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경 칼럼] 삼성·TSMC 반도체 기술전쟁 최대 승부처는 3나노...삼성 앞엔 온통 가시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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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경 칼럼] 삼성·TSMC 반도체 기술전쟁 최대 승부처는 3나노...삼성 앞엔 온통 가시밭길
  • 방형국 기자
  • 승인 2021.02.19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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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올해에만 31조원 들여 3나노 공정설비 신설 계획...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과 공정 계약
-삼성전자, 수감 중인 이재용 부회장 경영활동 봉쇄로 대규모 투자 어려워...한일관계 악화도 변수

삼성전자와 TSMC 간 기술전쟁은 3나노(nm/1나노는 10억분의 1미터/머리카락 두께의 약 5만분의 1) 이하 초미세공정에서 승부가 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2001년 첨단공정의 반도체 칩 생산기업은 전 세계에 29곳에 달했다. 그러나 기술격차가 커지면서 일본과 독일 중국 등지의 반도체 기업들이 문을 닫았고, 이제는 단 3곳에서만 반도체를 생산한다. 삼성전자와 대만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전문 TSMC, 그리고 미국의 인텔이다.

한때 ‘인텔 인사드’(INTEL INSIDE)하며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을 호령했던 인텔의 앞날도 불투명하다. 10나노 이하 초미세공정에서 기술력이 떨어진다. 현재 기술력으로는 인공지능(AI)을 비롯해 핀테크 블록체인 자율주행 등 4차산업혁명에 필요한 7나노, 5나노 칩셋 생산이 불가능하다. 공장을 폐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처지다. 인텔은 이미 애플이라는 큰 고객을 잃었으며, 이 과정에서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는 등 호되게 내홍을 치러야 했다.

4차산업혁명의 급속한 진행에 힘입어 반도체 시장에 새로운 트렌드가 강력히 일고 있다. 애플을 비롯해 아마존, 구글, MS 등 4산업혁명을 최전선에 이끄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자사의 서비스와 비즈니스에 최적화한 맞춤형 칩(custom chip)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외에 퀄컴 브로드컴 미디어텍 AMD 엔비디아 등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들은 초절전형 친환경 통합칩 개발에 사운을 걸고 있다.

애플의 맥북 에어(MacBook Air)에 장착된 맥북용 반도체 M1 칩이 대표적인 사례다.

맥북에 들어가는 CPU와 메모리, 보안용 칩이 별도로 탑재되어 있던 것을 애플은 맥북도 휴대전화처럼 배터리를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CPU와 메모리, 보안용 칩 등으로 M1 칩에 하나로 통합했다.

M1 칩이 장착된 맥북 에어는 덕분에 배터리 사용시간이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전기소모량이 적기 때문이다. 노트북을 스마트폰과 비슷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수요층을 개발한 것이다.

M1 칩의 전기소모량이 획기적으로 감소한 것은 5나노급으로 줄어든 회로 덕분이다. M1 칩은 애플과 TSMC의 합작품이다. 애플은 반도체 칩을 설계했고, TSMC는 애플이 의뢰한 설계에 따라 M1 칩을 생산해냈다. 맥북 에어는 TSMC의 5나노급 초미세공정 덕분에 가능했다. 더불어 애플이라는 최대 고객도 인텔로부터 뺏어올 수 있었다. 

애플이 M1이라는 독자적인 반도체 칩을 설계, 사용하는 것과 같이 반도체 사용량이 많은 세계 굴지의 기업들도 자체 반도체 칩(custom chip) 설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마존은 AMD와 손잡고 자체 개발한 그라비톤(Graviton) 시리즈 프로세서를 데이터가 집중되는 자사 서비스에 특화된 클라우드 및 데이터센터 운영과 관리에 들어가는 시스템에 탑재했다. 현재 그라비톤 칩은 칩 가격과 전기료 등을 광범위하게 감안하면 그동안 인텔이 제공해온 제온 플래티넘과 에픽 프로세서 등에 비해 가성비가 40% 이상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마존이 자사 서비스에 최적화한 커스텀형 칩 '그라비톤' 이미지 [출처 = 아마존]
아마존이 자사 서비스에 최적화한 커스텀형 칩 '그라비톤2' 이미지 [출처 = 아마존]

구글도 ‘텐서처리장치’(Google’s Tensor Processing Unit)라는 커스텀 칩의 도입을 추진 중이며, 마이크로 소프트(MS)도 자사의 서비스와 비즈니스에 최적화한 반도체 설계와 생산에 사운을 걸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애플, 구글, MS 등이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커스텀 칩은 한결같이 5나노급 이하 초미세공정을 필요로 한다. 세계에서 5나노급 칩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TSMC와 삼성전자 두곳 뿐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점유율은 TSMC가 54%로 1위, 삼성전자는 17%로 2위다. 이 가운데 그 수요가 본격적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5나노 칩셋 이하 초미세공정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 60%, 삼성전자 40%이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자율주행, 4차산업혁명 등의 영향으로 반도체 수요가 종전 메모리에 시스템반도체 및 파운드리로 급격히 넘어가는 상황에서 현재로는 TSMC가 시장을 장악하고, 삼성전자가 2인자로 끌려다니는 모습이다.

그렇지 않아도 삼성전자는 TSMC에 밀려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19조원에 이른다. 이는 21조9700억원의 TSMC에 뒤처지는 수준이다. TSMC는 52조9000억원의 매출규모로 73조원의 삼성전자보다 이익은 3조원 가까이 더 올린 것이다. TSMC는 지난 2019년 영업이익 14조7216억원으로 당시 삼성전자(14조200억원)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지난해 격차를 더욱 벌렸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5나노급 초공정 반도체에서는 TSMC에 열세인 가운데 TSMC가 이미 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과 3나노 공정 계약을 맺고 올해에만 31조원을 설비에 투자할 계획이라는 점이다.

TSMC는 3나노 칩 생산에 고품질의 소재와 부품, 장비가 필요한 점을 감안, 3나노 기술센터를 일본에 설립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의 막강한 소재와 부품, 장비를 맘껏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TSMC는 또한 일본 재계와 정계는 물론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해 3나노 생산설비의 일부를 일본에 건설하는 것을 추진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중국의 견제로 인해 일본 대기업의 하청 기지 역할에 머물렀던 대만이 일본에 연구시설과 최첨단공장을 신설하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TSMC 간 반도체 기술개발 전쟁의 최대 승부처는 3나노 이하 초미세공정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앞길이 험난하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에 3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나 파운드리 관련 투자액은 12조원 쯤으로, 이는 그나마 TSMC의 올해 투자계획의 3분이 1에 불과하다.

여기에 얼어붙어 있는 한일관계는 풀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특히 최근 법무부 ‘경제사범 전담팀’은 수감 중인 이 부회장에게 취업 제한(5년) 대상자라는 사실과 취업 승인 신청 절차 등을 통보했다. 이 부회장은 취업이 제한됨에 따라 오는 2027년까지 일체의 경영 활동에 관여할 수 없는 몸이 됐다. 이 부회장이 출소 후 바로 경영 활동에 참여하려면 사면·복권되거나 법무부 장관의 취업 승인을 받아야 한다.

불과 20년 전 29개 달했던 첨단 반도체 생산기업들이 다 없어지고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 3곳만 남은 것은 반도체시장이 워낙 규모의 경제효과가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7나노, 5나노, 3나노 등 초미세공정으로 갈수록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2000년에는 반도체라인 건설비용이 1조원 정도였으나, 10나노 칩 생산라인 공정에는 3조~4조원이 투입됐으며, 5나노와 7나노 반도체라인 건설은 20조원대로 급증했다. 3나노급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에는 자그마치 30조원대가 투입되어야 한다. 초미세공정으로 갈수록 규모의 경제효과가 아주 세게 작용하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이미 눈 감았고, 이재용 부회장이 없는 삼성전자가 3나노 반도체 칩 생산에 나설 수 있을까. TSMC는 이미 올해 3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출처 = TSMC 홈페이지]
[출처 = TSMC 홈페이지]

 

방형국 기자  re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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