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CoWoS 캐파 증설, 실적 수혜 기대
[인사이트녹경 = 조영갑 기자] 반도체 후공정 관련 장비를 제조, 공급하는 피에스케이홀딩스가 CoWoS 패키징 관련 디스컴(Descum) 시장에서 일본 알박(ULVAC)의 독점 구조를 깼다. 이 덕에 피에스케이홀딩스는 지난해 설립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어닝 서프라이즈의 단맛도 봤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피에스케이홀딩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2155억원, 영업이익 885억원, 당기순이익 958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연결 매출액(947억원) 대비 2.27배, 영업이익(270억원) 대비 3.27배 늘어났다. 주요 계열사인 피에스케이의 연결 재무제표를 제한 피에스케이홀딩스 별도 매출액 역시 1722억원, 영업이익 578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영업이익률도 획기적으로 높였다. 그간 피에스케이홀딩스는 후공정 업계 내에서 확보한 탄탄한 공급망과 원가 관리로 20% 이상의 견조한 이익률을 과시했으나 지난해에는 이를 약 40% 이상(41%)으로 끌어올리면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제조 장비 섹터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익률이다.
일등 공신은 HBM 제조 및 하이엔드 패키징(CoWoS) 시장에 공급되고 있는 디스컴 장비가 꼽힌다. 디스컴은 리소그래피(포토공정) 이후 남는 감광액 찌꺼기를 제거하는 장비로, 반도체 후공정 패키징 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장비다.
이를 비롯해 웨이퍼에 형성한 솔더 범프나 솔더 볼을 용융시켜 칩과 기판을 접합하는 리플로우(Reflow), 웨이퍼 등의 세정에 사용되는 초순수(DI Water)를 가열하는 Hot Di Water 가열장비 등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까지 HBM 제조사들이 캐파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면서 디스컴, 리플로우 장비가 주요 고객사에 지속적으로 입고, 피에스케이홀딩스의 호실적을 견인했다. 피에스케이홀딩스는 국내 유일의 HBM용 디스컴 제조사다. 특히 지난해 3월에는 글로벌 3위 HBM 제조사 마이크론에 리플로우 양산 공급을 성공하면서 기존 고객사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3사 공급망을 완성했다.
시장에서는 피에스케이홀딩스의 지난해 하반기를 주목하고 있다. 특히 대만 소재 글로벌 톱티어 파운드리 고객사가 CoWoS 캐파를 하반기부터 공격적으로 증설, 이와 연관 있는 OSAT(패키징외주가공업체) 시장에 CoWoS 외주 물량이 입고되기 시작하면서 피에스케이홀딩스가 낙수효과의 수혜를 입었다는 이야기다.
CoWoS는 Chip on Wafer on Substrate의 약자로, 2개 이상의 반도체 칩을 웨이퍼 상에서 상호 연결해 기판에 올리는 2.5D 패키징 기술이다.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GPU 패키징의 핵심이다. 다만 최근 CoWoS 패키징 캐파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엔비디아 신형 GPU인 블랙웰의 생산에 차질이 발생, 대만 고객사가 뒤늦게 캐파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만 고객사는 블랙웰 관련 패키징(CoWoS-L)을 전담하고, 그외 2.5D 패키징을 하반기부터 OSAT에 대량 외주 맡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알박(ULVAC)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던 CoWoS 디스컴 공급망에 피에스케이홀딩스가 진입하면서 시장을 이원화하는데 성공했다. CoWoS-R 등 가성비 버전의 패키징 외주 시장이다. 알박 제품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ASP(판매단가) 전략이 주효했다는 전언이다. OSAT 비즈니스는 원가관리가 핵심이다. 피에스케이홀딩스는 정확한 관련 매출액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CoWoS 관련 매출액만 지난해 총 매출액 대비 10% 가량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200억원 수준이다.
올해 주요 파운드리 뿐만 아니라 OSAT 역시 적극적으로 CoWoS 캐파 확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OSAT 시장에서 피에스케이홀딩스의 입지가 확대될 전망이다. 글로벌 CoWoS 캐파는 올해 40K/M(월 4만장)에서 내년 90K/M(월 9만장)까지 확장이 예상된다.
피에스케이홀딩스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파운드리 고객사가 CoWoS 패키징 물량을 OSAT 시장으로 대거 외주를 주기 시작한 것이 우리에게 기회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올해는 캐파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현지 영업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영갑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