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세권 고밀개발 등에서 부지확보 위한 뚜렷한 방안없어 현실성 결여 지적도
- 일부 전문가, 개발반대하는 토지주의 경우 땅 빼앗길 수도...위헌소송 봇물 터질 수도
많은 국민이 주목해온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이 발표됐다. 4일 당정 협의를 거쳐 확정된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은 완전히 다른 새로운 방식을 동원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번 2.4대책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24번이나 내놓은 시장억누르기, 세금폭탄, 규제일변의 대책과 달리 공급을 강조한 면에서 긍정적인 면을 찾을 수 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과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이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사업지 내 주택과 땅 소유자가 설립한 조합이 주도하는 재개발·재건축과 달리 공공기관이 직접 사업을 추진, 신속히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LH나 SH 등 공공기관이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등의 땅을 확보해 고밀개발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방식이다.
두 방식 모두 사업지 내 땅과 주택 소유자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사업 추진에 필요한 동의 요건을 완화하고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와 함께 각종 도시규제 완화 혜택을 부여한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서 부지확보를 위한 뚜렷한 방안이 없고, 실현 시점도 너무 멀고, 10~15년이 걸리는 3기 신도시 물량을 포함해서 전체 공급물량을 크게 늘리고, 일부 대책은 이미 시행 중인 대책과 차이점이 없어 현실성 없는 재탕대책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일례로 역세권 고밀개발의 경우 지주 및 건물주들의 동의를 얻는 데만 수십년이 걸릴 수 있는 문제다. 서울의 역세권은 대부분 상업지역으로 상가건물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과연 지주 및 건물주들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월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상업용지 지위를 버리고 공공기관에 토지를 매각할 지 의문이 든다.
또한 상업용지 1평(3.3m2)에 국단적인 경우 토지주가 수십명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건물도 마찬가지다. 건물주의 사망 등으로 다수의 자손들에게 유산으로 물려주는 일이 2~3차례만 반복되도 토지주와 건물주가 수십명에 이를 수 있다. 이게 현실이다. 이들을 일일이 찾아 설득하고, 동의를 얻는 데만도 하세월이다. 발빠른 민간시행업자가 해도 동의서 받는 데만 수년이 걸릴 일을 공공기관이 일사천리로 처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현실성이 없다.
더구나 아파트단지의 경우 부지가 어마어마하게 필요한데, 그 토지주들의 이해관계를 모두 맞추어 용지를 매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위헌소지도 다분하다. 주민 3분의 1이 반대해도 정부가 사업을 강행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자신의 뜻에 반해 억울하게 땅을 뺏기는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사회주의적 발상에 가깝다며 토지 등 사유재산을 뺏기는 피해자가 나오면 위헌 소송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고, 이로 인해 사업이 지지부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재건축의 경우 시장의 반응을 좀 더 봐야겠으나 재개발의 경우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서울 주요 지역의 재개발 단지들이 ‘공공재개발’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이나 이촌동 일대의 재개발 단지들이 공공재개발에 시큰둥한 것은 추가 공급분의 50%를 임대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인데,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도 이와 크게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전문가는 2.4대책의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앞서 나온 ‘공공재개발’의 재탕에 가깝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서울의 외곽지역이나 지방도시의 재개발사업에는 공공재개발 또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통해 사업진행 가능성이 커보이나 공급물량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2.4대책에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전세대책이 빠진 것은 유감이다. 현재 부동산시장 과열은 임대차3법으로 인한 전세물량의 급감이 큰 원인이다. 전세가격이 안정되어야 비로소 매매가격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데 현재 대책으로는 전세안정대책이 없어 불안요소가 여전히 남아있다.
또한 시장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등의 중과세 완화 조치가 빠진 것도 이번 25차 대책이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들게 한다.
방형국 기자 re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