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불법 통신사업자 역할한 것
통신사, "집주인·세입자 문제" 일축
집주인이 통신사업자의 다회선 인터넷을 통해 세입자들에게 바가지 요금을 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예를들어 집주인이 원룸 16개에 인터넷을 제공하기위해 한 이통사와 16회선을 9만5700원에 계약했을 경우 가구당 6000원정도 부담하면 되는데 실상 2만원가까운 비용을 세입자들에게 요구하고 있다는 것. 논리는 개별적으로 인터넷회선을 사용하면 2만원 이상의 비용을 내야하는데 2만원이면 싼게 아니냐는 게 집주인들의 논리다.
세입자들, 저품질 인터넷을 바가지 요금으로 이용....이통사 프로모션도 집주인이 독점
애꿎은 세입자들 입장에서는 속도가 느린 저품질 인터넷을 비싼 가격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게다가 SK·KT· LG 등 국내 이통사들이 진행하는 현금제공, 마이리지 등 프로모션 혜택은 계약 당사자인 집주인들에게만 고스란히 돌아간다.
실제로 상당수의 원룸 세입자들은 사실상 몇 천 원대의 인터넷을 쓰고 있지만 관리비 명목으로 2만원까지 낸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관리비가 5만원인 곳은 인터넷이 포함 안 돼 있고, 관리비가 7만원에서 10만원 정도라면 인터넷도 포함된다. 인터넷 비용은 2만원 정도로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건물주가 직접 대규모 계약을 하고, 세입자들에게서 이익을 취하며 사실상 불법 통신사업자 역할을 한 것이다. 통신 상품을 재판매하는 통신사업자가 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 등록 또는 신고해야 한다. 이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재판매를 해왔다면 불법행위다.
통신사도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통신3사는 건물주를 위해 '다회선' 서비스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의 한 대리점은 방이 8개면 월요금이 5만 600원으로, 방 하나당 소요 비용은 6325원이라고 광고했다. KT 대리점은 "KT 인터넷은 '세대수:회선=5:1' 또는 '8:1'로 설치한다"며 "5세대 기준 100메가 인터넷 회선 하나가 들어가고, 8세대라면 500메가 회선 하나가 들어간다"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 대리점도 "80개의 방이 있어도 80회선의 요금이 모두 청구되는 것이 아니라 10회선만 청구된다"며 저렴한 가격을 강조했다.
이에 세입자는 별도로 회선을 개통하기도 한다. 한 세입자는 "집주인들이 회선 하나를 개통해 여러 방에 뿌리니 인터넷 속도가 너무 느리다. 어쩔 수 없이 별도로 인터넷 회선을 개통했고, 관리비도 여전히 내는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통신사 입장에서는 집주인과 한 번, 세입자와 한 번, 두 번 계약하기에 '남는 장사'다.
통신사들 "집주인과 세입자들간 해결해야될 문제다. 우리와 상관없다"
통신사는 '우리와는 상관 없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집주인과 세입자 간 해결할 문제이며 당사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정부와 국회도 이같은 행태가 멈춰져야 한다는 입장을 같이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집주인이 단체계약을 하고 리베이트도 받는 관례가 있어 이에 대한 개정안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이인영 의원이 지난 해 낸 개정안이다.
다가오는 7월 30일부터 시행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집주인이 일방적으로 한 개의 통신사와 단체계약하는 것을 금지한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집주인 등 관리주체가 독단적으로 계약함으로써 서비스권을 보호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며 "개정안이 시행되면 관리주체가 일방적으로 계약한 뒤 세입자에게 공급하는 행태가 금지된다, 법에 해당있는 건물의 유형 등에 관한 자세한 내용도 곧 고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