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 취약차주들을 위한 '소액생계비(긴급생계비)대출'이 첫날부터 천여 건 이상 신청이 접수됐다. 소액생계비대출은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 기조로 인해 저신용자들의 대출절벽 심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대부업조차 이용이 어려워 불법사금융이 불가피한 고객의 재기를 위해 정부가 마련한 정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높은 이자율과 최대 100만원이라는 낮은 금액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몰린 것 같다"면서 "취약차주 지원프로그램을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소액생계비 대출은 대부업조차 이용이 어려워 불법 사금융에 노출되기 쉬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도 100만원을 신청 당일 즉시 지급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대출 한도는 100만원으로 최초 50만원을 빌려주고 이자를 6개월 이상 성실하게 상환하면 추가 대출을 해준다. 이자는 연 15.9%며 금융교육을 이수하고 성실 상환 시 연 9.4%까지 낮아진다.
지원대상은 만 19세 이상 성인으로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이면서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인 경우다. 연체자와 소득증빙 확인이 어려운 경우도 가능하나 조세체납자, 대출·보험사기·위변조 등 금융질서문란자는 제외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일 예약 1,264건 중 1,194건의 상담이 진행됐으며, 이 중 대출신청 접수 건은 1,126건으로, 평균 대출금액은 65.1만원 수준이다"면서 "금일 대출상담 건 중 채무조정 상담신청 536건, 복지연계 248건, 취업지원 109건, 휴면예금 조회 92건 등 복합상담이 지원됐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소액생계비 대출 제도가 단순히 급전을 빌려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채무조정이나 복지 연계, 일자리 연결 등 '복합상담 창구'로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연 수백% 금리의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나지 않고 공공부문에서 제공하는 소액생계비대출을 이용할 기회를 드리게 돼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대출뿐 아니라 채무조정, 복지 제도, 일자리 연계 등 복합 상담이 제대로 이뤄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소액생계비대출이 처음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운영 현황을 면밀히 살펴 필요한 보완 방식을 신속하게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소액생계비 대출의 수요가 예상을 뛰어넘자 금융당국은 추가 재원 확보 가능성도 열어두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은행권 기부금 등을 통해 마련한 1000억원을 연내 공급할 계획이며, 은행권으로부터 2024~2025년 중 매년 500억원씩 추가 기부받아 공급 재원을 늘리예정이다.
나희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