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대표 "오토노머스a2z 캐시카우는 '프로젝트 M'"
- 첫 양산은 5천 대 미만...2035년 이후 최대 3만 대 생산할 것
"기자님도 똑같잖아요. 내가 쓴 기사 하나가 세상을 바꾸는 것에 대한 재미가 있으시잖아요. 저희도 직원들이 '내가 만든 이 제품이, 소프트웨어가,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구나' 하는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렇게 느끼고 있고요"
경영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한지형 오토노머스a2z 대표의 두 눈이 빛났다.
그는 "직원들이 어떤 마인드로 일을 해야 효율이 높아지는지를 알겠더라구요. 단지 내가 돈을 벌기 위해 다닌다는 것과, 이왕 돈 벌러 다니는데 회사에서 재미있게 일하고 보람을 느꼈으면 좋겠어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현대차에서 11년간 근무했던 그이기에 직원들의 고충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것.
한 대표는 "제가 실무자 경험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즐겁게 만들어야 제품도 잘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결국 사람이 즐겁고 행복한게 목표죠"라고 말했다.
세상을 바꿀 무언가를 만드는 회사. 거기서 즐거움을 느끼는 대표와 직원들. 한지형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미래의 자율주행의 실체를 접하는 느낌이 들었다.
<녹색경제신문>은 자율주행을 현실화 하기 위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비롯한 모든 것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오토노머스에이투지社의 한지형 대표를 만나 자율주행 산업의 현주소와 미래 방향성에 대한 심도있는 대화를 나눴다.
▲ 현대자동차에서 양산차는 어떤 쪽을 담당하셨는지
자동차에서 생산을 할 때 담당자는 보통 부품 하나만을 담당합니다. 그렇다 보니 숲을 못 보고 나무만 보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저는 파워트레인 센터에서 프로젝트 매니저(PM)를 하다 보니까 전체 개발 프로세스를 알게 됐어요.
내연기관에서는 엔진 변속기가 핵심이에요. 차를 한 대 만드는 프로세스가 4년이 걸린다면 엔진 변속기는 5년이 걸려요. 더 선행된다는 거죠. 엔진 변속기 PM을 하다 보니 자동차 생산 전체 프로세스를 알 수 있었습니다.
현대차에서 11년간 근무를 했는데, 그 중 6년에서 7년을 거의 변속기 엔진 파워트레인 쪽에 있었어요. 그 후에 중앙연구소에서 자율주행을 연구했습니다.
▲ 현대자동차에서 나올 때 창업을 염두에 두셨는지
아뇨, 처음에는 경일대학교 산학교수로 갔어요. 대학교에서 자율주행 모빌리티 연구소를 만들고, 그 연구소에서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워낙 기술이 뛰어난 친구들로 구성이 돼서, 상당히 짧은 시간 내에 꽤 완성도 있는 자율주행 차량을 만들었어요. 당시에 국토부로부터 인증받은 전기차를 가진 곳은 딱 네 곳이 있었어요. 그 네 곳은 몇십억 짜리 정부 R&D 사업 지원을 받아서 수 년에 걸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나온 결과물이었다면, 저희는 교수 몇 명이서 6개월만에 국토부로부터 자율주행차 허가를 받은 거에요.
라이다는 영상에 점이 찍혀요. 그걸 분류하고 사물을 인식하는걸 '신호 처리 기술'이라고 하는데, 당시 대학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기술인데 저희는 그 기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자율주행차를 빠르게 만들었고, 낮이나 밤이나 비가오나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주행할 수 있었던거죠.
학교는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비즈니스를 펼칠 수 없기 때문에 벤처를 키우게 됐습니다. 그당시 정부에서 다양한 R&D 사업이 나오게 됐는데, 저희가 수주를 많이 진행하게 됐고, 실증 사업들을 통해 회사가 짧은 시간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 완성차를 만들기로 결정한 이유
소프트웨어만 집중해서는 답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보통 기업들이 토탈 솔루션이라고 해서 소프트웨어를 잘 만들면 이걸 결국 양산차 업체에게 팔 수 밖에 없는 구조에요.
그런데, 완성차 업체들은 부품 하나 바꾸는 데에도 굉장히 보수적입니다. 아무리 소프트웨어를 잘 만들어도 이걸 살 업체가 없는거에요.
결국 소프트웨어가 담길 그릇인 차량을 직접 만들어야 겠다는 결론이 나오게 됐죠.
▲ 생산하려는 자율주행 차량 스펙과 방향성
저희는 시속 60km이하의 속도를 내면서 정해진 지역 내에서만 다니는 차를 만들 계획입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 골프장에서 돌아다니는 골프 카트에 운전대를 없애고 자율주행 프로그램을 탑재하면 자율주행 차량이 되는거에요.
이런 식으로 일단 범위를 확 줄이고 최고속도를 줄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만들고 자율주행 기술을 올려서 최종적으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합쳐진 제대로 된 상품을 만들어내면 괜찮지 않을까. 이 쪽으로 방향성을 잡고 있습니다.
▲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무슨뜻인가요
오토노머스는 자율주행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자율주행의 A에서 Z까지 모든 것을 다 한다는 뜻이에요.
▲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수익성을 내는 방법
완성차 업체가 일반 버스를 판매한다면 1000만원이 안남아요. 현대차의 경우 마진이 8% 남아요. 10%가 안되거든요. 차 자체만 놓고 보면 수익성이 안나와요.
그런데 저희는 여기에 소프트웨어를 올려서 수익성을 높인다는 전략입니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차량을 버스 회사에 판매할 생각이에요.
버스를 1억원에 만들어 2억~2억 5000만원에 판매한다고 가정해 보죠.
버스회사 입장에서는 1년에 버스 한 대에 2교대로 운전기사를 고용해야 하는데, 인건비를 연 1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1년이면 차량가격을, 2년부터는 인건비를 모두 회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결국 버스회사도 이익이 되고 저희도 높은 마진을 남길 수 있는거죠.현대차가 B2C 시장을 공략한다면 저희는 B2B 시장을 공략하는 겁니다.
시장이 커지고 마진이 좋아진다면 언젠가는 현대도 들어오겠죠. 하지만 그때는 이미 시장이라는 파이 자체가 더 커질 겁니다. 지금 테슬라의 전기차 기술력이 가장 높다고 해서 전세계의 자동차 시장을 100% 점유하지 못하는 거랑 같은거죠. 시장이 커지게 되면 점유율은 줄어도 파이는 커질 겁니다.
저희는 초기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으니까 시장을 점유해서 시장의 선구자가 되는게 저희 전략입니다.
▲ 오토노머스의 캐시카우는
실제로 캐시카우는 '프로젝트 M'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어떤 형태로든 M에는 사람이 탈 수 있습니다. 비상상황이 됐을 때 사람이 들어가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구조거든요. 완벽한 스마트 시티가 아니더라도 도시 내에서 움직일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정부 지자체에서 실제로 노선 버스를 많이 운영하는데, 도서 산간 지역에는 일반 운수 사업자들이 들어가질 않으려고 합니다. 돈이 안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복지 차원에서라도 노선 버스를 놓아야 하는데, 이런 시장에 저희 자율주행 차량이 들어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운전자만 사람에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로 바뀐다고 볼 수 있죠.
반면 '프로젝트 S'의 경우에는 완전 무인입니다. 크기도 소형이고요. 그렇다 보니 자율주행 차량이 혼자 알아서 다 해야 합니다. 스마트 시티와 같이 정형화된 도시에서 인프라가 갖춰져야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 일자리 문제점도 지적이 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지
사실 이건 기업 차원에서 말씀드리기보다는 정부에서 큰 틀을 잡고 말을 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물론 누군가의 일자리를 뺏는 일일 수 있어요. 하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습니다. 저희 회사만 해도 창업한지 딱 4년 됐는데 저희 직원이 100명을 넘어서고 있거든요. 100명의 일자리가 생긴겁니다.
그리고 사실 운송쪽에는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 많이 계세요. 제 생각에 저희 프로젝트 M이 활성화 되려면 10년 정도 걸릴 텐데, 그 때면 50대 분들도 60대가 되시잖아요. 그런 분들은 자율주행 시대에 안전요원이나 세이프티 드라이버 혹은 서비스 쪽으로 전환되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런 방식으로 노인층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내는거죠.
또 기존의 차가 새로운 모델로 바뀌면서 차량 내에서 굉장히 다양한 서비스들이 추가적으로 생성될텐데,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니저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력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배민 라이더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반발이 심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상당히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냈잖아요. 누군가는 피해를 보겠지만 또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는 원리입니다.
운전기사만 놓고 보면 없어지는건 사실이지만 그에 따라 또 새로운 일자리가 계속 생겨나고 있거든요. 사회가 격변하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 완성차 생산에 자금은 어느정도 투입할 생각이신지, 그리고 생산량은?
양산까지는 2000억원 정도가 들어간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대차 처럼 조 단위로 투자할 수는 없고, 컨베이어 벨트 없이 일단은 공장 투자비용을 최소화 해서 생산할 생각입니다.
저희가 첫 양산할 때는 5천 대 미만을 생산할 것 같고, 2030년까지는 1만 대를 넘지 못할 것 같아요. 2027년에도 전국이 아직 스마트 시티로 바뀌어 있을 수도 없고요. 그리고 사호적 수용성이라는 것도 있는데, 사람들이 '자율주행 차가 과연 안전할까'라는 두려움도 있기 때문에 시간이 어느정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2033에서 2035년 이후로는 최대 3만 대를 생산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 프로젝트 S, M, L 개발 순서
프로젝트 S와 프로젝트 M은 현재 동시에 진행하고 있고 다음 계획은 컨테이너급 물류 운송인 프로젝트 L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시속 80km/h 미만의 차량들은 속도가 느린 대신 법규나 규제도 가벼운 편이에요. 사고 나는 경우가 좀 더 적기 때문에 충돌테스트 등이 좀 더 가벼워요. 그래서 저희가 지금 맞추고 있는 부분도 저속 전기차에요.
반면 L의 경우 멀리 다니는 물류 버스로 고속도로를 다녀야 합니다. 프로젝트 S와 M은 시속 60km/h 이내로 달리면 되는데, 고속도로를 타기 시작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차량에 적용되는 법도 바뀌어요. 준비할 부분이 훨씬 많아지게 되다 보니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 IPO 시점
IPO는 2025년을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지금 1500억원으로 시리즈B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말에 완료가 될 것 같습니다. 그중 1000억원 정도가 차량 생산 프로젝트에 들어갈거고요. 그리고 공장 세우는데 필요한 2000억원의 나머지인 1000억원이 IPO를 통한 자금 조달을 통해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025년을 타깃으로 잡은 이유는 저희 파일럿 양산 시점이거든요. 파일럿 양산 시점에 투자를 해서 양산 준비를 하는 것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 국토부 스마트시티 리빙랩 사업에 투입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에서 다부처공동기획사업을 하고, 국토부는 리빙랩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여기서 다양한 형태의 자율주행 차들과 인프라 시스템들이 만들어지는데, 실제로 여기서 다양한 테스트를 직접 해볼 수 있거든요. 저희는 여기를 타깃으로 만드는게 1차 목표입니다.
2025년이면 저희 뿐만 아니라 R&D에 대한 결과물이 많이 나오거든요. 저희는 2차 파일럿 차량이 나올 거라고 보고, 저희도 이 때 실증을 하고 대량 양산은 2027년으로 잡고 있습니다. 그 2년 동안 스마트 시티에서 인프라와 연동하고 주행하면서 문제는 없는지 기술 숙성도와 검증을 거치려고 합니다. 정부도 레벨4 상용화 법규를 공표하기 전에 검증을 한다는 의미고요.
▲ 해외 진출 계획
싱가폴과 미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인프라에 대한 지원은 적극적인데 아직 기술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싱가폴은 땅이 좁기 때문에 주차 공간이 많이 부족합니다. 그렇다 보니 스마트 시티 구축이나 인프라에 대해 상당히 적극적이에요. 교통 시스템을 최대한 단순화 하려고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아직 기술은 많이 보유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싱가폴의 경우 굉장히 적극적으로 외국 기업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저희 말고도 미래 모빌리티쪽으로 움직이는 기업이나 자동차 회사들이 싱가폴에 많이 모여들고 있고요. 저희도 싱가폴에 진출하면 다양한 외국 기업들과 협업 하기에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국같은 경우는 실리콘밸리로 가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는 아시다시피 자율주행의 본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지금 실리콘밸리에서 자율주행 펼치고 있는 기업들이 상당히 많이 있는데, 저희가 오히려 더 잘 했으면 잘 했지, 못하진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50개 정도의 업체들이 테스트를 하고 있는데, 저희는 톱10 안에는 들어간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희가 어느정도 사업을 키우고 해외에 나가게 되면 해외 기업들과 협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더 높아질 거라고 봅니다.
▲ 해외에서는 투자 등의 기회가 많지 않나.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유
저희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저희만 잘 한다고 되는게 절대 아니에요. 통신도 연결되고 인프라도 따라줘야 해요. 그래서 많은 기업들과 협업을 해야 합니다.
규제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사실 우리나라는 요청하면 규제를 잘 풀어줍니다. 규제에 막혀서 개발이 안되는게 아니라는 뜻이에요. 그런데 이런 요청을 해외에서 한다면 사실 이만큼 지원해줄까요? 상당히 비협조적일 수 있거든요. 한국이 가진 장점이 있는겁니다.
국내에서 탑티어인 통신사와도 손잡을 수 있고, 정부가 판을 깔아주니까 사업을 키울 수 있었던 겁니다.
해외에서 사업을 진행할 때 가장 조명받는건 투자인데, 저희같은 경우는 한국의 인프라가 미국의 투자보더 더 이득이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자율주행에 대해 해주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자율주행 기술은 빨리 제품화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최소 10년 이상 장기전이 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율주행과 관련된 기업들은 돈을 직접 벌어서 자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투자금이 없어도 생존해야 하는 거에요. 그래서 저희도 투자를 늦게 받았어요. 그리고 그 투자금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가 시범사업의 R&D 시장에 저희 차를 판매하면서 매출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는 장기적으로 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자율주행이라는 산업은 저희가 차만 잘 만든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라 자율주행이 돌아가는 전체 시스템에 대한 크고작은 변화가 필요합니다.
규제나 제도가 정비돼야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 전에 집중해야 하는 부분은 인프라 구축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은지 기자 lycaon@greened.kr