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연대기_현재] 쿠팡 VS 공정위, 과징금 두고 잇따른 공방...쿠팡의 역린(逆鱗)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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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연대기_현재] 쿠팡 VS 공정위, 과징금 두고 잇따른 공방...쿠팡의 역린(逆鱗)은?
  • 서영광 기자
  • 승인 2024.04.16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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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개선 위해 택한 선택...PB 자회사 CPLB의 ‘명과 암’
‘납품가’로 빚어진 반(反)쿠팡 동맹...혜택으로 유혹하는 中 커머스
쿠팡의 역린 ‘갑질’...방점은 ‘온·오프라인’ 경계 유무

1위에겐 늘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특히 미꾸라지가 용됐다는 이야기는 누구라도 주목할 만한 소식이다. 소셜커머스로 출발한 쿠팡은 기존 유통강자 이마트를 밀어내고, 지난해 무려 31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쿠팡은 국내 유통시장에서 전무후무(前無後無)한 물류 인프라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한편 관심의 대상은 때로 논란과 구설수가 따라붙기 마련이다. 쿠팡도 유통강자로 우뚝 선 순간부터 쉽사리 ‘갑질’ 꼬리표를 떼기가 힘들어 보인다. 이어 최근엔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국내 시장을 빠르게 조여 오고 있다. 이 가운데 쿠팡이 제동 없는 독주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녹색경제신문>은 소셜커머스 업체에서 세기의 관심에 놓이게 된 ‘신흥 유통강자’ 쿠팡의 과거·현재·미래를 종합해 세번에 걸쳐 연재한다.

마을로 배송 나가고 있는 쿠팡카의 모습. [사진= 쿠팡]
마을로 배송 나가고 있는 쿠팡카의 모습. [사진= 쿠팡]

체질개선 위해 택한 선택...PB 자회사 CPLB의 ‘명과 암’


쿠팡이 소셜커머스로 분류되던 지난 2014년 세계 최초의 소셜커머스 ‘그루폰’의 한국 사업이 몰락했다. 그루폰이 쿠팡 창립의 모티브(motive)였던 터라, 창업자 김범석 쿠팡 의장의 충격도 컸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 당시엔 소셜커머스 업체 간 경쟁이 과도한 수준이었다. 과열된 시장에선 성장이 침체되고,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체질개선 전략이 시급했다. 이 가운데 마진율이 높은 자체브랜드(PB)를 개발하는 것 외엔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

이에 티몬이 먼저 PB 론칭에 나서고, 그 뒤로 위메프와 쿠팡도 따라 붙었다. 쿠팡의 경우 지난 2017년 첫 자체브랜드 ‘탐사(Tamsaa)’를 론칭하고, 이후 곰곰·딜리조이·홈플래닛 등 여러 브랜드로 추가해나갔다.

지난 2020년엔 쿠팡이 PB 사업부를 별도 법인으로 분할했다. 자본금 1억원을 들여, PB 전문 자회사 ‘CPLB( Coupang Private Label Brands)'를 만든 것이다. 그 당시 발행 주식수는 2000주, 액면가는 5만원이었다.

현재 시점에서 CPLB를 분할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CPLB의 매출은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CPLB는 지난해 약 1조6000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매출 실적 외에도 CPLB는 ‘중소 업체들과의 상생’에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쿠팡에 PB제품을 납품·제조하는 중소 제조사는 550곳 이상이며, 지난해 이들의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CPLB 사업엔 어두운 면도 분명 존재한다. CPLB로부터 빚어진 ‘갑질’ 및 ‘부당 마케팅’ 등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현재 쿠팡은 공정거래위원회와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앞서 쿠팡이 하청업체에 PB 상품 제조를 위탁하면서, 발주서에 ‘허위 단가’를 기재했다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쿠팡은 이에 굴복하지 않고, 과징금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외에도 최근 공정위는 쿠팡에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 혐의를 제기했다. 공정위는 쿠팡이 CPLB가 공급하는 상품 등을 경쟁사업자의 것보다 현저히 우량한 것으로 오인하게 했다고 보고 있다. 쿠팡이 경쟁사업자의 고객을 부당하게 유인했다는 것이다.

쿠팡의 PB 사업은 요즘 같은 고물가에서 꽃을 피우는 사업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납품가’로 빚어진 반(反)쿠팡 동맹...혜택으로 유혹하는 中 커머스


쿠팡과 공정위의 법정 다툼은 비단 CPLB만의 일은 아니다. 쿠팡은 꽤 빈번하게, 긴 시간동안 공정위와의 대립각을 이어왔다.

지난 2017년 공정위는 쿠팡이 LG생활건강 등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공정거래법과 대규모유통법을 위반했다며, 지난 2021년 약 3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쿠팡이 쿠팡을 제외한 경쟁 온라인몰 판매가를 올리도록 납품업체를 부추겼다는 혐의를 제기했다. 이어 납품업체가 원치 않는 광고를 강매했다는 혐의도 덧붙였다.

하지만 쿠팡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결정에 불복했다. 올해 초까지 이어진 고등법원에서의 불복 소송은 결국 쿠팡이 승소한 것으로 마무리됐다. 과징금 문제는 이로써 일단락됐으나, 그간 ‘반(反)쿠팡 연대’의 결속력은 돈독해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쿠팡의 눈엣가시인 차이나 커머스로 진출을 고려하는 납품업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CJ제일제당을 비롯한 ‘반(反)쿠팡’ 업체들은 쿠팡에서 공식몰을 운영하는 등 ‘오픈마켓’ 형태로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쿠팡의 매출에서 ‘로켓배송’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직매입 계약구조를 포기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양측 모두에게 이롭지 않다.

한편 쿠팡은 한때 치열하게 법적 공방이 오갔던 LG생활건강과는 최근 화해했다. ‘수수료 0원’ 및 ‘무료배송’ 등 혜택을 늘리는 알리익스프레스를 의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공식적으론 누가 먼저 화해의 손을 뻗었는지 그 속사정까진 알지 못하나, 양측 모두 화해를 원했던 것은 분명하다.

햇반 이미지. [사진= CJ제일제당]
햇반 이미지. [사진= CJ제일제당]

쿠팡의 역린 ‘갑질’...방점은 ‘온·오프라인’ 경계 유무


쿠팡이 LG생활건강과 직매입 계약을 재개하면서, CJ제일제당과의 향후 관계에도 관심이 쏠린다. 양사는 지난 2022년 햇반 납품 단가로 갈등을 겪고, 현재까지도 직접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7월에는 쿠팡이 CJ올리브영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다.

앞서 ‘갑질’ 관련 혐의를 받아온 쿠팡이 CJ올리브영을 대상으로 ‘갑질’ 신고를 제기한 것에 그간의 설움이 느껴진다. 1위 업체에 쉽게 따라붙는 꼬리표처럼 쿠팡의 역린(逆鱗)도 ‘갑질’인 걸까? 역린이란 용의 목 바로 아래 거꾸로 붙은 비늘로, ‘급소’를 지칭하는 말이다.

한편 ‘갑질’ 논쟁에서 중요한 쟁점은 ‘시장 우월적 지위’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다. 실제로 올리브영은 H&B스토어 영역에서 타협할 수 없는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지만, 공정위는 올리브영의 시장 내 지위를 온·오프라인 경계를 허물어 판단했다. 이에 올리브영의 과징금은 최대 6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18억9600만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그렇지만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진 것에 대해 쿠팡도 부정적일 이유는 없다. 올리브영과의 관계를 떠나 ‘갑질’을 구분하는 영역이 넓어지는 것이 쿠팡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6일 <녹색경제신문>에 “온·오프라인을 통합해서 보는 것이 쿠팡도 반가운 일일 것”이라며 “‘갑질’의 심판대에 곧잘 놓이는 쿠팡도 향후 감독·제재 수위가 낮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유통업계에선 쿠팡이 CJ제일제당과의 화해 분위기를 곧 조성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네이버·중국 이커머스에 이어 최근엔 11번가까지 쿠팡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반(反)쿠팡 연대에 힘을 싣는 것은 쿠팡도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강한승 쿠팡 사장이 손경식 CJ그룹 회장에게 서울 고척돔에서 열리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시리즈 경기 티켓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져, 양측이 곧 계약 재개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가중되기도 했다.

앞서 티몬·위메프가 '소셜커머스 쿠팡'의 주적(主敵)이였다면, '신흥유통강자 쿠팡'은 이제 반(反)쿠팡 '연대'와의 대립을 마주하고 있다. 쿠팡이 원치 않아도 1위에 올라선 순간부터는 내려올 수 없는 갑질의 심판대에서 오른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에 ‘적’이냐, ‘아군’이냐의 저울질에서 쿠팡이 CJ제일제당을 비롯한 납품업체들에 어떠한 선택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영광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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