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경차 중심 포트폴리오 구성해야
모로코를 돌아다니다 보면 경차를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도로가 좁고 교통체증이 심한 탓에 경차가 운전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모로코인들의 구매력에 경차가 알맞는 점도 경차 인기에 한 몫을 한다.
모로코인들은 한 번 자동차를 구매하면 큰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자동차를 바꾸지 않는다. 아직까지도 수동기어가 장착돼 있는 자동차가 대부분이다. 택시 역시 오래된 경차가 주를 이루고 있다. 물론 부촌에 방문하면 고급차를 찾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대다수의 모로코인들은 연비가 좋은 경차를 선호한다. 이곳에선 전기차 트렌드도 먼 이야기다.
모로코 경차 시장을 살펴보면 지난 2022년 기준 르노 그룹 산하의 회사 다시아(Dacia)가 27.2%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르노가 2위, 현대차는 3위에 머물러 있다. 다시아가 1위를 차지한 배경으로는 가격 경쟁력이 가장 먼저 꼽힌다. 다시아의 저가형 승용차 산데로의 경우 한화로 약 1700만원에 불과한데 현지에선 가격과 더불어 고장율에서도 현대 i20에 한참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와 기아가 모로코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선 먼저 저렴한 경차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아의 경차와 비교해 현대의 경차는 최대 1000만원 이상 비싸기 때문이다.
카사블랑카의 한 자동차 딜러는 "모로코에서 현대와 기아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적인 측면에서 소비자들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아프리카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전략형 모델을 내놓는다면 점유율 상승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금재 기자 re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