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정부, 실질적 인재 양성에 힘써야
국회와 정부가 첨단산업에 대한 입법지원, 세제혜택, 각종 인허가 완화라는 카드를 꺼내들자 반도체 기업들을 비롯한 첨단소재 관련 기업들이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경기 용인시 남사읍에 300조원을 투자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스템 반도체 산업단지를 오는 2042년까지 조성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120조원을 투자해 차세대 메모리 생산 공장 4기를 짓겠다던 계획을 실행에 옮기게 됐다.
LG화학, SK온, 에코프로 등 대표적인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도 1조원이 넘는 규조의 투자계획을 속속 발표했다. 이들은 새만금국가산업단지에 배터리 소재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민간의 투자 노력에 힘을 보태기 위해 정부도 국가 첨단산업 육성전략의 후속 조치로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강화 이행 전략을 발표하며 첨단산업 육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발표한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강화 이행 전략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시스템반도체 산업은 '제조'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 반면, 반도체 '설계 분야 기술・기업, 후공정, 전문 인력' 등에서 약점을 보이고 있어, 시스템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밸류체인 분야별 전문화 및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정부 정책에 쓰일 예산에 대해 국회사무처 산업예산분석과(이하 산업예산분석과)는 산업부의 지원전략 5개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거나 진행할 예정이다.
국회는 빠르게 예산을 심사·확정하고 정부는 2035년까지 매출 1조원 팹리스 기업 10개 육성을 목표로 비수도권에 24조원 규모의 민간 투자를 유치해 패키징 연구개발 및 생산 거점 구축, 대규모 기술 개발 사업 추진을 통한 후공정, 패키징 기술 등의 개발과 상용화 지원에 나선다.
산업예산분석과의 예비타당성 조사 건들 중 눈에 띄는 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후공정 선도에 필요한 대규모 연구개발 사업 추진을 위해 올해 하반기에 약 3600억원 규모의 기술 개발 관련 예비타당성조사 신청, 둘째 내년부터 2030년가지 총사업비 4420억원이 투입되는 전략반도체 분야 기술개발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진행 셋째, 차량용 반도체 기술개발 사업비 6653억원에 대해서도 올해 하반기 예비타당성조사 신청을 계획 등이 있다.
이와 함께 국회와 정부는 민관협력 반도체아카데미를 통한 현장형 인재 양성, 민관 공동 연구개발에 앞으로 10년 동안 2228억원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석박사급 인력이 2400여명 양성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회는 대학 정원, 교원 규정 개정을 진행해 첨단 기술 관련 우수인력 양성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대학 교육 입법의 일환으로 안민석 의원 외 12인의 의원은 지난해 한국인공지능·반도체공과대학교법안을 발의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도체 성장 기반 강화를 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분야가 인재육성"이라며 "특수법인인 한국인공지능ㆍ반도체공과대학교를 설립해 안정적인 재정 지원의 근거를 마련하고 산·학·연 협력 체계를 구축해 전문 인력 양성의 컨트롤타워로 써야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은 "국회와 정부에 업계가 바라는 것은 기준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며 "자금 조달을 국가가 지원해주는 정책이 필요하고 반도체·배터리 관련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므로 실질적인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광산의 경우 국가가 나서서 매입을 하거나 공급망을 확고히 해주는 것이 업계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병훈 포항공대 전자전기공학 교수는 반도체 인재 육성 프로그램에 관해 "인위적 인재 양성은 무의미하다"며 그 이유에 대해 "현재 진행되고 있고 진행 예정인 모든 인재 양성 프로그램은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될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고 지금 인력을 길러서 나중에 활용한다는 것은 마치 전쟁에서 포탄이 빗발치는데 빨리 어린 아이를 길러 군인을 많이 만들자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투자의 집행과 평가에 대해서 관(官)의 입장을 취재를 시도했으나 답이 없거나 매우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 했다.
차세운 산업부 반도체팀장에게 반도체 투자 집행 후 어떠한 평가 기준을 가지고 반도체 산업 발전을 수치화 할 것인지 그리고 거시적 관점에서 현재 발표한 투자 계획을 넘어 논의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취재를 하려고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오전에는 전화를 받지 않고 문자에도 답이 없었다.
늦은 오후에 전화를 받은 차세운 팀장은 "반도체 정책은 보도자료를 참고하라, 그게 정책의 다"라는 말만 남겼다.
다른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산업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내용을 넘어 다른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있으면 연"면서도 "그런게 있으면 연락주겠다"고 말했다.
다만, 증권사의 경우 입장을 밝혔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시장참여자들에게 "올해 1분기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과 수요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주요 기업들의 반도체 감산 영향으로 부품·소재에 대한 단기 실적 부담은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러한 부분은 주가에 선반영 된 것으로 추정되며, 오히려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으로 메모리반도체 수급 개선이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최지훈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