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사, 지난 1월에도 인수자금 마련위한 정관 변경안에 반대...산은·대한항공 '당혹'
정부주도의 통합항공사 출범에 국민연금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분석
국민연금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기를 들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주주권익이 침해됐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는 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으나 국민연금이 연속으로 반대표를 던지면서 엇박자를 내는 꼴"이라며 "주주권익 침해로 규정짓는 국민연금의 판단은 '항공 빅딜'과 관련한 각종 논란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말했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는 전날 오후 회의를 열어 대한항공 이사회가 제안한 안건 중 조원태 사내이사, 임채민 사외이사 선임안에 대해서는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대한항공 정기주총은 오는 26일 개최된다.
수탁위는 반대 이유에 대해 "이들이 이사로 선임되면 아시아나 인수계약 체결과정에서의 실사 미실시, 계약상 불리한 내용 우려 등 주주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의무가 소홀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국민연금이 양대 항공사 통합과정에서 주주권익 훼손을 우려한 기존 입장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지난 1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임시주총에 상정한 정관 변경안에도 반대한 바 있다. 당시 국민연금은 안건 반대 사유로 "아시아나에 대한 실사없이 인수를 결정한 점, 아시아나의 귀책 사유를 계약해지 사유로 규정하지 않아 계약 내용이 대한항공에 불리할 수 있는 점 등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의 잇단 반대표에 대한항공은 물론 인수를 주도했던 산업은행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2대주주이면서 국민연금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이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클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8.11%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과 특수관계인(31.13%)에 이은 2대 주주다.
주주권익 침해를 주장하는 국민연금의 판단은 '항공업계 재편'이라는 산업은행의 통합 명분을 희석시킬 뿐 아니라 부정적인 여론을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선 임시주총 정관 변경안은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출석 주주 70%의 찬성을 받아 통과됐지만, 국민은행의 두 번째 '반기'가 오는 26일 정기주총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이목이 쏠린다.
김명현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