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등 서방세계, 팔레스타인 하마스 공개 규탄 성명
- "엑스포가 평화와 미래에 중요한 가치인 만큼 한국 지지할 것"
- 최태원 "캐스팅보트를 쥔 지역에 대한 후속 조치를 서둘러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에 유리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과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팔레스타인을 공개 지지하면서 "국제 사회 다수 국가는 평화 수호 차원에서 한국에 표를 던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중동 전문가 고동준 씨는 "아랍 이슬람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역사적 종교적으로 팔레스타인을 지지할 수 밖에 없다"며 "중동 사태로 인해 유럽, 중남미 등 여러 국가는 엑스포가 평화와 미래에 중요한 가치인 만큼 한국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외신 등에 따르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게 "팔레스타인 편에 서서 갈등을 멈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제법을 준수하고 민간인을 겨냥하지 말아야 한다"며 "분쟁이 확대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팔레스타인을 공개 지지함에 따라 부산엑스포 유치에 결정적으로 유리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등 서방세계는 팔레스타인 하마스를 테러단체로 규탄하고 있기 때문.
특히 BIE(국제박람회기구) 회원국들의 개최지 투표가 11월 28일이기 때문에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막판 총력전에 나선 상태다.
당초 2030세계엑스포 유치에 도전장을 던진 이탈리아(로마), 러시아(모스크바), 우크라이나(오데사)도 있었다. 로마는 2015년 밀라노에서 엑스포가 열렸다는 점 때문에 상대적 열세로 평가받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로 인해 국제사회 비난 여론이 커지자 철회했다. 우크라이나 역시 전쟁 장기화로 인해 후보국에서 탈락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중동 사태의 직격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 사태 이전에도 ▲수차례 불거진 인권 탄압 문제 ▲엑스포에 대한 시민들의 낮은 유치 열기 ▲도시 인프라 부족 ▲사막에 도시가 위치해 기후적으로 불리한 점 등이 약점으로 꼽혀 왔다.
한 중동 관련 사업가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표를 모아왔으나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테라단체라는 시각이 강하기 때문에 국제 여론이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태평양도서국, 중남미, 아프리카 등 캐스팅보트 국가들이 한국의 포용과 자유, 협력과 연대라는 가치에 호응해 지지표로 연결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지난 9월 26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 4차 회의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가들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은 "본국 교섭 결과에 기반한 의제 중심의 공식적인 유치 교섭 이후에도 각 BIE 대표의 개인적인 성향이나 취향, 투표 성향을 맞춘 퍼스널 터치가 필요하다"면서 "카리콤, 태도국, 아프리카 등 캐스팅보트를 쥔 지역에 대한 후속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캐스팅브트를 쥔 카리콤(카리브해 공동체 12개국), 태도국(태평양도서국 11개국),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상으로 막판 총력전에 나선 셈이다. 실제로 최태원 회장은 앞으로 10월과 11월 두 달 간 이들 지역에 집중할 계획이다.
BIE는 11월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181개 회원국의 비밀투표로 개최지를 결정한다. 후보지가 3곳 이상이면 3분의 2(122표) 이상 득표한 곳이 선정된다. 현 상황에서는 한 국가가 한 번에 3분의 2를 가져가긴 어려워 2차 투표에서 최종 후보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아랍세계의 '맏형'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전통적으로 팔레스타인 편에 서 왔다. 1948년 건국한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으며 지금까지도 수교하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팔레스타인의 독립 국가 출범을 국교 정상화의 전제로 내걸며 이스라엘에 양보를 요구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팔레스타인 지지 입장은 서방세계와는 정반대되는 것이다. 미국과 프랑스·독일·이탈리아·영국 5개국 정상은 9일(현지시간)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해 공동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끔찍한 테러 행위에 대한 확고하고 단합된 지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긴급연설을 통해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할 것"이라며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다.
미국은 그간 중국과 러시아가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장하자 이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간 수교를 중재해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그 대가로 방위협약을 맺는 안을 논의해왔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을 계기로 서방과 중동 국가의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수교 협상을 보류했다"고 보도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