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장터 운영·생활용품 기부 등 설 앞두고 상생 활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이끄는 주요 그룹들이 설 명절을 앞두고 협력회사 납품 대금을 앞당겨 지급하기로 했다.
주요 그룹이 현재까지 설 명절 대금으로 약속한 금액은 약 6조원에 달하며 아직 발표하지 않은 SK 등 여타 그룹을 포함하면 7조5000억을 상회할 전망이다.
한 경영계 인사는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협력회사와의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상생경영'이 강조되고 있다"며 "이재용 회장이 '동행' 철학 아래 사회공헌을 강화한 것도 재계 전반에 선한 영향력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는 이날 설 명절을 앞두고 협력회사에 물품대금 총 2조1400억원을 앞당겨 지급한다고 29일 밝혔다.
삼성전자가 1조4000억원을 조기 지급하는 것을 비롯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물산 등 11개 관계사가 참여한다.
물품대금은 회사별로 예정일보다 최대 21일 앞당겨 지급할 예정이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22년 10월 취임사에서 "삼성은 사회와 함께해야 한다"며 "고객과 주주, 협력회사,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해야 한다"고 상생을 강조했다.
삼성은 국내 경기 활성화를 지원한다는 취지로 17개 관계사 임직원 대상 온라인 장터를 열었다. 삼성전자 등은 매년 명절마다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직거래 장터를 운영했으며 지난해 설과 추석에는 70억 원 이상의 상품을 구입했다. 직원들은 온라인 장터를 통해 관계사 자매마을 농수산물·특산품 등을 구입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설을 앞두고 협력사들에 납품대금 2조1447억원을 애초 지급일보다 최대 23일 앞당겨 지급할 계획이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건설, 현대제철, 현대오토에버, 현대위아 등에 부품과 원자재, 소모품 등을 납품하는 6000여개 협력사가 그 대상이다.
현대차그룹 측은 "이번 조기 지급이 상여금을 포함한 각종 임금과 원자재 대금 등으로 협력사들의 자금 소요가 설 명절에 일시적으로 집중되는 부담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했다.
현대차그룹은 또 1차 협력사들이 설 이전에 2차, 3차 협력사들에 납품대금을 앞당겨 지급할 수 있도록 유도해 수혜 대상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또 현대차그룹 임직원들은 지난 22일부터 전국 사업장 곳곳의 복지시설과 취약계층을 방문해 기부금과 생필품·설 선물을 전달하고 주변 환경 정화·급식 지원과 같은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LG도 협력사, 지역 사회와의 상생을 위해 납품 대금 1조2000억원가량을 최대 14일 앞당겨 지급한다고 밝혔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생활건강 등 8개 계열사가 참여할 예정이다.
LG는 설 명절을 앞두고 대금 결제, 상여금 등 일시적으로 자금 수요가 늘어나는 협력사를 돕기 위해 납품 대금을 미리 지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LG 계열사는 납품 대금 조기 지급 외에도 협력사가 저금리로 대출을 받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상생협력펀드, 직접 대출 등을 포함한 1조3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LG 측은 "납품대금 조기 지급뿐만 아니라,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금융비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사를 지원하기 위한 상생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LG는 '나눔 활동'에도 힘을 쏟는다. LG전자는 명절 전까지 1사1촌 자매결연을 맺은 10개 마을에 총 2000kg의 김치를 기부한다. 다른 LG 계열사들도 나눔 활동에 동참한다. LG화학은 여수, 대산 등 사업장별로 지역 이웃에게 생필품, 난방용품 등을 전달한다. LG생활건강은 전국 여성 청소년 기관, 노인 복지시설 등에 생활용품, 화장품, 음료를 기부할 계획이다.
롯데그룹 역시 설 명절을 맞아 자금 수요가 늘어나는 파트너사들을 돕기 위해 중소 협력사 납품대금 8800억원을 조기 지급하기로 했다.
롯데웰푸드, 롯데백화점, 롯데케미칼, 롯데건설 등 29개 계열사가 1만4000여개 협력사에 당초 지급일보다 평균 9일가량 앞당겨 대금을 지급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주요 계열사와 거래하는 1만2000여 중소 협력사의 결제대금 3022억원을 당초 지급일보다 최대 9일 앞당겨 설 전인 오는 2월 6일에 지급하기로 했다.
중흥그룹은 중흥건설과 중흥토건 협력사들의 원활한 자금 운용을 돕기 위해 공사대금 약 1300억원을 명절 전에 전액 현금으로 조기 지급한다.
애경산업은 원부자재 등을 공급하는 81개 협력사에 당초 지급일보다 19일 앞당겨 68억원의 거래 대금을 조기 지급하기로 했다.
삼성 등 주요 그룹이 현재까지 납품대금으로 약속한 금액은 약 6조원 규모에 달한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SK, 포스코 등 대금을 포함할 경우 7조5000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