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여권 여행 자유성·개방성 면에서 유럽 선진국 수준 ‘우수’
세계에서 어느 나라의 여권이 국경 간 제약 없이 여행하기에 가장 좋을까?
국가별 여권 소지자가 방문 비자 없이도 외국 입국할 수 있는 역량, 즉 다시 말해, 국가별 국민의 ’여행 자유도’를 측정하는 전문 조사 기업인 헨리 여권 지수(Henley Passport Index, 축약 HPI, 영국 본사)가 최신 2023년 여권 지수 랭킹을 발표했다.
헨리 여권 지수는 국제 민간 항공 수송 협회(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 줄여서 IATA)과 협력하고 2006년부터 전 세계 227개 항공편 도착지에서 입출국 수속된 199개 국가의 여권과 관련된 각종 공식 데이터를 취합해 2006년부터 세계에서 가장 ‘끗발’ 좋은 여권을 순위로 매겨 매년 발표해왔다.
최강 여권 지켜오던 ‘일본’, 3위로 주저 앉아
올해 헨리 여권 지수 랭킹에서 가장 놀라운 결과는 5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위력 있는 여권 랭킹의 최상위를 지켜 오던 일본 여권이 밀려났다는 사실이다. 일본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일본 국민의 해외여행 추세가 급격히 감소함과 동시에 지정학적 불안정에 따른 글로벌 난민 사태로 외국인 일본 입국 제한도 엄격해졌다.
그 대신 세계 최강의 여권은 싱가포르 여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 여권 소지자(외교관 여권, 비상 여권, 임시 여권 등 예외적 여권 제외)는 192개 국가에서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하다.
싱가포르 여권의 위력의 의미하는 것
2021년까지만 해도 싱가포르 여권은 미국과 공동 1위를 차지하며 총 194개 국가에 무비자 입국이 가능했으며, 총 평가 점수 25점을 올리며 꾸준히 무비자 입국 가능 국가 수를 늘려왔다.
특히, 최근 중국 정부의 민간 산업 부문 기업들에 대한 엄중 단속 및 탄압이 심해지는 한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고조되고 있는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우려 속에서 싱가포르가 외국인 기업 해외 이주 및 부의 도피처로서 인기가 높아진 것도 싱가포르 여권에 대한 인기 상승에 기여했다고 블룸버스 통신은 해석했다.
여권 파워는 부유한 여행자 및 글로벌 기업 유치에 유리한 지위 임을 시사하는 국가의 경제적 위상을 상징하는 신호라는 점에서 주목해 볼 만하다. 실제로, 싱가포르는 중국으로의 홍콩 공식 반환 이후 매력적인 조세 정책, 안정적 체제, 정치적 중립주의 유지로 ‘아시아의 스위스’라고 불리며 아시아의 비즈니스 및 금융 허브로서의 위상을 굳혀나가고 있다.
한국 여권, 세계서 세 번째로 강력하고 개방적
그다음으로 세계 2위의 강력한 여권은 무비자로 190개 국가 입국이 가능한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의 여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서 3위에 무비자로 189개 국가에 체류할 수 있는 총 7개 국가가 올랐는데, 우리나라(대한민국)가 바로 여기에 포함돼있다. 일본은 작년까지 1위를 차지해 오다가 올해 3위로 밀렸다. 그 외 3위에 오른 국가들로 오스트리아, 핀란드, 프랑스, 룩셈부르크, 스웨덴이 포함됐다.
우리나라의 여권은 10년 전인 2013년 만해도 HPI 랭킹 7위였으나 랭킹 순위 상승을 거듭해 왔다.
무비자 해외 국가 입국과 최소 3일 이상, 1~3개월 체류를 보장하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강력한 여권으로 평가됐다는 사실은 글로벌 시민으로서 높은 위상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또, 한국 여권은 싱가포르 여권과 더불어서 세계에서 가장 개방도가 높은 여권 중 하나로 헨리 여권 지수는 분석했다.
이는 이 두 나라 여권을 소지한 국민들은 해외 여행과 무역 교류 시 복잡한 절차 없이 수월히 입출국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방문국과 수용국 간 국민의 무비자 입국 허가에도 상호호혜적으로 개방적임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싱가포르의 경우처럼 해외 투자 및 비즈니스 유치 기회와 고액 순 자산 가치 보유자의 입출국 증가에 따른 자본 유치 및 금융 위상 증대로 이어질 수 있어 고무적으로 해석된다.
미국, 캐나다, 일본의 국경 개방성 하락 추세 계속
반면에 지난 10년에 걸쳐 개방성이 가장 높은 국가로 평가받았던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해서 호주, 뉴질랜드, 일본도 덩달아 그 지수가 지속적으로 조금씩 하락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헨리 여권 지수 랭킹 톱 10위권 국가들 가운데 특히 미국의 여권 지수가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도 흥미롭다.
올해 8위에 랭킹된 미국 여권은 여행자들의 공항 입국 신청 대기 시간 지연, 비자 유예 프로그램 축소, 미국의 전반적 소프트파워 경쟁력 약화 등 행정적·관료적 문제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며 당분간 이 문제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헨리 여권 지수 보고서는 평가했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