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채 증가는 조달비용 증가로 이어져 대출 금리 상승 자극 요인
주담대 금리 역시 하단부가 4.17%로 9월 초에 비해 상승
미 연준, 11~12월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시사
"실제로 8%를 적용받는 차주는 거의 없기에 큰 부담은 없을 것"
지난달 국내은행의 은행채 발행이 전월보다 90% 가까이 폭증하면서 조달비용 증가를 야기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대출 금리가 뛸 수밖에 없는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와중에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하면서 '매파적 동결'에 들어갔다. 이에따라 국내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8%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수요가 폭증하고 있어 은행채 발행이 앞으로도 불가피한 데다 미국의 금리인상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며 "지금 추세라면 연초 주담대 8%를 재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을 중심으로 은행채 발행이 급격히 늘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8월 중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실적’에 따르면 8월 은행채 발행 금액은 7조 9053억원으로 나타났다. 7월 4조 1800억원보다 3조 7253억원(89.1%) 늘어난 수치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신한은행이 2조 8300억원 어치의 은행채를 발행해 은행채 폭증을 주도했다. 뒤이어 국민은행이 2조 1700억원, 하나은행이 1조 3200억원, 우리은행이 6500억원을 기록했다.
은행채 발행 규모가 크게 확대된 이유는 주택 구매 수요가 꾸준히 늘어남에 따라 주담대 수요가 증가한 데다 작년 하반기 수요가 몰렸던 고금리 예금상품 등의 만기가 곧 도래하기 때문이다. 자금조달을 위해 은행권은 은행채 발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은행채 발행은 은행채 금리와 대출 금리가 덩달아 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금리를 높게 줘야 수요자가 은행채로 몰리는데, 경쟁적으로 은행들이 은행채를 발행하는 상황에선 다들 수요 확보를 위해 은행채 금리를 올려버리기 때문이다.
고정형 주담대는 은행채 5년물을 준거로 하기 때문에 은행채 금리가 상승하면 고정형 주담대 금리도 오르게 된다. 변동형 주담대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준거로 하는데 코픽스 역시 은행채 금리에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은행채 금리와 주담대 금리가 오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9일 기준 은행채(무보증·AAA) 5년물 평균금리는 4.465%로 집계됐다. 이달 초 4.251%에서 0.214%포인트(p) 올랐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1일 기준 주담대 변동형 금리는 4.17~7.077%로 집계됐다. 금리 하단이 지난 12일 4.05%를 기록했을 때보다 0.12%p 상승했다.
국내 사정으로 주담대 금리가 뛰는 와중에 대외 여건 역시 불투명한 상태다. 미국 연준은 20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25~5.5%로 동결했다. 다만 추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매파적 동결이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해 여전히 더 많은 진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준 점도표(금리전망표)에 따르면 금리는 올해 남은 기간 0.25%p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연준이 오는 11~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한미 금리차는 역대 최대인 2.25%p까지 벌어지게 된다. 이 경우 금리를 계속해서 동결하고 있는 한국은행에 금리 인상 압력이 커질 수 있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3.5%다.
연이은 악재로 다시 한번 주담대 금리가 8%를 돌파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물론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다시 8%까지 갈 수는 있다"면서도 "대다수의 차주들은 현재 4~5% 수준에서 주담대 상품을 이용하고 있고 최고금리를 적용받는 경우는 많지 않아 부담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