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보험사, 약관대출 한도 축소 및 플랫폼 대출 중단
- 부실 발생 가능성에 대한 선제적 소비자 보호 차원
급전이 필요한 서민층의 돈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대신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로 간편하게 자금을 융통하고 싶어도 대출 한도가 줄었기 때문이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오는 3월말까지 카카오페이·토스 등 대출중계플랫폼을 통한 약관대출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자체 채널을 통한 대출은 그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기존 대출 한도 역시 유지하고 있다.
앞서 이달초 현대해상은 일부 보장성 상품의 약관대출 한도를 기존 해약환급금의 60%에서 잔존만기에 따라 0~60% 이내로 차등 적용키로 했다.
신한라이프도 지난해 12월부터 약관대출 한도를 95%에서 90%로 축소해 운영 중이며, 삼성화재는 부실 차주 증가에 대비해 지난해 6월 일부 상품의 약관대출을 60% 한도에서 50%로 낮춘 바 있다.
이같은 보험사들의 약관대출 한도 축소는 선제적 리스크 관리 차원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캐피탈 등의 2금융권 대출이 막히면서 보험업계로 단기간 집중된 대출의 부실 우려가 커질 수 있어서다.
지난 연말 대출 문턱을 높였던 주요 2금융권은 올해에도 건전성 관리를 이유로 대출 취급을 중단하거나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약관대출은 계약자가 가입한 보험의 해약환급금 내의 일정 금액을 대출받을 수 있는 일종의 담보대출 특성을 갖고 있다. 다만 '불황형 대출'이라고 불리는 만큼 연체 발생 이후 보험계약을 해지할 경우 보험사 수익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가계대출이 8년 만에 감소세를 나타낸 가운데 보험업권의 가계대출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금리 상승으로 인해 '생계형 대출'로 여기는 보험약관대출로 대출 수요가 쏠린 결과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8조7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5년 통계 작성 이래 연말 잔액 기준으로 첫 감소한 사례다.
하지만 같은 기간 보험업권은 3조7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생·손보사들의 보험약관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4조1238억원 증가한 65조7316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금융업권의 신용대출은 감소하고 보험약관대출 수요는 크게 증가하면서 보험사들은 자산 건전성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졌다"며 "과도한 약관대출이 보험해지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사전에 한도를 조정한 모양새"라고 말했다.
윤덕제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