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관련 판례 생겼다... 원고 승소에 무게 쏠려
‘메이플스토리’ 내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해 불거진 문제에 ‘뿔 난’ 유저들이 법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게임사를 상대로 한 민사 소송 중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법적 분쟁의 향방에 대해 이목이 쏠린다.
어제 (19일)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500명이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넥슨코리아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및 환불소송 소장을 제출했다. 이철우 게임이용자협회 회장과 권혁근 법무법인 부산 소속 변호사가 소송 대리인을 맡았다. 권 변호사는 추후 자료를 취합하여 이번 달 내로 500여명 가량의 원고가 추가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고가 제기한 소송의 근거는 총 세 가지다. 원고 측의 주장에 의하면, 우선 넥슨은 약관을 ‘게임 서비스 및 게임에 부수되는 콘텐츠, 넥슨 캐시 등의 제반 서비스 등과 관련하여 해당 서비스의 내용이 변경될 경우 홈페이지, 각 서비스별 홈페이지 및 제휴 서비스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이용자인 원고들에게 공지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는 채무 불이행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넥슨은 확률형 아이템 인기잠재옵션의 출현확률을 하향 조정하고 중복출현을 제한시키는 등의 기망행위를 저질렀다. 사기죄에 성립하는 기망행위는 거래관계에서 지켜야 할 신의칙에 반하는 행위로서 사람으로 하여금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행동을 뜻한다.
이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에 위반한다. 전자상거래법 제21조 제1항 제1호에 의하면 ‘거짓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하여 소비자를 유인 또는 소비자와 거래하는 행위’는 금지돼있다.
이를 토대로 원고 측은 이용자들의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매매계약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손해배상액으로 청구한다고 밝혔다.
권 변호사는 "청구금액은 총 구매액수 약 25억 중 2억5000만원을 시작으로 원고 인원과 청구범위를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향후 진행상황을 설명했다. 이 협회장은 “곧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의무화 시행령이 시행될 예정이지만 이미 피해를 입은 게임 이용자에 대한 보상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며 “이번 소송은 게임 이용자가 부당한 처우에 침묵하지 않는다는걸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며 이를 통해 게임 이용자의 권익보호 인식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지금껏 청구액에 비해 높은 소송비용으로 인해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적은 드물었다. 더불어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명확한 증거 제출에 뒤따르는 어려움 등 여러가지 애로사항이 산재해 승소한 사례를 찾기 힘들었다.
다만 최근 들어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해 촉발된 법적 공방에서 법원이 이용자들의 손을 들어준 판례가 생겼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번 법적 공방에서 법원이 원고의 손을 들어 줄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쏠린다.
지난 2023년 2월에 ‘컴투스 프로야구 for 매니저’ 이용자 6명이 컴투스와 해당 게임을 개발한 에이스프로젝트를 상대로 진행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났다. 원고측은 해당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이 컴투스 측의 설명과 다르게 적용되거나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4200만원의 배상액을 요구했다. 이에 해당 소송을 진행한 서울남부지방법원은 게임사 측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내용을 조작하거나 버그를 방치했다는 원고의 주장은 기각했으나 확률형 아이템의 수치 정보를 다르게 설명한 점 등을 인정하며 피고에게 100만원 내지 2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여기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보 제공 미흡’으로 인한 피해 사실을 인정했다는 점이 이번 소송에 활용된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통해 넥슨 측이 확률 변경에 대한 ‘정보 제공’을 의도적으로 누락했다는 명백한 증거도 나왔다.
한 법조인 관계자는 “비슷한 사안과 관련한 판례가 있는 만큼 측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원고인단의 규모가 크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소송이 중도 취하될 것 같지도 않다”고 전했다.
이지웅 기자 game@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