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대항력 포기하며 낙찰률 높여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기피현상이 심해진 탓에 이달 서울의 빌라 경매 건수가 이전과 비교해 더욱 늘어나면서 2006년 1월 이후 최다 수준을 기록했다.
30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27일 진행된 서울 빌라 경매건수는 1149건으로 집계됐다. 이달 말까지 진행 예정인 빌라 경매 건수를 합하면 모두 1494건으로 지난달(1456건)보다 50여건 많다. 지난달 서울 빌라 경매 건수는 2006년 5월(1475건) 이후 가장 많았지만, 한 달 만에 더욱 늘어나며 이 기록을 다시 깬 것이다.
서울의 빌라 경매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월평균 600∼800건 수준이었으나, 지난 1월 1290건, 2월 1182건, 3월 1048건, 4월 1456건 등으로 올해 들어 계속 1000건을 웃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인해 2022년 상반기까지 급등했던 전셋값이 이후 급락한 데 따른 역전세와 전세사기 여파가 맞물려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거나 대출을 갚지 못하는 집주인이 늘었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1~27일 낙찰률(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은 20%로 전달(15%)보다 다소 개선됐다.
낙찰률 상승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항력을 포기한 빌라 경매가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HUG는 이달(23일 기준)에만 다세대 빌라나 오피스텔 등 전세사고로 나온 경매 물건 60건을 낙찰받았다.
HUG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에게 집주인 대신 보증금을 내어준 뒤 채권 회수를 위해 강제경매를 신청하는데, 보증금이 많다 보니 경매시장에서 낙찰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자 보증금 일부라도 회수하기 위해 최근 대항력 포기를 택하고 있다.
다만 이런 방법으로는 HUG의 손실이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통상 감정가의 60~70% 수준에서 낙찰되는데 채권과 낙찰가의 차액이 HUG의 손실로 되기 때문이다. HUG는 낙찰받은 주택을 활용해 공공임대 '든든전세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더불어 HUG는 채권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전세 보증 사고로 경매에 넘어간 물건 가운데 일부에 대해 낙찰자가 임차권을 회수하지 않는 조건으로 경매를 진행해 줄 것을 법원에 요청하고 있다.
업계에선 HUG의 참여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주인을 찾지 못한 빌라의 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HUG가 대항력을 포기한 덕분에 낙찰률은 조금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HUG가 손실을 감당하면서도 빌라 경매에 참여하고 있어 낙찰률이 올라가는 모양새"라면서 "낙찰받은 주택을 공공임대에 활용한다면 주거안정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금재 기자 re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