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배터리⑤] 국내 배터리3社의 돌파구는 '초격차' 기술개발…전고체 배터리가 '게임 체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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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K-배터리⑤] 국내 배터리3社의 돌파구는 '초격차' 기술개발…전고체 배터리가 '게임 체인저'
  • 장경윤 기자
  • 승인 2021.03.3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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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튬이온 배터리가 대세인 전기차 배터리 시장…차세대 배터리는 '전고체 배터리'
- 고밀도 충전 가능하고 화재 위험 적어…동시에 개발도 어려워 '꿈의 배터리'라 불리기도
- 도요타, 폭스바겐 등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선제적으로 뛰어 들어…국내 배터리3사도 개발에 매진

세계 시장을 호령하던 배터리산업이 전례없는 위기다. 중국 경쟁사들은 무서운 속도로 쫓아오고 있다. 이젠 LG엔솔,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이른바 배터리 3사 스스로 가격, 품질 모두 중국産의 우수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대형 고객인 자동차업체들은 배터리 내재화를 경쟁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배터리업체로서는 수십년을 투자해 이제 좀 먹고살만하니 고객이 뒷통수를 치고 갑자기 경쟁사로 변한 셈이다. LG-SK갈등은 해결 가능성보다는 시간이 갈 수록 골만 깊어지고 있다. 총리실 등 정부의 중재도 소용없다. 사생결단의 분위기다.

차세대 배터리라는 전고체배터리는 일본, 미국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다. 아직도 국내 배터리3사는 20년이상 가져온 근거없는 자신감에 취해있어 상황파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위기의 배터리산업. 5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현재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맞닥뜨린 상황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배터리 업체들의 주요 고객사였던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은 앞다퉈 배터리 내재화 전략을 꺼내들고 있다.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배터리를 공동개발하거나 자체생산 능력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배터리 업계의 선두주자인 중국 CATL과 일본 파나소닉은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 관계를 공고히 다지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더불어 차세대 배터리 개발과 생산력 증대에도 막대한 투자를 예고했다.

반면 국내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일제히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이 와중에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3년간 지속해 온 배터리 분쟁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쏟아붓느라 여념이 없다. 최근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를 두고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사방을 둘러싼 위기에도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겐 '믿는 구석'이 있다. 바로 CATL 등의 경쟁 업체와 이제 막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발을 들이미는 완성차 업체들은 따라잡을 수 없는 기술력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K-배터리의 위기에 대해 한결같이 "그래도 오랜 기간 쌓아올린 기술력과 노하우를 이길 수는 없다"는 자신감을 내비친다.

실제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혁신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를 바라보고 있기도 하다. 다만 일본 도요타를 필두로 해외 업체들 역시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매진하는 만큼, 방심은 불가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있어서 해외의 여러 기업들이 유력한 경쟁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각 사가 채택한 소재나 기술 등이 조금씩 다르고 실제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이 아직 없는 만큼 승자를 점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도요타 홈페이지 갈무리]

日·美 완성차 업체 필두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 경쟁 치열

전고체 배터리의 이명은 '꿈의 배터리'다. 기존의 2차전지와 비교해 고밀도 충전이 가능하고 화재 위험이 적어 완벽하다는 의미로도, 실제 상용화를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 배터리 업계에서 주를 이루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전해질(리튬이온이 양극, 음극 사이에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꾸는 기술을 일컫는다.

액체 전해질은 온도 변화로 인해 팽창이 일어나거나 외부 충격으로 인해 누액이 되면 화재 및 폭발이 일어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액체 전해질의 경우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막는 분리막 탑재가 필요해 공간 효율성이 다소 떨어진다.

반면 고체 전해질은 액체에 비해 팽창이나 누액의 가능성이 훨씬 적다. 때문에 전기차의 안정성을 높여주며, 별도의 분리막이 필요하지 않아 배터리 크기를 줄이거나 에너지 밀도가 더욱더 높은 배터리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내외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은 물론 완성차 업체들까지도 미래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해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선두로 꼽히는 기업은 일본의 도요타다. 경쟁 업체들이 앞다퉈 혁신적인 기술과 디자인을 갖춘 전기차를 선보이는 동안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보이던 도요타는 지난해 말 돌연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공개해 세간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당시 도요타는 자사의 전고체 배터리에 대해 "완전히 충전되는 데 10분이 걸리고 주행거리는 500km에 달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해당 주행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2배에 해당한다.

업계에 따르면 도요타는 올해 세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 시제품을 공개한 뒤 2~3년 내로 본격적인 상용화에 돌입할 계획이다. 속도도 속도지만, 전고체 배터리에만 1000개가 넘는 특허를 보유해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자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배터리 내재화 및 각형 배터리로의 전환을 발표해 국내 배터리 업계를 긴장시킨 폭스바겐그룹은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인 미국 배터리 스타트업인 퀀텀스케이프와 손을 잡았다. 지난해 말 퀀텀스케이프가 밝힌 전고체 배터리 성능은 15분만에 셀 용량의 80%까지 충전이 가능한 상태다.

또한 퀀텀스케이프는 지난달 "늦어도 올 하반기에는 8~10겹으로 이뤄진 다층 셀 배터리 시제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업계에서는 전고체 배터리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한 셀 층을 최소 12겹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예상치 못한 신흥 기업이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발빠르게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대차 역시 지난해부터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은 지난해 5월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이재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대한 깊은 논의를 나눈 바 있다.

이후 알버트 비어만 현대자동차 사장은 지난해 12월 온라인으로 개최한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오는 2025년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시범 양산하겠다"며 "2027년에는 양산 준비에 들어가 2030년 중에 본격적으로 양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전고체 배터리 자체 생산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

[사진=삼성SDI]

K-배터리 3사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속도

삼성SDI는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일본연구소와 함께 전고체 배터리 기술 공동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자체 개발 프로젝트 또한 병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는 지난해 3월 드러났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1회 충전으로 주행거리 800km, 1000회 이상 충방전이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 연구결과를 공개한 것. 삼성SDI는 이에 대해 "전고체 배터리의 수명과 안전성을 높이면서도 크기는 반으로 줄일 수 있는 원천 기술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삼성 SDI는 지난해 2분기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검증된 소재 기술과 고체 전해질 등 독자적으로 개발한 신규 소재를 접목했다"며 "고에너지밀도와 고안전성 전지 개발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달 삼성SDI가 공시한 2020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8083억원으로, 전년(7125억원) 대비 13.4% 상승했다. 역대 연간 개발비 중에서도 최고치에 해당한다. 앞서 언급한 현대차와의 협력 역시 기대되는 부분이다.

SK이노베이션은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중 하나인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을 위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존 굿이너프 미국 텍사스대 교수와 손을 잡았다.

리튬메탈 배터리의 에너지밀도는 리튬이온 배터리(800Wh/ℓ)보다 높은 1000Wh/ℓ로 알려져 있다. 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덴드라이트 현상(리튬이 음극 표면에 쌓여 성능을 저하시키는 현상)을 해결해야 하는데, 굿이너프 교수와 SK이노베이션이 공동 개발 중인 '고체 전해질' 연구는 이 현상을 막을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말 전고체 소재와 전고체 배터리 셀 개발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한 인력 확보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이에 대해 "차세대 배터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먼저 리튬황 배터리를 거쳐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할 계획이다. 리튬황 배터리는 양극재에 황탄소 복합체, 음극재에 리튬메탈 등 경량 재료를 사용한 배터리로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밀도가 높고 생산단가가 비교적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3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리튬황 배터리는 전고체보다 상용화에 가깝게 가고 있고 2024~2025년 이후를 상용화 시점으로 본다"며 "전고체 배터리는 기술적으로 여러 문제가 있어 2028년에서 2030년 정도가 상용화 시점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내 배터리3사가 목표로 잡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기는 해외에 비해 다소 느린 수준이나, 업계는 실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떠한 속단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가 하나의 개념으로 묶여있으나 세부적으로는 적용 소재와 기술 등이 달라 어느 업체가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라며 "모든 업체들이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서 어려움을 겪는 만큼 앞으로도 치열한 경쟁이 전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장경윤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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