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 격렬히 부는 금융권...올해 금융지주들이 성장 위해 내건 카드는 '외부인사 수혈'
상태바
외풍 격렬히 부는 금융권...올해 금융지주들이 성장 위해 내건 카드는 '외부인사 수혈'
  • 강기훈 기자
  • 승인 2024.07.10 15: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융지주들, 외부 인사 영입 적극적
하나손보, 배성완 전 삼성화재 부사장 영입
우리투자증권, 미래에셋 인력 대거 영입
5대 금융지주, 1분기 순이익 전년 동기 대비 16.7% 후퇴
"악재 산적해 있어 순혈주의로는 성장 힘들어"

[녹색경제신문 = 강기훈 기자]

하나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올해 금융지주들이 실적 성장을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외부에서 경력을 쌓은 금융인을 적극 영입하는 모습이다. 홍콩 ELS 등 성장을 가로막는 악재가 산적한 상황에서 순혈주의로는 한 단계 성장을 이뤄내긴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과 보험, 증권 등 각 부문 사이의 경계가 갈수록 불분명해지고 있다"며 "다양한 경력을 쌓은 외부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옳은 일"이라고 말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들어 국내 금융회사들이 외부인사 수혈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은행과 증권 등 업권을 막론하고 실적 성장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형국이다. 

올해 첫 '스타트'를 끊은 곳은 하나손해보험이다. 1월 하나손보는 배성완 전 삼성화재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앉혔다. 배 대표는 삼성화재에서 GA1사업부장과 장기보험부문장, 사업본부 상무 등을 두루 역임하는 등 업계 영업통으로 불린다. 

이어 5월 하나손보는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에서 3명을 추가로 영입했다. 전부 영업, 마케팅 관련 경력이 걸출하다는 점에서 새로운 피 수혈을 통해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신한은행과 iM뱅크도 외부인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달 1일 하반기 정기인사를 통해 KT에서 클라우드 개발 관련 경험을 쌓었던 이국희 전 상무를 영입했다. 신한은행은 이 전 상무를 새로 신설한 Tech혁신단 내에서 본부장급으로 일할 수 있도록 인사 조치했다.

최근 시중은행 전환으로 날개를 단 iM뱅크는 강원도 내 첫 거점 점포인 원주 지점을 개점할 예정이다. 원주지점장에는 정병훈 전 농협은행 강원영업본부장이 낙점됐다. 30년 간 농협은행에서 근무한 정 전 본부장은 강원 지역의 영업통으로 불린다. 

iM뱅크 측은 "은행 설립 이래 최초로 외부 출신 지점장을 새롭게 영입했다"며 "정병훈 전 본부장은 영업 베테랑이기에 해당 지역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달 3일 새롭게 출범한 KB펀드파트너스는 이민호 전 신한펀드파트너스 신성장사업본부장을 초대 대표로 임명했다. KB펀드파트너스는 국민은행이 펀드 서비스를 보다 강화하기 위해 만든 자회사다. 앞으로 사모투자펀드(PEF), 리츠 등 업무 역시 대행할 예정이다. 

이민호 대표는 신한펀드파트너스 재직 시절 신성장사업본부에서 고객인 자산운용사들을 대상으로 발군의 마케팅 능력을 발휘해 실적 성장에 공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영입을 바탕으로 KB펀드파트너스가 기존의 단순 행정사무를 넘어 고객사 신규 유치 등 영업 기반을 새롭게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내달 1일 출범하는 우리투자증권은 그 어느 곳보다 외부인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우리투자증권으로의 인력 유출이 큰 편이다. 

양완규 전 미래에셋증권 대체투자금융 부문대표는 지난 3월 우리종합금융 부사장으로 둥지를 틀었다. 이어 6월 우리종금은 박현주 전 미래에셋증권 기업금융1본부장을 우리종금 CM(캐피탈마켓) 본부장에 임명했다. 

미래에셋증권 채권 부문에서 리테일채권솔루션팀을 이끈 이동준 전 상무가 지난달 사직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 전 상무는 우리종금의 S&T(세일즈앤트레이딩) 부문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이처럼 금융권이 새로운 피 수혈에 적극적인 이유는 '순혈주의'로는 성장을 이뤄낼 수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기준 5대 금융지주(KB·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순이익은 4조8803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 5조8597억원과 견줘 16.7%(9794억원) 줄었다.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여파를 직격으로 맞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홍콩 ELS 관련 당국의 과징금 징계 또한 남아있는 점 역시 실적 성장에 있어 큰 걸림돌 중 하나다.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가 단행된다면 국내 은행권의 이자이익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도 금융지주들의 의기의식을 느끼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지금까지 금융권이 제 식구 챙기기에 급급해 순혈주의에 물들었다는 비판을 받아온 건 사실"이라며 "미래 성장에 대한 위기의식이 인재 영입을 가속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