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최대 1.5%p, 0.8%p 금리, 보증료 우대
수출환어음 할인율, 수입신용장 수수료율 인하하기도
"횡재세 압박에서 완전히 벗어날지 미지수"
세계 공급망이 불안해지는 등 변화하는 무역구조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가 수출기업에 23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하기로 했다. 이 중 시중은행이 5조원이 넘는 금융지원 상품을 출시한다.
은행권이 금융당국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이유가 유럽발 횡재세 광풍이 은행권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필요할 때마다 은행에 금융지원을 요청하는데 은행권은 이를 거절하기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고등이 들어온 수출 경쟁력을 되살리기 위해 정부가 국내 시중은행과 손을 잡았다. 금융위원회는 16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은행장 및 정책금융기관장 간담회를 개최하고 ‘수출금융 종합지원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금융 지원은 23조원 규모로 이뤄져있다.
이번 종합지원 방안에 은행이 큰 역할을 맡는다. 금융위가 발표한 종합지원 방안에는 '시중은행의 수출기업 우대 상품 신설'이 포함됐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금리와 보증료를 인하하는 게 기본 골자이며 지원규모는 5조 4000억원에 달한다.
은행 별로 대출금리를 최대 1.5%포인트(p), 보증료는 0.8%p 인하해 수출기업의 비용 부담을 덜어낼 예정이다. 금리를 가장 우대하는 우리은행과 NH농협은 1.5%p를 내세웠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1%p를 우대할 예정이며 신한은행은 0.3%p를 인하한다.
가장 파격적으로 보증료를 우대하는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선정된 수출기업에 최대 0.8%p의 보증료를 깎아줄 예정이다. 뒤이어 신한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이 최대 0.5%p를 우대할 계획이며 국민은행은 0.3%p를 내린다. 이번 파격적인 금리 및 보증료 우대를 통해 수출기업은 연간 500억원 가량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외에도 5대 은행은 우대상품을 이용하는 수출기업에 완전보증을 제공하고 만기도 자동으로 연장할 예정이다. 또한 수출을 준비중이거나 리쇼어링 기업까지 해당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직접적으로는 5조원 가량 금융지원할 계획이지만 파급효과는 그 이상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5대 은행은 수출기업 외에도 정책금융기관 지원 대상 기업에 금리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등이 보증하는 기업에 대해선 대출금리를 0.5~1.5%p 인하한다.
또한 수출 우수기업들이 겪는 환부담을 완화해 원활하게 수출대금을 회수하고자 수출환어음 할인율을 1.4~1.7%p 인하한다. 중간재를 들여오는 수출기업을 위해선 수입신용장 수수료율을 0.3~0.7%p 내릴 예정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막대한 이자이익을 거두고 있는 은행권이 '이자장사'한다는 비판을 불식시키고 횡재세 논란을 피하고자 금융당국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5대 은행은 올해 상반기 8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역대 최고치를 갱신한 기록이다.
고금리 등 경기침체인 상황에서 금융권에 횡재세를 부과해 세수를 확보하자는 주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제기되고 있다. 지난 7일 이탈리아에서 고금리로 큰 수익을 기록한 시중 은행에 한시적으로 40%의 횡재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는 이번 수출기업 지원을 위한 간담회에서 금융위원장이 횡재세 운을 띄우며 은행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김주현 위원장은 "최근 이탈리아에서 은행에 횡재세를 부과한다는 기사가 있었다"며 "많은 국가들이 급격한 금리인상과 경기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제난국을 헤쳐 나가는데 은행산업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대외적 압박에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금융지원을 통해 수출기업들의 환부담 등 경제적 부담이 줄어든다면 결국 기업에도 좋고 은행에도 좋은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사회적으로 제기된 횡재세 압박에서 완전히 벗어날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국발 부동산 위기로 중국 등 여러 해외 기업들이 수출에 애를 먹는 상황"이라며 "횡재세 압박이 아예 없을 순 없겠으나 그보다는 수출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통해 동반성장하자는 것에 좀 더 방점을 찍고 싶다"고 강조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