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사업을 띄우기 위해 전방위 지원사격 할 만큼 반도체 산업은 ‘총성 없는 전쟁 중’이다. 그 가운데 우리나라 정부의 세액 공제 위주의 지원 방식에서 더 나아가 적극적인 국가 지원을 통해 한국 반도체 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이종환 상명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최근 여러 국가들이 자국 반도체 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배경에 대해 “자연스럽게 시대적 흐름과 맞물려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예컨대, AI를 비롯해 반도체의 중요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또한 현대 군사기술의 핵심 역시 반도체라고 설명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군사용 드론, 로봇에 탑재되는 반도체 기술이 그 핵심”이라면서, “그러다 보니 불확실성이 있는 외부 반도체 공급망보다 (국가적 지원을 통해) 외부 변동률이 최소화되는 자체 반도체 공급망 생태계를 조성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최근 경향을 설명했다.
이 교수의 설명처럼 반도체 법을 통과시킨 미국을 필두로 반도체 사업의 부활을 노리며 반도체 르네상스를 꿈꾸는 일본까지 세계 각국은 자국 반도체 산업을 살리기 위해 여념이 없다.
미국 정부는 최근 2조원이 넘는 반도체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미국 반도체 기업인 ‘글로벌파운드리스’를 선정했다. 반도체 법 제정 이후 미 정부는 지난해 12월 미군 전투기용 반도체를 만드는 영국 방산업체 BAE시스템스를 첫 번째 보조금 수혜 대상으로 결정했고, 지난달에는 자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에 두 번째 보조금 지원을 결정했다. 최근 파운드리 분야 재진출을 선언한 미국 기업 인텔에도 13조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경우 ‘반도체 왕국’이라고 불렸던 과거를 재현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온 힘을 쏟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트에 따르면 일본 반도체 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988년 50.3%였으나, 1990년대 이후 점차 그 위상이 낮아져 2021년에는 6%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일본 정부는 7개 일본 대기업이 출자해 설립한 라피더스에 약 3조원의 자금을 지원했을 뿐만 아니라 예산, 세제, 규제 등 모든 측면에서 투자 지원 패키지를 약속했다. 일본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라피더스는 2나노 공정의 반도체를 2025년에 시험 생산하고, 2027년부터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일본은 외국 반도체 기업 공장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24일 가동을 시작한 TSMC의 반도체 생산 공장은 일본 규수 지방 구마모토현에 자리 잡고 있다. 가동을 시작한 1공장과 건립 중인 2공장까지 일본 정부의 총지원 금액은 1조 2천억엔(10조 6천억원)에 달한다.
이 교수는 이같은 해외기업 유치가 자국 산업과 시너지를 낼 뿐만 아니라 단시간 내 빠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이 교수는 “일본의 경우 단시간에 빠르게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라며 ,“TSMC 같은 큰 기업이 자국 내로 오면 부수적인 효과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규슈경제조사협회는 TSMC 유치로 오는 2030년까지 약 20조엔(약 177조원)의 경제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비해 한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은 미진한 면이 없잖아 있다는 것이 이 교수와 업계의 지적이다.
이 교수는 “한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책은 전체적으로 컨트롤 타워가 명확하지 않다”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나서서 반도체 산업 관련 전문성과 산업 전망을 가지고 전체적으로 이끌어주는 것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반도체 등 첨단 산업 투자 시 세액공제 등의 내용을 확대한다는 지원방안을 3월까지 추가로 내놓을 계획이다. 하지만 현행의 세액공제 위주의 지원 방식에서 더 나아가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일례로 일본의 경우 앞서 언급한 구마모토현의 TSMC 공장 투자액을 40%가량 현금으로 지급했다.
이 교수는 “삼성과 SK하이닉스와 같은 큰 회사들이 있다고 마음을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지원・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조아라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