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재 치른 은평구 진관사에서 조용히 엄수…장례절차 마무리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별세한 지 100일째인 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 속에 직계 가족이 100일재((百日齋)를 치렀다.
재는 고인이 별세한 뒤 불승(佛僧)에 공양을 올려 공덕을 닦는 불교 의식이다.
유족은 이날 오전 9시45분 서울 은평구 소재 진관사를 찾았다. 진관사는 불교 종단 조계종 소속 사찰로, 역사가 1700년 이상인 '천년고찰'로 유명한 곳이다.
이날을 끝으로 이 회장에 대한 장례 절차는 마무리됐다. 불교식으로는 100재까지 지내면 상례를 끝내는 '탈상(脫喪)'이 된다. 홍 전 관장은 원불교 신자로 잘 알려졌지만 유족은 고 이 회장의 상례를 불교식으로 했다.
영결식과 49재(지난해 12월12일) 때와 마찬가지로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은 흰색 상복 차림으로 검은색 승합차에서 내렸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뒤를 이어 각자 검은색 세단을 타고 도착했다.
삼성가에서는 홍라희 관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 등 직계가족 4명만 참석했다. 지난달 31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5인 이상 집합금지가 설 연휴까지 2주간 연장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치러진 49재에는 총 12명의 직계 가족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작년 12월12일까지 7일마다 열린 49재에는 모두 참석했다.
홍 전 관장은 100일재를 위해 준비 중인 스님들을 향해 합장하며 잠시 인사를 나누며 입장했다. 이 부회장이 구속 수감 상태라서 참석하지 못한 대신 이 부회장의 아들이 홍 관장의 곁을 지켰다.
100재는 오전 10시부터 비공개로 진행됐다.
진관사에 마련된 이 회장의 위패 옆에는 장인인 홍진기 전 내무부 장관과 장모인 김윤남 여사, 형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 등의 위패가 함께 봉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관장은 2017년 7월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해운정사를 찾아 이 회장과 이 부회장을 위한 수륙재(水陸齋)를 지낼 정도로 불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은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쓰러진 이후 삼성서울병원에서 지내다 지난해 10월25일 향년 7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의 장지는 조부모와 증조부가 잠든 경기도 수원 선영이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은 가족들에게 별도의 메시지를 전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구속 사흘만인 지난 21일 변호인을 통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본연의 역할을 다해달라”는 부탁의 말을 전했다. 이후 지난 26일에는 전 계열사 사내 게시판을 통해 “삼성은 가야 할 길을 계속 가야 한다”며 임직원을 격려야고 당부의 말을 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은 “삼성 가족 여러분, 저의 부족함 때문에 다시 걱정을 끼쳐드리게 되었다”면서 “너무 송구하고 너무 큰 짐을 안겨드린 것 같아 정말 죄송한 마음”이라고 착잡한 심경을 전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