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의 처참한 역사...범죄로 얼룩 진 '역행'의 기록
‘요행(僥倖)’ 내려놓고, 묵묵히 정도(正道) 걸어야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7080년대를 주름잡았던 원조 K-패션 그룹 쌍방울의 출발은 무려 195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쌍방울은 ‘무차별 투자’로 지난 1997년 일찍이 부도를 맞았으나, 일부 MZ(2030세대)들에게도 쌍방울이 친숙한 이름인 것을 보면 한창 때 ‘명성’이 대단했던 것 같다.
‘순면’·‘TRY(트라이)’·‘메리야스’ 등 속옷계의 독보적인 위치를 이어왔던 쌍방울은 현재 ‘주가조작’·‘정경유착’·‘대북송금’·‘대장동 사건’ 등으로 창업주들의 영광을 욕보이고 있다.
24일 <녹색경제신문>은 원조 국민 패션 그룹에서 상장폐지까지 몰락하고, 현재까지도 정계·법조계에서 주시하고 있는 쌍방울의 처참한 역사를 훑어본다.
‘쌍방울’이라는 이름은 창업주 이봉녕, 이창녕 형제로부터 따왔다. 처음에는 ‘형제상회’라는 이름의 속옷판매점이었다가 지난 1962년 ‘삼남메리야스’를 거쳐, 지난 1964년엔 ‘쌍방울’ 브랜드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형제의 돌림자에는 ‘편안할 녕’자가 공통으로 포함 됐지만, ‘쌍녕’이라는 거친 독음에 ‘녕’ 대신 방울 령(鈴)자를 사용하면서 ‘쌍방울’이 탄생한 것이다.
쌍방울의 주력 상품 ‘메리야스’는 그 당시 수많은 경쟁사들을 제치고, 속옷계의 ‘프리미엄’을 실현해냈다. 유통사에서 제조사로 변화하면서 나일론을 모두 제거한 ‘순면’ 속옷을 대규모 생산·유통하는데 성공했고, 이는 시장에서 소위 ‘히트’를 쳤다.
지난 1979에는 ‘2세 경영’의 막이 올랐다. 이봉녕의 잠남 이의철이 사장으로 취임한 후, 지난 1980년대엔 이의철·이의종 형제가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구상한다. 두 형제는 섬유·패션을 넘어 소프트웨어, 통신기 제조사업을 비롯해 리조트사업까지 사업을 진출시켰다. 여기저기 사업 가지를 펼친 쌍방울은 지난 1992년 ‘대규모기업집단’에 포함된다.
1997년엔 운영하던 ‘무주리조트에 무주·전주 동계 유니버시아드 개최를 무리하게 계획했다. 이 것이 탈이 되고, 외환위기와 맞물려 같은 년도 10월 부도가 났다. 이때부터 쌍방울의 몰락史(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그 이후 쌍방울은 애드에셋(현 SBW홀딩스)·대한전선그룹·레드티그리스·광림 등으로 소유권이 떠돌아다녔다. 지난 2014년 광림에 인수되면서 칼라스홀딩스 계열에 넘어갔고, 현재 ‘문제’의 임원인 김성태 전 회장이 집권한 것도 이 시점부터다. 지난 2019년엔 남영비비안을 인수하면서 ‘쌍방울그룹’이라는 이름이 다시 차용됐다.
국내 재계에서 창업주만한 후세는 없다 해도, 쌍방울이 이렇게까지 몰락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또한 쌍방울이 ‘친(親)조폭’, ‘대북송금’, ‘뇌물상납’ 등 범죄자 김 전 회장을 만나 아직까지 살아남은 것 역시 놀라운 일이다.
전 세대에 ‘국민 속옷’기업으로 기억되는 ‘원조 K-패션’ 쌍방울이 기적처럼 살아날 수 있을까?
뒤처지다 보면 ‘요행(僥倖)’을 바라는 것이 사람 본성이라곤 하나, 범죄로 절대 퇴행의 시기를 메울 수 없음을 그간의 ‘설욕’을 되짚어 깊게 새겨야할 것으로 보인다.
서영광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