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측, ‚협상 열려있다’ 중국측, ‚무역 보복 취하겠다‘ 입장 差
[녹색경제신문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지난 주말일 10월 4일(금요일=벨기에 브뤼셀 현지시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Union Commission)가 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중국산 전기차(EV)에 잠재적으로 향후 5년 동안 관세율 최고 45.3%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EU는 중국산 EV에 관세를 최대 45.3% 부과하는 반면, 미국산 테슬라에는 7.8%만을 부과한다고 발표해 대조를 보인 것도 흥미롭다.
중국 정부는 이 발표 즉시 무거운 관세 부과를 이용한 유럽의 보호무역주의 태도에 불만을 표시하고 그에 따른 경제적 보복 조치를 가할 의사를 표시해 향후 유럽과 중국 간의 경제 관계 경직화와 무역 마찰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특히 이번 EU 집행위 관세안 부결을 위한 27개 회원국 투표에서 관세 부과 찬성표를 던진 회원국들이 중국의 경제적 보복 조치에 불안에 떨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0월 7일 보도했다.
EU 집행위의 중국산 EV에 대한 무거운 관세 부과 조치에 앞서 중국 정부는 그에 대한 대응 보복 조치로 각각 올 6월과 8월부터 EU산 고기와 주류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착수하는 등 양 경제권 간의 긴장감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중국은 EU가 관세 폭탄 정책을 본격 실행할 경우 중국 시장에 수입되는 유럽산 자동차(EV 포함), 돼지고기, 유제품, 주류 등 각종 품목을 수출 국가별로 차등 구분해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추측이 돌면서 이번 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진 국가들이 무역 보복에 따른 수출 금지 및 중국 기업의 투자 신뢰성 손상 등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중국 EV 관세 부과 투표에 참여한 27개 EU 회원국들 중에서 10개국이 찬성표를 던졌고, 5개국이 반대표, 12개국이 기권표를 던졌다. 개표시 기권표는 사실상 찬성표로 간주돼 찬성 22표 對 반대 5표로 가결됐는데, 국가 별 찬반 상세 여부를 비공개가 원칙이다.
이번 관세 부과 조치로 중국과의 무역 갈등에 따른 보복 조치에 가장 안절부절못하는 국가들은 독일이다.
중국 시장은 독일이 생산하는 총 글로벌 매출 3분의 1(중국 시장 내 매출 430만 대, 2021년 기준)이 발생하는 중요한 시장이자 투자 파트너인만큼 이번 투표 실시 최종 순간까지 올라프 숄츠(Olaf Scholz) 독일 연방총리는 관세 부과 저지를 호소했다. 또, 독일 EV의 상당수는 중국 현지 생산공장에서 제조돼 EU로 수입되기 때문에 중국산 EV 대상으로 분류돼 관세 부과된다.
투표 부결 후 독일 자동차 산업 주요 인사들은 이 조치가 결국 유럽의 기술 혁신과 국제 경제력을 저하시키는 잘못된 접근이라고 비난했다고 포춘 지는 BMW, VW, 메르세데스 등 중국에 투자한 독일 핵심 자동차 기업들의 공식 발표문을 인용해 보도했다.
반대 표를 던진 5개 국가들 중에는 독일 외에도 중국 등 해외 기업 투자에 호의적인 헝가리, 슬로바키아가 포함돼 있다.
반면, 찬성 표를 던진 국가들로는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 등이 포함된다.
중국이 EU의 관세 조치에 응대하기 위한 보복으로 1차 관세 부과 및 수출 규제 대상으로 지목할 수 있는 가장 취약한 수출 품목은 유럽산 돼지고기와 유제품이다.
중국이 착수한 EU 반덤핑 조사에 따르면, 현재 유럽의 對 중국 돼지고기 수출국들 — 스페인(기권), 덴마크(찬성), 네덜란드(찬성) — 과 유제품 수출국들 —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아일랜드, 이탈리아(치즈) —는 EU의 보조금 혜택을 받아 중국 시장에 수출한다며 이를 불공정 관행이라 규정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놓은 상태다.
한편, 중국산 EV 폭탄 관세를 계기로 EU와 중국 간 무역 충돌이 지연될 경우, 우리나라의 두 EV 제조업체인 현대와 기아는 반사 이익을 얻을 것으로 추측된다. 현대의 ‚코나’와 기아 ‚니로’ 모델은 각각 유럽 현지 투자 생산지(체코)와 우리나라에서 생산해 수출된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