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순수출 줄고 민간소비 늘어
고금리·고물가에 소비 악화 불가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를 간신히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3% 증가하면서 2분기 연속 역성장을 피했다. 설비투자, 순수출이 하락을 이끌었으나 서비스 중심의 민간소비가 버텨준 탓이다.
다만 가계 이자부담 증가, 실질 소득악화 등에 민간소비가 언제까지 버팀목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반짝 늘어난 수출도 중소형 은행 위기를 겪는 미국 등 선진국 투자부진에 어려움이 예견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는 전분기 대비 0.3% 성장했다. 지난 4분기 -0.4% 역성장 고리를 끊고 반등했다. 앞서 지난 분기 수출이 -4.6% 급감하면서 GDP는 2020년 2분기(-3.0%) 이후 10개 분기 만에 역성장한 바 있다.
연간 기준 GDP는 0.8% 성장했다. 코로나19가 막 시작됐던 2020년 4분기(-0.9%)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설비투자와 순수출이 성장률을 끌어 내렸다. 1분기 반도체 장비 등 기계류 중심으로 설비투자는 4.0% 감소했다. 4개 분기 만에 감소 전환했으며 2019년 1분기 -8.3%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수출은 3.8% 오르면서 반등했으나 같은 기간 수입도 3.5% 증가하며 순수출(수출-수입) 성장 기여도는 -0.1%p를 기록했다. 순수출 성장 기여도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사태 이후 첫 4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다만 거리두기 해제 등에 민간소비가 증가하면서 간신히 플러스(+) 분기 성장률을 유지했다. 오락문화, 음식·숙박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민간소비는 0.5% 성장했다. 지난 분기 -0.6%에서 증가 전환했다.
한국은행 신승철 경제통계국장은 "1분기만 보면 이달 전망했던 성장 경로와 부합하는 수준"이라며 "1분기가 그래도 예상보다 양호한 플러스 성장으로 나온 것은 비(非) IT 부문과 민간 소비가 성장에 기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1분기 플러스 성장을 이끈 민간소비 역할을 또 다시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물가, 고금리에 실질 구매력이 악화됐고 가계 이자부담 증가에 소비 개선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경기 저하에 가계부채 부담은 한층 더 가중되는 추세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가계신용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4.2%로 과반을 차지한다.
대신증권 이다은 연구원은 “1분기 성장을 이끌었던 가계 소비 환경은 여전히 녹록하지 않다”며 “소비심리는 지난해 11월 저점을 찍은 후 정체되어 있으며 고물가·금리로 인한 실질 구매력 악화도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짝 증가한 수출도 최근 중소형 은행위기에 기업투자가 위축된 미국 등 선진국 부진에 단기간 내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미 은행감독협의회(CSBS)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지역은행들의 투자심리는 2019년 조사 개시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내려갔다.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수출 증대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도 존재한다. 지난 1분기 반도체 수출 부진에 대중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29.6% 감소했다. 국내 건설·민간투자가 회복되는 점은 긍정적이나 원자잿값 상승, 부동산 시장 저하 등으로 마찬가지로 불확실성이 크다.
이러한 배경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1일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올해 성장률은 1.6%를 소폭 하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는 5월 수정 경제 전망에서 1%대 초반 성장률을 발표할 것으로 예측되는 지점이다. 이보다 앞서 IMF는 지난 11일 한국 성장률을 1.5%로 전망했다.
메리츠증권 이승훈 연구원은 “1분기 GDP 예상 하회와 대외여건 악화를 반영하여 2023년 GDP 성장률 전망을 기존 1.4%에서 1.1%로 낮춘다”며 “4분기까지는 미국, 선진국 투자부진 심화가 불가피하다. 한국 수출도 이에 연동하여 3분기까지는 부진이 이어질 것이며 설비투자도 이와 맞물릴 것이다. 향후 6개월이 고비”라고 말했다.
대신증권 이다은 연구원은 “한국 경기는 전반적으로 대외 수요 개선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내 경기도 뚜렷한 모멘텀이 부재함에 따라 약한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서비스 수요가 개선되고 있으나 중국 경기에 따른 수혜와 제조업 경기 개선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