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한국만 유일하게 세자릿수
신생아 특례 대출, 주담대 갈아타기 등 변수 관리 중요할 듯
5대 금융지주가 올해 가계대출을 1.5~2% 수준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방침에 5대 지주가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는 최근 관계부처 합동으로 열린 ‘가계부채 현황 점검 회의’에서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5대 금융지주가 제시한 목표는 올해 정부의 경상성장률 전망치 4.9%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당일 회의를 주재한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금융권 스스로 가계부채의 중요성을 당국과 인식을 공유하며 경제성장률 범위에서 가계대출이 관리될 수 있도록 금융사별 업무계획 수립시 세심히 신경써달라"면서 "올해 금리여건 등을 감안해 외형확대 위주의 경영방침을 세우거나 불필요한 가수요를 유발하는 과당경쟁을 지양해달라"고 말했다.
5대 지주가 구체적인 관리 목표를 제시함에 따라, 올해 가계대출 문턱은 다소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새해에도 부동산 경기가 반등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고금리 등으로 대출 수요도 위축된 만큼 가계대출 증가율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작년 연간 가계대출 증가 폭이 10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과거 8년 동안 매년 80조원 넘게 불어났던 것과 비교하면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전체 경제 규모(GDP) 대비 가계부채 수준은 높은 편이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최신 보고서(작년 3분기 기준)에 따르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넘는 국가는 조사 대상 34개국 가운데 한국이 유일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금융권 가계대출을 경제성장률 내로 관리함으로써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꾸준히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2년 105.4%, 2023년 104.5%, 올해 100.8%(잠정치)까지 2년 연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6일 열린 브리핑에서 "지금 가계부채가 많다는 건 모두가 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라 줄이긴 줄여야 하는데, 경제에 무리가 안 가게 천천히 줄여야 한다"며 "올해 말 기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8%라 내년에 잘하면 두 자릿수로도 당연히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가계부채 관리와 관련해 곳곳에 변수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출시될 27조원 규모의 신생아 특례 대출과 대환대출 인프라를 통한 주담대·전세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대출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신생아 특례 대출은 1%대의 금리와 함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받지 않는 만큼 가계부채 관리의 사각지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창현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