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증권사 대비 퇴직연금 수익률·수수료 등 뒤쳐져... 자금 이탈 우려 높아
주요 은행, 자산관리상담서비스·이벤트·신규 광고 등 선보이며 고객 수성에 안간힘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은행권이 '퇴직연금 갈아타기' 제도 시행을 앞두고 진땀을 흘리고 있다. 증권사와 비교해 수익률과 수수료 등에서 부족함을 보이고 있는 만큼 고객 이탈 방지 등을 위한 마케팅 '총력전'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퇴직연금 가입자가 기존 운용상품을 매도(해지)하지 않고 퇴직연금 사업자만 바꿔 이전할 수 있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오는 31일부터 시작된다.
현재 퇴직연금 사업자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기존 상품을 매도 또는 해지해 현금화한 후 다시 가입을 해야 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도해지 금리, 기회비용 등의 손실이 오롯이 퇴직연금 가입자의 몫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적지 않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쉽사리 금융사 변경을 시도하지 못했다.
그러나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도입되면 금융사 변경 시 가입자가 부담하는 손실이 크게 줄어든다. 이에 따라, 총 400조원을 넘어선 퇴직연금 자금이 본격적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퇴직연금 적립액은 은행이 절반 이상인 51.8%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증권사(22.6%), 생명보험사(20.5%), 손해보험사(3.9%) 등이 뒤를 따른다. 점유율만 놓고 보면 퇴직연금 시장에서 은행권의 존재감이 압도적인 셈이다.
다만 '경쟁력'을 따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고객이 가장 꼼꼼히 살피는 수익률과 수수료 등에서 은행이 증권사 등 타 금융업권에 뒤쳐지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업권별 퇴직연금 상품 수익률의 경우 지난해를 기준으로 증권사는 7.11%인 반면, 은행은 4.87%에 그쳤다. 수수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기준 은행의 퇴직연금 수수료는 0.412%로 가장 높았다. 또한, 전체 금융업권 가운데 수수료가 4%대인 곳은 은행권이 유일했다. 이와 달리 생보사(0.333%), 증권사(0.325%), 손보사(0.306%) 등은 3% 수준이었다.
이 탓에 은행권은 퇴직연금 적립액 증가율에서도 증권업계에 밀리고 있다. 올 상반기 말 은행권의 퇴직연금 적립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5% 늘었으나, 증권사는 18.82%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권에서는 은행권이 이번 제도 시행에 따른 '머니무브'의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비교적 적은 부담으로 손쉽게 사업자를 바꿀 수 있게 된 만큼, 기존에 은행을 택했던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더욱 높은 수익률과 낮은 수수료 등을 찾아 자연스럽게 증권사로 옮겨가지 않겠느냐는 설명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 시행을 앞두고 금융업권 중에서는 은행권이 가장 긴장을 많이 하고 있다"며 "은행권에서 빠진 퇴직연금 적립액이 증권업계로 쏠릴 것이라는 분석이 대세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업계 안팎에서 이 같은 전망이 이어짐에 따라 은행권 역시 진땀을 흘리며 퇴직연금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2026년 5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와중에 적어도 고객 이탈만큼은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먼저 국민은행은 지난달 'KB퇴직연금 1:1 자산관리상담서비스'를 전면 시행했다. 퇴직연금 전용 고객센터를 통해 자산관리 전문가와의 일대일 전화 상담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아울러 국민은행은 'KB골든라이프 연금센터'를 방문해 은퇴·노후 자산관리 상담을 완료한 모든 고객에게 스타벅스 커피 쿠폰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다음달까지 진행한다.
하나은행은 1억원 이상의 개인형 퇴직연금(IRP) 또는 확정기여형(DC) 상품을 보유 중인 연금 VIP 고객을 위한 전문 대면상담채널인 '연금 더드림 라운지'를 확대 중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 2일에는 하나금융그룹의 브랜드 모델인 가수 안유진이 참여한 '퇴직연금, IRP는 하나은행'이라는 광고 영상을 공개하며 홍보에도 나섰다.
우리은행의 경우, 퇴직연금 실물이전 금액에 따라 최대 1000만원의 경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내놨다. 또한, 우리금융그룹 광고 모델인 가수 아이유가 등장하는 광고 영상 '퇴직연금의 A to Z, 우리 연금프렌즈'도 선보였다. 해당 광고는 각 세대별로 갖고 있는 퇴직연금에 대한 다양한 고민과 궁금증을 아이유가 해결해주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한편, 퇴직연금 실물이전 대상은 신탁계약 형태의 예금·이율보증보험(GIC)·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기타파생결합사채(DLB) 등 원리금보장상품과 공모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 주요 퇴직연금 상품 대부분이 해당된다.
다만, 실물이전은 IRP, DC형, DB형(확정급여형) 등 각각 같은 유형의 상품으로만 가능하다. 또, 퇴직연금 운용 상품의 특성, 계약 형태 등에 따라 이전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어 가입자는 보유 상품의 이전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본인이 운용 중인 상품이 이전 대상에 해당하더라도 이전을 희망하는 사업자가 동일한 상품을 취급하고 있어야 이전이 가능하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