19년 동기간 매출 대비 22.5% 증가했으며 이는 전체 냉동식품 성장률의 2.5배에 달한다.

이에 따라 CJ제일제당은 올해 초부터 슈완스와 협업해 일부 매장에 K-푸드를 대표하는 비비고를 비롯해 카히키(kahiki, 아시안 냉동식품 브랜드), 파고다(PAGODA, 아시안 스낵 브랜드) 등 아시아 스타일의 브랜드 제품들을 함께 진열하는 ‘아시안푸드 존(Zone)’을 별도로 만들어 소비자 반응을 살피고 있다.

또한 슈완스와 협업을 통해 한식을 비롯한 아시아푸드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지속 확장할 계획도 세웠다. 특히 내년까지는 만두, 피자, 햇반 등 전략 카테고리에 집중하고, 2022년부터 상온 가정 간편식으로 영역을 확대해 미국 사업 대형화를 이끌 방침이다.

줄리 프란시스 슈완스 컨슈머브랜드 부문장은 “슈완스 유통망을 통해 CJ제일제당의 제품들이 미국 전역에 공급되면서 양사가 더 큰 기회를 갖게 됐다”면서 “CJ제일제당이 보유한 최고 수준의 식품제조 R&D 역량과 노하우가 슈완스의 영업력과 결합돼 냉동식품시장에서 확실한 경쟁 우위를 갖고 글로벌 No.1 식품기업의 비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슈완스 인수 2년을 맞아 국내에서는 슈완스 기술력을 도입해 생산라인 교체 및 증설로 ‘고메’ 브랜드 업그레이드를 노리고, 해외에서는 슈완스의 영업망을 활용해 미국 시장 중심으로의 침투를 시작하고 있다. 식품업계의 삼성전자라 불리는 CJ제일제당의 슈완스 인수 시너지는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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