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카드론으로 대출 수요 쏠림...올 들어 3조원 가량 증가
금감원, 가계부채 문제로 은행에 이어 카드사 마져 압박 가능성 有
불법 사금융으로 인한 피해 규모 급중 우려 확산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기자] 저축은행업계가 순손실 확대로 보수적인 대출 영업 기조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금융당국의 대출 억제 정책에 시중은행에 이어 카드사의 대출 문턱도 덩달아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제1금융권에 이어 제2금융권까지 신규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하면서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취약계층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여신 잔액 규모는 7월 말 기준 96조9415억원으로 집계된다. 저축은행 여신이 100조원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 2021년 11월(98조1324억원)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저축은행이 지난해부터 보수적인 자세로 대출 영업에 임하면서 저축은행권의 여신 잔액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PF 부실 현실화 등으로 수세적인 상황인 상황에서 당장의 대출 여력을 제한적이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에서 신규 대출이 어려워지자 대출 수요가 카드사 카드론으로 대출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2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전업카드사(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8월 카드론 잔액은 41조8309억원으로 집계된다. 작년 말(38조7613억원)보다 3조원(7.9%) 가량 늘면서, 작년 한 해 동안 증가폭(2조1264억원)을 넘어섰다.
카드사 카드론의 가파른 증가세에 대출 풍선효과가 우려되면서 금융당국은 결국 카드론 관리 강화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들어 카드론을 급격히 확대한 롯데·현대·우리카드 등 3개사를 대상으로 건전성 관리에 소홀한 부분은 없는지 리스크 관리 계획 제출을 요구할 계획이다.
롯데·현대·우리카드의 올해 카드론 증가분은 총 2조904억원으로 전체 증가분의 79.8%를 차지한다. 이 중 롯데카드가 911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카드와 우리카드는 각각 6840억원, 4946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부채 문제를 잡기 위한 금융당국의 압박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에 이어 현재 유일한 서민 급전청구인 카드사 카드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불법 사금융 등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취약차주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높아진 대출 문턱에 지난해 제도권 금융시장에서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흘러간 저신용자(6~10등급)는 최대 9만1000명으로 추산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 카드 등 제2금융권의 신규 대출이 중단·축소하면 취약차주들의 급전 수요는 불법 사금융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며 "경기 회복도 더딘 상황이라 불법 사금융으로 인한 피해 규모가 빠르게 증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수진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