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 기업공개(IPO) 준비 중, 내년 시장경쟁 한층 가열 전망
- 전산장애 방지 등 금융사고 발생 방지할 리스크 관리 역량 제고 과제
1년 전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앞세운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인터넷은행특례법상의 최대보유 한도에 해당하는 지분 34%를 보유하며 일반 기업이 은행의 대주주가 되는 첫 사례가 됐다.
2006년 인터넷 서비스업체 아이위랩(IWILAB)으로 출발한 IT기업 카카오는 재계 23위로 올라서며 파죽지세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카톡의 거대 회원들을 발판으로 키워온 카카오뱅크의 성장은 그룹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출범 초기만 해도 과연 흑자에 성공할 수 있을지 우려를 자아냈지만 이를 증명하는데 3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카카오는 이를 바탕으로 증권, 보험 등 금융사업을 확장해 나가며 기존 금융권을 위협하는 금융거인으로 성장해가고 있다.
카카오는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케이뱅크, 네이버, 토스 등 경쟁사들도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는 카카오가 누리고 있는 선점효과가 점차 도전을 받으면서 기존 금융권을 포함해 경쟁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금융회사의 불안한 전산시스템은 고객정보 누출, 해킹, 대형 금융사고 등과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철저한 리스크 관리역량과 금융소비자 보호 시스템 구축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그날
카카오, 은행을 품다···일반 기업이 은행 대주주가 된 첫 사례
2019년 11월 22일,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최대주주에 올랐다. 카카오는 한국투자금융지주로부터 카카오뱅크 지분 16%를 매입해 인터넷은행특례법상의 최대보유 한도에 해당하는 지분 34%를 보유하게 됐다.
앞서 그해 4월 카카오는 금융위원회(금융위)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다. 그런데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점이 발목을 잡았다.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이 인터넷은행의 지분 10%를 초과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부실금융기관의 최대주주가 아니면서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금융위는 김 의장이 심사 대상인지에 대한 법령해석을 요청했다. 법제처는 카카오의 최대주주지만 카뱅 주식을 직접 보유하지 않은 김 의장은 대주주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렸다.
금융위는 지난해 7월 정례회의를 열고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주식보유한도 초과보유를 승인했다. 이는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소유 제한) 규제 완화의 내용을 담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통과 후 일반 기업이 은행의 대주주가 되는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올해 2월 대법원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 그후
은산분리 예외 수혜 톡톡...은행과 증권, 보험사 아우른 재계 23위로 '폭풍성장'
"카톡 왔숑~”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으로 시작한 카카오는 은산분리 예외 적용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며 파죽지세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0년 만에 재계 23위(지난해 말 공정자산 기준)로 폭풍 성장했다. 시가총액은 약 33조원으로 국내 10위, 계열사는 97개(지난 5월 기준, 공시 대상 기업집단 지정 현황)를 거느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카톡의 거대 회원을 발판으로 키워온 카카오뱅크의 성장은 그룹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출범 초기만 해도 과연 흑자에 성공할 수 있을지, 많은 시일이 걸리리라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는 3년이 채 되지도 않았다. 카카오는 은행의 성공을 기반으로 증권, 보험 등 전방위로 금융부문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장외 몸값이 40조원에 달하는 카카오뱅크는 내년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11월 중 국내외 증권사로부터 IPO 주관 제안서를 접수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11월 17일 이사회를 열고 25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보통주 유상증자를 결의하는 등 자본금 확보에도 나섰다. 주식 배정 대상은 홍콩계 사모투자펀드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 지난달 27일 이후 카카오뱅크의 유상증자 규모는 총 1조원에 달한다. 유상증자 완료 이후 카카오뱅크의 올해 말 예상 납입자본은 2조8256억원이 된다.
카카오뱅크의 몸값도 치솟아 카카오뱅크에 2500억원을 투자한 글로벌 사모펀드 TPG는 카카오뱅크의 기업 가치를 10조원대로 평가했다. 실적 공개로 카카오뱅크 몸값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올해 3분기 카카오뱅크의 당기순이익은 406억원으로 전년 동기(58억원) 대비 600%나 늘었다.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154억원)보다 458% 증가한 859억원을 거뒀다.
2014년 9월 출시된 카카오페이는 국내 최초로 온라인 간편결제 서비스를 선보였다. 2017년 4월에는 독립법인으로 출범했다. 올해 3분기 카카오페이 거래액은 17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47조원 규모다.
카카오페이는 이보다 앞서 내년 상반기 IPO에 도전할 예정이다. 카카오페이는 KB증권, 골드만삭스, 삼성증권, JP모간을 대표 주간사로 선정한 상태다. 카카오페이는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해 올해 2월 카카오페이증권을 출범시켰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출시 반년 만에 누적 계좌 개설자 수 200만명을 넘어섰다. 카카오페이는 디지털손해보험사 설립도 추진 중이다.
◆ 앞으로
네이버, 토스 등 업계경쟁격화····리스크관리, 금융소비자 보호 역량 강화 과제
카카오는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경쟁사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케이뱅크는 근래 아파트 담보대출(아담대) 상품의 흥행을 이끌며 1년간의 부진을 씻는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2017년 출범한 케이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 1호로 주목받으며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으나 자본확충 문제가 발목을 잡아왔다. 케이뱅크의 설립을 주도한 KT의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됐지만 이문제가 해결되면서 본격적인 성장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대주주인 BC카드, 우리은행 등과 연계한 시너지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페이를 운영하는 네이버파이낸셜은 이달 초 BC카드와 제휴해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온라인에서만 결제가 가능했던 네이버페이가 오프라인 결제 시장에 진출하며 양사의 경쟁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 1위인 삼성페이는 독자적 마그네틱보안전송(MST) 기술을 갖추고 있다. 영업점과 별도의 가맹 계약 없이도 단말기에 휴대폰을 대면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토스는 내년 초 증권업 진출을 예고했다. 토스준비법인(토스증권)은 지난 18일 금융위원회로부터 금융투자업 본인가를 받았다. 토스증권은 카카오페이증권과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예비인가를 받은 토스뱅크는 내년 본격적인 출범을 앞두고 있어 인터넷전문은행의 3국시대를 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빠른 성장을 뒷바침하는 리스크 관리역량과 금융소비자 보호 시스템의 단단한 구축은 풀어야 할 과제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11일 빼빼로데이 결제 폭증으로 일부 서비스가 11일 오전 10시부터 5시간 동안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카카오페이 측은 별다른 공지사항을 게시하지 않으면서 이용자들은 결제·송금 서비스 이용에 큰 불편을 겪었다. 이 때문에 포털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금융회사의 불안한 전산시스템은 고객정보 누출, 해킹, 대량 금융사고 등과 직결되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
최근 카카오페이는 설립 후 3년이 지나도록 부가통신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부가통신사업자는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다. 부가통신사업자는 반드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해야 한다. 이를 어길 시에는 전기통신사업법 96조에 의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받는다. 카카오페이는 뒤늦게 등록을 마쳤다. 카카오뱅크 또한 부가통신사업자 신고 없이 영업한 것으로 나타나 등록 신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올해 3월 카카오톡 출시 10주년을 맞아 직원들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를 통해 “카카오의 지난 10년이 ‘좋은 기업(Good Company)’이었다면 앞으로 10년은 ‘위대한 기업(Great Company)’으로 이끌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기업이 선한 의지를 갖는다면 확실히 더 나은 세상이 되는 데에 더 근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사회 문제에 관심을 많이 갖고 더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그의 선언과 생각이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박소연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