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 즉시 당국에 보고했지만 제재 못 면해
사망자 유가족이 신고 안할 시, 사망자 계좌 범행 악용 가능성↑
[녹색경제신문 = 김진희 기자]
금융감독원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금융사고 공시 기간 미준수, 사망고객 명의 금융거래 적발 등에 따라 과태료 등 제재 조치를 내린데 대해 은행권에서는 양사가 신속한 보고 의무는 다했으나 현실적으로 제재를 피하기 힘든 측면도 있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객 사망 정보 확인 등 금융당국의 촘촘한 시스템 보완이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일부 인터넷 은행이 받은 제재 조치의 이면에는 은행의 권한 상 어쩔 수 없는 구조상의 문제도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날 금융감독원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각각 3000만 원과 268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공시했다. 금융사고 공시 기간 미준수 등에 따른 것이다.
◇ "은행은 수사기관 아냐, 사고금액 확정불가" VS. "추정금액 공시해야"
은행법에 따르면 10억 원 이상의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은행은 사고가 발생한 날부터 15일 이내에 은행 홈페이지 등에 내용을 공시해야 한다.
카카오뱅크는 2022~2023년 각각 198억 9000만 원과 15억 3000만 원 규모의 대출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케이뱅크는 같은 기간 각각 15억 원, 11억 1000만 원 규모의 대출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양사는 사고 발견 직후 당국에 보고하고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으나 기간내 공시 의무를 어겨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됐다.
금감원도 과태료 통보 사실을 알리면서 "두 은행이 보고는 했지만 공시는 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오히려 이번 제재 대상에 포함된 은행들이 신속하게 보고와 신고를 한 덕에 금융사고 피해가 줄어든 면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수사기관에 의심거래보고를 충실히 한 공로로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적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수상한 거래를 발견해도 사기라고 판단할 권한은 없다"며 "일단 수사기관에 보고하고 판단을 기다리면 금액이 확정되는데 그 규모가 10억 이상 공시 대상으로 뒤늦게 드러나서 제재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수사기관에서 사실관계를 확정하기 전까지 확실한 규모를 인지할 수 없는 건 모든 은행이 공통적"이라면서도 "다른 은행들은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대출 사기로 의심되는 잔액 기준으로 공시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공시 내용에 아직 수사 중이라 확정적 손실 금액은 아니라고 명시해도 되는데 기간 내 공시를 하지 않은 것은 공시 누락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금융사고 공시 기간이 은행의 건전성, 예금자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제도임을 강조했다.
◇ 사망 고의 은폐시 은행이 확인 못 해...제도 개선 시급
금감원이 두 은행에 지적한 사망자 명의 금융거래 역시 논의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케이뱅크에서는 지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사망 고객 명의 계좌개설 78건, 예금 인출 5550건이 이뤄졌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에서도 사망 고객 명의의 계좌개설 368건, 예금 인출 3만 5985건에 더해 15건의 대출도 실행됐다.
문제는 유가족이 고의로 혹은 실수로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을 경우, 은행 측에서 고객이 사망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사망자의 유가족이나 기타 상속인이 사망 사실을 직접 금감원, 개별 은행, 은행연합회에 알려야 은행은 전산정보를 추후에 받아 사망 사실을 알고 조치한다.
사망 고객 명의의 금융 거래는 사망 사실이 전달되기 전까지 기간 동안 모바일 비대면 계좌 개설, 대출 등으로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최근 고독사가 늘고 있고 무연고 사망자 명의를 도용해 범죄 목적의 금융거래를 시도할 경우 은행은 확인 방법이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금감원은 이번 적발을 통해 차명거래, 범죄 악용 가능성을 들어 각 은행의 사전 예방 노력 강화를 주문했지만, 금감원의 금융실명제 관련 제도 개선도 필요한 시점이다.
김진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