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4년 넥슨 창업, 세계 최초 온라인 게임 '바람의나라' 개발...온라인 게임 산업 개척
- 사회공헌 활발...어린이병원 건립 등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 활동 펼쳐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 등 추모 물결
- 온라인 커뮤니티에 '김정주 회장의 생전 모습' 사진 공개에 추모 분위기 확산
'게임업계 대부' 김정주 넥슨 창업주(NXC 이사)가 향년 54세의 젊은 나이에 지난 2월말 사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IT 및 게임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더욱이 유가족이 사망 원인에 대해 미공개 원칙을 밝히면서 궁금증이 증폭되는 분위기다. 다만 우울증에 의한 극단적 선택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넥슨 지주사 NXC는 1일 "김정주 NXC 이사가 지난달말 미국 에서 유명을 달리했다"며 "유가족 모두 황망한 상황이라 자세히 설명드리지 못함을 양해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NXC는 "고인이 이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으며, 최근 들어 악화된 것으로 보여 안타까울 뿐"이라며 "조용히 고인을 보내드리려 하는 유가족의 마음을 헤아려주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고인은 미국 하와이에서 요양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정주 창업주는 NXC 이사 및 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 및 뇌공학과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었다.
김정주 창업자는 대한민국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1세대 수장으로 게임산업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1994년 12월 넥슨을 창업하면서 세계 최초의 온라인 게임 '바람의나라'를 개발했다. 그는 게임 산업의 불모지와 다름없었던 한국에서 '온라인 게임 산업'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 그는 넥슨의 해외 시장 진출 성공으로 대한민국이 온라인 게임 종주국으로 자리매김하는데에도 기여했다.
김정주 창업주는 NCX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2013년 아시아 최초의 컴퓨터박물관인 '넥슨컴퓨터박물관'을 개관했다. 또 국내 최초의 아동 재활병원인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해 넥슨코리아·네오플과 함께 200억원을 기부하고, 2006년 병원이 개원할 때 까지 꾸준한 지원을 했다.
김정주 창업주는 2018년 넥슨재단을 설립하면서 본격 기부활동에 나섰다. 2019년에는 넥슨재단을 통해 대전시에 우리나라 최초의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건립 기금 100억원 기부를 약정했다. 2020년에는 국내 최초 독립형 어린이 완화 의료센터 건립을 위해 서울대병원에 100억원을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또한 2021년에는 경남권 어린이재활병원을 위한 100억 후원을 약속하는 등 미래 세대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사회공헌 활동에 힘썼다.
그는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2014년부터 미국 콜라보레이티브 펀드(Collaborative Fund)의 파트너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 대상으로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에도 활발한 활동에 나선 것.
그런데 김정주 창업주는 2017년 7월 돌연 NXC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당시 그는 "지주회사 전환 후 16년 동안 NXC 대표이사를 맡아왔는데, 이제는 역량 있는 다음 주자에게 맡길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며 "저는 보다 자유로운 위치에서 넥슨컴퍼니와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길을 찾겠다"고 사퇴 배경을 밝혔다.
NXC는 2005년 설립된 글로벌 투자회사이자 지주회사로 일본에 상장한 넥슨의 모기업이다. NXC의 연결 기준 매출은 3조원이 넘는다. 김정주 창업주는 NXC 신임 대표이사로 이재교 브랜드홍보본부장을 선임하고, 글로벌 투자총괄 사장(CIO)으로 다국적 투자은행 출신 알렉스 이오실레비치(Alex Iosilevich)를 영입한 바 있다.
게임업계는 충격적이란 반응 속에 추모 물결을 이루고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내가 사랑하는 친구가 떠났다"며 "살면서 못느꼈던 가장 큰 고통을 느낀다. 같이 인생길 걸어온 나의 벗 사랑했다. 이제 편하거라 부디"라고 애도했다.
김택진 대표와 김정주 창업주는 서울대 공대 선후배 관계다. 김택진 대표는 서울대 전자공학과 85학번, 김정주 창업주는 컴퓨터 공학과 86학번이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업계의 슬픔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한편,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김정주 회장의 생전 모습'이란 제목의 게시물이 주목받고 있다. 해당 게시물은 김정주 회장이 2020년 사업 설명회에 참석했던 모습으로, 당시 그는 강인하지만 온화한 표정을 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인생 허망하네요. 돈 많고 남부러울 것이 없어 보였는데 우울증을 겪고 계셨다니...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돈 많다고 삶이 행복한 것만은 아닌 듯" 등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