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소영 "가정의 가치 보호하려는 법원의 의지"...김희영 "항소 않겠다"
- 위자료는 정신적 피해 보상...기존 최대 손해배상액 5000만원 불과
[녹색경제신문 = 박근우 기자]
서울가정법원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에게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2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아는 기존 판례에 비해 40~200배 많은 배상액이다.
다만 위자료 20억원은 최태원 회장 또는 김희영 이사장이 지불하면 된다.
22일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이광우 재판장)는 "김희영 이사장은 최태원 회장과 공동으로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원고인 노소영 관장의 일부 승소 판결이다. 노소영 관장이 청구한 30억원 가운데 3분의 2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김희영 이사장과 최태원 회장의 부정행위, 혼외자 출산, 최태원 회장의 일방적 가출과 별거의 지속, 김희영 이사장과 최태원 회장의 공개적인 행보 등이 노소영 관장과 최태원 회장 사이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혼인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것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소영 관장이 정신적 고통을 입었음은 경험칙상 분명하므로 김희영 이사장은 노소영 관장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혼인기간, 혼인 생활의 과정,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 경위, 부정행위 경위와 정도, 나이, 재산 상태와 경제 규모, 선행 이혼 소송의 경과 등 사정을 참작했다"며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이뤄진 김희영 이사장과 최태원 회장의 부정행위로 노소영 관장에게 발생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실질적인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희영 이사장의 책임은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인 최태원 회장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달리해야 할 정도로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희영 이사장도 최태원 회장과 동등한 액수의 위자료를 부담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의한 위자료는 연대채무 성격을 가지므로 총 위자료 액수는 최태원 회장과 김희영 이사장 두 사람의 책임을 합해 총 20억원이 된다. 손해배상 소송 판결로 노소영 관장이 받을 위자료가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 위자료에 더해 40억원으로 불어난 건 아니다.
노소영 관장은 최태원 회장이나 김희영 이사장 어느 쪽에든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연대채무란 채무자 중 한 사람이 채무를 변제하면 다른 채무가 소멸하기 때문.
이전까지 상간자에 의한 정신적 피해를 다룬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최대 배상액은 5000만원이었고 그마저도 단 4건에 불과하다.
법조계에서는 보통 1000만원에서 3000만원 선에서 배상액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재판부가 노소영 관장에게 위자료를 보통사람의 최소 40배에서 최대 200배 비싸다고 결정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정신적 피해를 다투는 재판에서 재산상황을 고려했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은 정신이 낮다고 본 것으로도 해석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한 법조계 인사는 "위자료 청구의 경우에는 사실상 어떠한 기준이 없이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제3자라고 볼 수 있는 김희영 이사장에게 굉장히 많은 위자료를 판시함으로써 어쨌든 부부로서의 관계에 있는 노소영 관장이 느꼈을 고통 등에 대해 다 세세하게 지적을 했다. 결국 최태원 회장과 김희영 이사장의 관계로 인해서 노소영 관장이 극심한 고통을 느꼈고 그로 인해 혼인관계가 파탄난 것을 인정했다"고 진단했다.
1심 선고 직후 노소영 관장 측 대리인 김수정 변호사는 "노소영 관장과 자녀들이 겪은 고통은 어떤 것으로도 치유될 수 없다"며 "무겁게 배상책임을 인정해주신 것은 가정의 소중함과 가치를 보호하려는 법원의 의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은 '항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희영 이사장 측은 22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법원의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항소하지 않겠다"며 "법원에서 정한 의무를 최선을 다해 신속히 이행하겠다"고 전했다.
특히 노소영 관장과 자녀들에게도 사과의 말을 전했다. 김희영 이사장 측은 "노소영 관장께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특히 오랜 세월 어른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가슴 아팠을 자녀들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희영 이사장 측 대리인 배인구 변호사는 "이유 여하를 떠나 노소영 관장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면서도 "저희는 원고의 혼인 파탄이 먼저였다고 주장하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산분할 소송에서 유리한 입지를 위해 기획된 소송이라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희영 이사장과 가족들은 이미 10여 년 동안 치밀하게 만들어진 여론전과 가짜 뉴스들로 많은 고통을 받았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더 이상 도가 지나친 인격 살인은 멈춰주시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김희영 이사장은 상간(相姦·도리를 어기고 정을 통함)에 대한 책임도 지게 됐다. 2014년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 이른바 '상간소송'은 배우자와의 불륜 상대방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노소영 관장이 김희영 이사장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취지는 상간소송이라 할 수 있기 때문.
앞서 노소영 관장은 최태원 회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 과정 중 지난해 3월 최태원 회장의 동거인인 김희영 이사장을 상대로 30억원대 위자료 소송을 제기했다.
이혼소송 항소심(2심) 재판부는 최태원 회장이 노소영 관장에게 재산 분할 금액 1조 3808억원과 위자료 20억 원을 줘야 한다고 선고한 바 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