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프라미스-동물자유연대-자원봉사센터 등 협력
[녹색경제신문 = 이선행 기자] LG유플러스가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재난 발생 시 반려동물 대상 구호소(이하 구호소)를 운영한다. 국내법상 반려동물로 규정된 6종(동물보호법 시행규칙상 개, 고양이, 기니피그, 토끼, 페럿, 햄스터) 대상이다.
재난 발생 시 이재민 대피소로는 보통 학교 체육관, 주민 시설 등이 활용되는데 이곳에 반려동물의 출입은 엄격히 금지된다. 재해구호법 3조에서 구호 대상은 오직 ‘사람’으로 명시하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의 구호소는 이재민 대피소 ‘인근’ 실외 공간에 펜스를 세워 20평 규모로 조성된다. 이재민이 대피한 장소와 가까운 곳에 구호소를 마련해, 반려동물이 보고 싶을 때 언제든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27일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인구가 1500만 명에 이른다. 반려동물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도가 높아지며 착안하게 된 사회공헌 활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동물에게 인권에 준하는 권리를 인정하자는 개념인 ‘동물권’에 대한 공감도가 널리 확산되어 있다. LG유플러스는 동물권과 함께 반려가구를 돌보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5개 단체들과 협의체 구성… 각각의 역할은?
LG유플러스는 구호소 운영을 위해 5개 단체들과 협의체를 구성했다.
재난사회복지전문기관 더프라미스, 동물자유연대, 연암대학교 반려동물학과, 강릉자원봉사센터, 대구자원봉사센터다.
김동훈 더프라미스 상임이사(이하 김 상임이사)는 “재난 현장에서 이재민들을 만나면 필요한 것을 묻게 되는데 그중에는 늘 반려동물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현장에서 동물자유연대 구호팀을 마주친 적이 많았는데 각각의 역할이 세분화되어 있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협의체 구성을 계기로 전문가들이 결집한, 더욱 체계적이고 빠른 구호활동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송치성 동물자유연대 전략사업국 위기동물대응팀장(이하 송 팀장) 역시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 속 주먹구구식 구조 활동을 펼쳤었는데, 이번 협약 체결로 빠르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더프라미스는 그동안 쌓아온 풍부한 네트워크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재난 현장에서 구호 수요를 파악한다. 구조된 반려동물들을 구호소로 보내야 할지, 동물병원으로 보내야 할지, 각각의 집 마당에서 응급처치를 해도 되는 수준인지를 정한다. 사료 등 구호 물품 수요 또한 정리한다.
구호소가 필요할 때는 지역의 자원봉사센터가 나선다. 구호소를 설치할 ‘장소 확보’를 위해서는 소속 지자체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동물자유연대는 직접 재난 현장에 뛰어들어 동물들을 구조하며 응급처치 등 구조 활동을 펼치며, 대피소를 운영한다.
대피소로 보내진 반려동물들은 동물에 대한 전문 교육을 받은, LG재단 소속의 연암대학교 반려동물학과 학생들이 함께 돌본다.
구호소는 ‘상시’ 운영은 아니다. 평상시에는 반려동물 대피 계획을 세우고, 반려가족을 대상으로 대피 교육을 진행한다.
김 상임이사는 “강릉과 대구에서 시범적으로 만든 사례가 잘 자리 잡아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반려동물 구조를 위한 하나의 생태계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2022년부터 추진 중인 반려동물과 주인의 ‘동반 대피소’ 지정 추진 사업은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는 ‘반려동물 가족을 위한 재난 대응 가이드라인’을 통해 사료와 물, 입마개 등으로 구성된 긴급 키트를 만드는 등 재난 현장에서의 대처법을 안내하고 있다.
송 팀장은 “재해 시 경제동물, 야생동물의 피해 또한 극심하다”며 “반려동믈의 계기로 이들에 대한 대응 체계 또한 마련되었으면 한다. 동물의 피해는 결국 사람의 피해로 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행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