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환차익 2.7조원 전망... '피크아웃'론 무색한 실적에도 시총은 9조원대
- 민간 매각 서둘지 않으면 사실상 포스코式 민영화가 대안 될 수도
국적 해운사인 HMM(대표이사 김경배)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당초 예상치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이를 근거로 올해 총 포괄손익은 약 13조원, 총 자본금은 2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해운업계의 한 고위 임원은 지난 4일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HMM의 3분기 영업이익이 2조6000억원을 넘길 것이 확실시된다.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약 2조65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3682억원에 그쳤던 외환차익이 올해는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 1분기 2340억원, 2분기 9511억원에 이어 3분기에는 환차익이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9월말 달러당 원화의 환율은 1439원을 기록해 2분기말 1302원에 비해 무려 137.5원이나 올랐다. 앞서 상반기에는 1조1851억원의 환차익을 기록했다.
이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HMM의 자본 총계는 약 23조원, 총 자산은 약 3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자본총계는 지난 2020년 약 1조원에서 20배 이상 늘어났고, 부채규모는 거의 변동하지 않았다.
다만, 시가총액은 지난 4일 종가 기준 9조2428억원으로 올해 순이익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HMM의 분기별 영업이익은 지속하락하고 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월7일 5109.6을 기록한뒤 지속 하락하면서 지난 4일 전주대비 118.44 하락한 1579.21을 기록했다. SCFI가 1500선으로 복귀한 것은 지난 2020년 11월 1600선을 돌파한 이래 약 2년만이다.
하지만, HMM의 실적 호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물요금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장기계약 비율이 높고, 달러 보유고가 워낙 많아 큰 폭의 환차익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상운임 하락세는 이전에 비해 최근 들어 감소폭이 둔화되는 추세지만, 국제적인 경기불황과 물동량 감소로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년 이후 강화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로 인핸 해운사들의 감속운항과 조선업의 인력부족으로 선복량 증가가 예상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변수다.
▲기재부·산은, HMM 매각 서둘지 않으면 민영화 어려워... 포스코式 민영화도 거론
조승환 해양수산부장관은 지난 4일 또다시 민간매각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조승환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매각 시기가 규정된 바는 없다. 아마 2025년, 보고 받기로는 2025년까지 아마 공기업들 매각 일정 이런 것들이 있다 보니까 아마 그렇게 기록이 아마 돼서 자료가 나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어 "해운시황이라든지 우리 경제상황이라든지 여러 가지를 보면서 해운을 제대로, 우리 국적선사로서의 해운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제일 좋은 주인을 찾아주는 그런 민영화를 가야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언제 될지도 모르겠고, 누구한테 팔지도 모르겠고, 아무런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한 마디로 팔고 싶지 않다'는 말로도 풀이된다.
기업구조조정이 전문인 산은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20년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문인력과 경험이 전혀 없는 해수부와 해진공이 HMM 매각에 관여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또 한가지 문제는 HMM을 인수할 수 있는 자금여력을 갖춘 기업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올해가 지나면 HMM이 보유하게되는 현금성 자산은 20조원대에 이르게 된다.
여기에 증권가의 컨센서스에 따르면 내년에도 5조~6조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올릴 전망이다. 2025년 무렵이면 자본금이 30조원에 이를 수 있다.
여기에 한국산업은행(회장 강석훈)과 한국해양진흥공사(사장 김양수)가 보유한 영구전환사채가 2조6800억원에 이른다. 인수기업은 이것도 부담이다.
산은과 해진공이 이를 상환받지 않고 지분으로 전환한다면 해수부가 말하는 '민영화'는 사실상 물건너 가는 셈이다.
산은과 해진공이 이를 상환받더라도 HMM을 2025년 이후 미국이 금리인상을 지속하지 않으면 HMM의 실적이 개선되고 주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아 매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같은 이유로 기획재정부와 산은이 당장 HMM 지분매각을 서둘지 않는다면, 사실상 포스코 방식으로 국민주 공모를 통해 민영화를 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