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배상 가이드라인 역할로 배상 속도 붙을까
일부 투자자 중심 100%배상 주장... 자율배상 난항 전망
금융당국이 5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의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대표사례에 대한 배상비율을 30~65%까지로 결정했다. 금융당국의 이러한 배상안 공개가 홍콩 ELS 배상안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면서 각 은행 자율배상에 속도가 붙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금감원 분조위 측은 "이번 배상비율 결정으로 금융 소비자들의 자율 배상과 관련한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거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는 13일 홍콩 ELS 손실사태와 관련해 국내 5개 은행과 거래 고객 간 분쟁 사안 중 대표사례를 1건씩 선정해 총 5건에 대한 분조위를 개최했다.
분조위는 선정된 5건의 사례를 검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은행의 불완전 판매를 판단했다. 구체적으로는 ▲개별 적합성 원칙 위반(판매 직원의 적합하지 않은 상품 권유) ▲일괄 설명의무 위반(상품 손실 축소 결과를 활용) ▲개별 부당권유 금지 위반(안전한 상품이라고 오인하게 할 만한 내용 기재)이 발견됐다.
이에 분조위는 5개 은행 사안별로 설명의무 위반 사항과 적합성 원칙 및 부당권유 금지 등 위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본배상비율을 20~40%로 책정했다.
이후 분조위는 사례별로 'ELS 분쟁조정 기준안'에서 제시한 가산 요인과 차감 요인을 적용하여 최종적으로 30~65% 수준의 배상비율을 결정했다. 가산 요인에는 예∙적금 가입 목적, 금융취약계층 해당 여부 등이 포함되고 차감 요인에는 ELS 투자 경험, 매입∙수익 규모 등이 포함됐다.
가장 높은 최종 배상비율이 결정된 사례는 NH농협은행이었다. 분조위는 NH농협은행이 70대 고령자 고객을 대상으로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를 위반하고 고령자 보호 기준을 미준수한 사례에 대해 65%의 배상비율을 결정했다.
이번 분쟁조정은 신청인과 판매자가 조정안을 제시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조정안을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된다.
금감원 분조위 측은 "이후에도 원활한 자율배상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일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100% 완전 보상을 주장하는 등 은행과 소비자 간 입장차는 여전히 극명한 상황이다.
지난 7일 홍콩 ELS 피해자 모임은 '금융사기예방연대'를 출범하고 홍콩 ELS 계약 원천 무효 처분을 위한 활동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날 길성주 금융사기예방연대 집행위원장은 "이런 사건이 흐지부지 처리되면 앞으로는 2~3년 후 같은 피해가 또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지원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