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중고차, 케이카보다 저렴한 차도 있네...‘찜한 쏘나타는 3분만에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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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 중고차, 케이카보다 저렴한 차도 있네...‘찜한 쏘나타는 3분만에 팔렸다’
  • 박시하 기자
  • 승인 2023.10.2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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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지난 24일부터 인증중고차 판매 시작해
-일부 소비자, 생각보다 가격 너무 높아 망설여져
-다른 소비자, 상품화에 든 비용 기꺼이 지불할 것
-중고차 업계, 품질에 대한 우려로 판매줄까 걱정돼
현대자동차 인증중고차 양산센터 치장장 등[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 인증중고차 양산센터 치장장 등[사진=현대차]

중고차 시장은 ‘레몬마켓’이라는 말이 있다. 레몬마켓은 상대적으로 많은 정보를 가진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일부 정보만 제공하거나 거짓 정보를 제공해 기대 이하의 제품을 구입할 가능성이 높은 시장을 말한다. 일부 중고차 판매자가 대형 사고나 침수 사실을 숨기고 차량을 판매하거나, 미끼 매물로 소비자를 유인한 후 반강제로 차량을 떠넘기면서 중고차 시장은 레몬마켓이라는 인식이 굳어져왔다.

몇 년 전부터 중고차 업체들이 인증중고차 제도나 책임환불제 등을 도입하면서 중고차 시장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소비자들은 아직도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차는 지난해 1월 국내 자동차 제조사 최초로 인증중고차 사업에 뛰어든다고 발표했다. 시작 전부터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중고차 선진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의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지난 24일 현대차는 온라인에서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인증중고차 판매를 시작했다. 유원화 현대자동차 아시아대권역장 부사장은 ‘만든 사람이 끝까지 케어한다’는 철학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중고차 거래문화를 안착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녹색경제신문>은 소비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현대차의 인증중고차 판매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자세히 들여다봤다.

■ 괜찮다고 생각해서 찜한 쏘나타, 3분만에 팔렸다

현대차 인증중고차 홈페이지[사진=현대차 인증중고차 홈페이지 캡처]

현대차 인증중고차 사이트에 접속해 둘러보던 중 조건이 괜찮은 차량을 발견해 ‘찜 목록’에 추가했다. 잠시 다른 차량을 둘러본 후 해당 차량을 구입하려고 했더니 ‘다른 고객님께서 구매진행중인 상품입니다’라는 창이 떴다. 현대차가 중고차 판매를 시작한 첫 날부터 높은 호응을 얻은 것이다.

현대차 인증중고차는 모바일 앱 ‘현대/제네시스 인증중고차’와 인증중고차 전용 웹사이트에서 구입할 수 있다. 각각의 플랫폼에서 상품검색부터 배송까지의 전 과정이 원스톱으로 이루어진다. 최종 구입한 차량은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배송되고, 구입한 차량이 마음이 들지 않을 경우 환불이 가능한 ‘책임환불제’도 운영하고 있다.

차량이 소비자들에게 공개되기까지 까다로운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현대차는 272개 항목, 제네시스는 287개 항목에 걸쳐 진단 및 검사를 받은 후 품질인증을 마쳐야 한다. 현대차는 경남 양산과 경기도 용인에 마련한 인증중고차 전용 상품화센터에서 정밀진단과 품질개선 등의 상품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 현대차 인증중고차는 비싸다더니, 케이카보다 저렴한 차량도 있다

현대차의 인증중고차 판매가 시작되면서 품질이 좋아도 가격이 비싸서 중고차의 메리트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현대차와 기존 인증중고차 업체들의 차량 가격을 비교해봤다. 케이카, KB차차차, 오토플러스 등 인증중고차 차량을 판매하는 여러 업체들의 사이트를 방문했으나, 출시 2~3년 이내의 준신차급 매물이 많지 않았다. 가격을 비교하기 위해서 연식, 주행거리, 사고여부 등의 조건을 맞춰야 했기 때문에 현대차와 케이카의 차량만 비교할 수 있었다.

‘쏘나타 DN8 1.6 터보 인스퍼레이션, 현대차가 535만원 비싸’

(좌) 현대차 인증중고차 (우) 케이카[편집=녹색경제신문]

먼저, 2023년식 쏘나타 차량의 가격을 비교해봤다. 다른 조건은 비슷했으나, 현대차 차량이 452km 더 주행했고, 250만원 상당의 추가옵션이 탑재돼 있었다. 두 차량의 가격 차이는 약 535만원으로, 추가옵션을 고려해봐도 현대차에서 판매 중인 차량이 더 비쌌다.

각 사에서 판매중인 쏘나타 세부사항 비교[편집=녹색경제신문]

‘더 뉴 싼타페 하이브리드 가솔린 터보 1.6 2WD 캘리그래피, 케이카가 143만원 비싸’

(좌) 현대차 인증중고차 (우) 케이카[편집=녹색경제신문]

2021년식 싼타페 차량의 가격도 비교해봤다. 다른 조건은 비슷했으나, 현대차 차량이 5845km 더 주행했고, 추가옵션으로 빌트인캠(보조배터리 포함)과 KRELL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이 장착됐다. 제조사 보증기간은 동일하게 남아있었으나, 현대차에서 무상으로 보증기간 1년을 제공하고 있었다. 케이카에서 해당 차량의 보증기간을 1년 추가하기 위해서는 69만 5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두 매물의 가격 차이는 약 143만원으로, 현대차가 125만원 상당의 추가옵션을 탑재했는데도 케이카가 더 비쌌다.

각 사에서 판매중인 쏘나타 세부사항 비교[편집=녹색경제신문]

이외에도 여러 차량을 비교해본 결과, 차량에 따라 현대차의 인증중고차가 더 비싼 경우도 있었고 저렴한 경우도 있었다. 다만, 중고차의 경우 원하는 사양을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가격을 비교하는 것보다 취향에 맞는 차량을 찾는 것이 우선된다는 설명이다.

국내 한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다른 조건이 비슷할 경우 사고여부나 침수여부 등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진다”면서, “준신차급 차량을 구입하려는 소비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도색이나 랩핑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보다 외장 컬러나 특정 옵션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소비자와 중고차 업계의 반응 엇갈려

현대차에 이어 기아도 인증중고차 시장에 진출했고, KG모빌리티도 중고차 시장 진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소비자와 중고차 업계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현대차의 인증중고차가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다는 반응이 가장 많이 나왔다. 준신차급이고 제조사에서 인증한 차량이지만 신차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 인증중고차 사이트의 ‘지금 구매 가능한 인기차량 TOP10’에 오른 차량을 살펴보면 판매가격이 신차가격대비 최저 85%에서 최대 94% 수준으로 다소 높게 책정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중고차를 매입한 그대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비싸도 현대차의 인증중고차를 구입하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현대차측은 상품화 과정에서 기능 정비와 판금·도장 등의 품질개선을 하고 있고, 수리과정에서 사용되는 부품은 신차와 동일하게 현대차가 인증한 부품만 사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중고차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로 기존 중고차 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인천에 위치한 중고차 매매단지의 한 중고차 판매자는 “물론 극히 일부의 중고차 판매자들이 잘못된 방식으로 차량을 판매해 논란이 된 적은 있지만, 모든 중고차 판매자들이 그런 것은 아니”라면서, “개선해야 할 점도 분명히 있지만, 기존 중고차 판매자들의 이미지가 너무 부정적으로 비춰지는 것 같아서 기운이 빠진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에서 판매하는 중고차 가격이 생각보다 높아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직원들 중에서는 가격이 비싸니까 품질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도 있을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면서, “지금도 힘들고 앞으로는 얼마나 더 힘들어질지 모르겠지만 보유하고 있는 단골과 찾아오는 손님들한테 최선을 다하는 거 밖에 방법이 없지 않겠냐”며 씁쓸한 심경을 나타냈다.

박시하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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