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독감백신' 시장 가세...GC녹십자와 1위자리 놓고 경쟁
춘추전국시대 방불 … SK바사·녹십자·사노피 최후의 승자는
올해 독감 백신 시장은 어느 해보다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독감 유행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초가을임에도 불구하고 독감이 의심되는 환자가 기준치의 2배 이상 발생하고 있는 데다 독감 유행주의보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19 방역 기간 동안 외부 활동 감소로 바이러스 접촉 자체가 줄면서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 있어서 인플루엔자가 유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자연스레 예방접종이 늘면서 마케팅 활동은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재고로 남은 독감 백신은 한 절기에만 사용하고 폐기해야 하므로 제약사마다 사활을 건 영업 전략을 펼치고 있다.
2020년 업체별 독감백신 생산실적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1,647억원을 생산한 데 이어 GC녹십자(1,399억원), 보령바이오파마(662억원), 일양약품(259억원), 한국백신(182억원) 순이다.
올해 정부가 출하를 승인한 독감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 등 9사 제품이다. 이들이 국내 보건소와 병·의원 등 의료기관에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2,730만 도즈 물량을 공급하게 된다.
독감 국가예방접종사업(NIP) 조달 입찰 결과에 따르면 6개 기업이 총 1,121만 도즈의 독감백신을 낙찰받았는데 이중 SK바이오사이언스는 242만 도즈(1회 투약량)로 가장 많은 물량 공급을 확보했다. 이어서 프랑스 사노피(200만 도즈), 한국백신(175만 도즈), GC녹십자(174만 도즈), 일양약품(170만 도즈), 보령바이오파마(160만 도즈) 순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609만 도즈는 개별 병·의원 등 민간시장에 공급돼서 일반인들이 유료로 접종하게 된다. 9개 제약사가 이 물량을 놓고 1차전 조달 입찰에 이어 2차전을 벌이게 되는 것이다.
올해는 코로나19 백신 생산으로 지난 3년 동안 독감 백신 생산을 중단했던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가세하면서 독감 백신 시장이 한층 격렬할 것으로 전망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스카이셀플루’가 세계 최초로 개발된 세포배양 방식인 독감 백신이란 점을 내세우면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세포배양 백신은 계란에서 백신을 생산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최첨단방식의 무균배양기를 통해 생산되어 항생제나 보존제가 필요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 방식은 계란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의 경우에도 비교적 안전하게 접종이 가능하며 생산량과 생산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 인플루엔자의 대유행시 짧은 기간에 백신을 대량으로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난 2년 동안 독감 백신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GC녹십자는 세계 독감 백신의 85%가 유정란 유래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안전하다는 점을 내세워 왕좌 수성에 나선다는 반응이다. GC녹십자가 생산하는 독감백신은 '유정란 배양 백신'으로 바이러스를 달걀에 주입하고 배양한 뒤 증식된 바이러스를 사용하여 제조하는 방식이다. 올해 낙찰받은 NIP 물량이 지난해 496만 도즈에 비해 크게 줄었기 때문에 개별 병·의원 등 민간시장을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노피 파스퇴르는 TV와 유튜브 등을 통해 독감 백신 ‘박씨그리프테트라’를 홍보하고 있다. 다른 외국계 제약사들이 국내기업과 손잡고 마케팅 활동을 하는 것과는 달리 독자적인 마케팅 망을 구축하고 있다.
GSK는 지난해부터 광동제약과 함께 독감 백신 ‘플루아릭스 테트라’를 공급하면서 TV광고도 지속해서 내보내고 있다. 독감 백신 유통을 위해 모든 병·의원을 대상으로 공급 물량을 확대하는 등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1일부로 마우리찌오 보르가타를 신임 사장으로 선임하고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CSL시퀴러스코리아는 일성신약과 전략적 판매 제휴 협약을 체결하고 자사의 인플루엔자 백신 ‘플루아드 쿼드’를 공급중이다. '고령층 면역성'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플루아드 쿼드는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일반 백신에 비해 높은 면역 반응을 나타내는 점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각 백신 회사에서 생산·공급된 독감 백신은 올 겨울만 사용된다”면서 “내년 봄에 WHO(세계 보건 기구)가 균주를 발표하면 백신 회사는 새로운 백신을 제조해서 하반기에 공급한다”고 말했다.
강성기 기자 re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